최근 흥행작인 <원스>, <뉴시스>, <북 오브 몰몬> 등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가을을 맞고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새로운 작품들의 개막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는 어떤 신작과 리바이벌 작품들이 뉴욕 공연계를 가득 채울지 한발 앞서 만나보자.
한발 앞서 관객을 만난 두 편의 신작
최근 몇 년 새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시즌 시작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이전까지 6월 토니상 시상식과 여름 성수기가 지난 후 대개 9~12월 사이에 새로운 작품들의 프리뷰 공연이 시작되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다소 일찍 소개되는 신작들의 편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흥행 성적이 저조한 다수의 작품들이 여름 시즌이 지나기 전에 막을 내리게 되면서 공연장들이 대관 일정을 조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12-2013 브로드웨이 시즌은 지난 8월 공식 개막한 <브링 잇 온>으로 시작되었다. 뉴욕 입성에 앞서 북미 투어 공연으로 먼저 인기몰이를 했던 이 작품은 <인 더 하이츠>의 히어로 린-마누엘 미란다, <넥스트 투 노멀>의 톰 킷, <애비뉴 Q>의 제프 위티 등 재기 발랄한 젊은 창작진들이 대거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브링 잇 온>은 2013년 1월 20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뒤이어 개막한 <채플린>은 전설적인 코미디언이자 배우, 감독인 예술가 찰리 채플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작 뮤지컬이다. 지난 8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9월 10일 얼 베리모어 시어터에서 개막했다. 2006년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소개된 후 샌디에이고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에서의 공연을 거쳐 뉴욕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기는 흥행작들
올 가을 개막이 예정되어있는 브로드웨이 신작 중에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모차르트>와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레베카>다. 다프네 뒤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내를 잃은 막심 드 윈터와 그의 새 부인(나), 집사 댄버스 부인,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인 레베카(막심의 전 부인)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뮤지컬로,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후 약 3년간 공연된 <레베카>는 특히 2013년 1월 국내 라이선스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도 해 한발 앞서 개막할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한층 궁금증이 더해진다. <레베카>는 이미 일본을 비롯 핀란드, 헝가리, 독일, 스위스, 루마니아 등에서 공연해 큰 호응을 얻은 흥행작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 순진한 소녀에서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나’ 역할은 <39 계단>과 <우먼 인 화이트>를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질 페이스(Jill Paice)가, 레베카를 잊지 못하면서도 ‘나’와 사랑에 빠지는 막심 역할은 최근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연기했던 라이언 실버맨(Ryan Silverman)이 맡아 공연할 예정이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댄버스 부인 역은 <맘마미아>와 <헤어스프레이> 등에 출연했던 캐런 메이슨(Karen Mason)이 연기한다. 영어 버전의 각색과 가사 작업에는 영국인 극작가 크리스토퍼 햄튼(Christopher Hampton)이 미하일 쿤체와 함께 참여했으며, 베테랑 연출가 마이클 블레이크모어(Michael Blakemore)와 프란체스카 잠벨로(Francesca Zambello)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레베카>는 오는 11월 브로드허스트 시어터에서 개막이 예정되어 있다.
또 다른 신작 <마틸다(Matilda)>도 브로드웨이 입성을 준비 중이다. 로알드 달(Roald Dahl)이 쓴 동명의 어린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의해 2010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웨스트엔드의 캠브리지 시어터로 자리를 옮겨 평단과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흥행작이다. 뮤지컬에 앞서 영화(1996년 작)로도 제작된 바 있어 미국에서도 이미 친숙한 작품이다. <마틸다>는 최근 제작된 작품들 중 예술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선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컬로, 2012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7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모처럼 런던에서 뉴욕으로 건너오는 흥행 뮤지컬인 만큼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대한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아역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환상적인 무대가 선사하는 동심의 세계를 통해 영국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특히 런던과 뉴욕에서 모두 호평을 받으며 성공한 바 있는 <빌리 엘리어트>의 뒤를 이을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조심스레 점쳐지면서 뉴욕 공연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틸다>는 2013년 3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4월 11일 슈버트 시어터에서 막이 오른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웨스트엔드와 대동소이한 프로덕션으로 제작되어 공연될 예정이다.
2012-2013 시즌을 채우는 다양한 신작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브로드웨이 2012-2013 시즌을 채우는 작품들의 면면은 일단 화려하다. 특히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작품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작품이라기보다는 대개 기존의 작품이나 노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이미 알려진 이야기 혹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브로드웨이 무대라는 옷을 입고 어떠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그중 가장 친숙한 작품은 단연 <신데렐라>다.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클래식 뮤지컬 <신데렐라>가 더글라스 카터 빈(Douglas Carter Beane)의 감각적인 각색을 더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브로드웨이 환상의 파트너로 불리는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콤비의 <신데렐라>는 원래 TV 방영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었다. 줄리 앤드류스 주연으로 제작된 이 TV 뮤지컬은 1957년 CBS를 통해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65년과 1997년에 다시 TV 뮤지컬로 리메이크 된 바 있으며 무대로도 옮겨져 미국 내 여러 도시는 물론 런던 등지에서 공연되기도 하였다. 뉴욕 시티 오페라에 의해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하였으며, 레아 살롱가를 주연으로 한 아시아 투어 팀의 공연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꽤 오랫동안 인기 뮤지컬 레퍼토리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놀랍게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프로덕션은 <재너두>와 <리시스트라타 존스>의 극본을 썼던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에 참여해 고전에 신선함을 더할 예정이다. 이미 2012년 3월과 8월에 워크숍 공연을 치렀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정·보안한 프로덕션이 2013년 1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2월에 공식 개막할 예정이다. 2007년 <그리스>의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샌디 역으로 캐스팅 되어 일약 브로드웨이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로라 오스네즈(Laura Osnes)가 주인공 신데렐라 역을 맡는다.
1982년 영화인 <다이너(Diner)>도 뮤지컬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는 <청춘의 양지>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영화로, <레인맨>과 <벅시> 등을 연출했던 베리 레빈슨(Barry Levinson) 감독의 데뷔작이자, 미키 루크와 케빈 베이컨 등 연기파 배우들의 청년 시절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레빈슨이 뮤지컬의 극본을 맡았으며, 실력파 싱어송 라이터인 쉐릴 크로(Sheryl Crow)가 음악을 맡아 눈길을 끈다. 1959년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다시 뭉친 20대 청년들이 풀어내는 고민과 성장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다. 어른이 되는 길목에 놓인 친구들이 단골 레스토랑(Diner)에 모여 결혼과 직장, 미래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작품에는 볼티모어 출신인 레빈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뮤지컬 버전의 연출은 <나이스 워크 이프 유 캔 겟 잇>과 <애니씽 고우즈> 등을 연출했던 브로드웨이 베테랑 연출가 캐슬린 마샬(Kathleen Marshall)이 맡는다. 2013년 4월 중 프리뷰 공연을 시작할 예정인 <다이너>의 공연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레코드 제작사인 모타운(Motown Record Corporation)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는 뮤지컬 <모타운(Motown: The Musical)>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모타운 레코드사의 창립자인 베리 고디(Berry Gordy)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고디 자신이 직접 각본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다이아나 로스,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스모키 로빈슨 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함께했던 모타운사의 히트곡들과 베리 고디가 직접 풀어내는 생생한 이야기가 1960~70년대를 추억하는 관객들의 향수와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뮤지컬 <모타운>은 2013년 4월 런트-폰테인 시어터에서 공식 개막할 예정이다.
<다이너>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앞서 참여하는 창작자들의 면면에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또 있다. 바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킨키 부츠(Kinky Boots)>이다. <헤어스프레이>의 안무가이자 <금발이 너무해>에서 연출가로 데뷔한 제리 미첼(Jerry Mitchell)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고, <라카지>의 극작가이자 유명 배우이기도 한 하비 피어스타인(Harvey Fierstein)이 극본을, 유명 팝가수 신디 로퍼(Cyndi Lauper)가 음악을 담당해 더욱 주목을 끈다. 주인공 찰리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신발 공장의 경영난을 고심하던 차에 여장 남자들을 위한 킨키 부츠를 만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추었던 하비 피어스타인과 제리 미첼의 조합에 신디 로퍼가 가세함으로써 또 한편의 유쾌한 뮤지컬 코미디를 만들어내리라 기대된다. 허쉬펠드 시어터에서 2013년 3월 프리뷰 공연을 시작해, 4월 4일 공식 개막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준비 중인 뮤지컬 <빅 피쉬>의 브로드웨이행도 이번 시즌에는 비로소 가시화될 전망이다. 팀 버튼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컨택트>와 <프로듀서스>의 수잔 스트로만(Susan Stroman)이 연출과 안무를 맡고, <와일드 파티>와 <아담스 패밀리>의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음악을 담당했다. 영화의 각본을 썼던 존 어거스트(John August)가 뮤지컬의 극본을 맡아 함께 참여했다. 몇 해전부터 브로드웨이 입성이 계획되어온 작품이기에 이번 시즌에야말로 꼭 뉴욕의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시즌 작품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겨냥해 선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관객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즌 작품들이다. 지난 2010년에 공연되었던 뮤지컬 <엘프>는 오는 11월 9일부터 2013년 1월 6일까지 다시 뉴욕 관객들을 만난다. 윌 페럴 주연의 2003년 영화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실수로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 속에 버려져 산타 마을에서 성장하게 된 고아 버디가 진짜 아빠를 찾아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몸은 어른이지만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버디의 시선으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전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는 또 다른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영화 <크리스마스 스토리(A Christmas Story)>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1983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거의 매해 홀리데이 시즌이면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한 편이다. 1940년대 미국이 배경인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비총 장난감을 받는 것을 꿈꾸는 소년 랄피와 그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홀리데이 영화의 고전 중의 고전인 <크리스마스 스토리>의 뮤지컬 버전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뉴욕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라 기대된다. 오는 11월 5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해 12월 30일까지 런트-폰테인 시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리바이벌 프로덕션
오랜만에 브로드웨이 관객을 만나는 리바이벌 프로덕션들도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어 익숙한 브로드웨이의 대표 가족 뮤지컬 <애니>는 15년 만에 브로드웨이 무대로 돌아온다. 1977년 브로드웨이에 처음 소개된 <애니>는 그해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서 수상한 흥행작이다. 초연 당시 6여 년간 공연된 뒤 막을 내렸으며 1997년에 리바이벌되어 6개월간 공연된 바 있다. 이번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애니>의 3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패션>과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인투 더 우즈> 등을 연출한 베테랑 제임스 라파인(James Lapine)과, <인 더 하이츠>, <9 to 5>, <브링 잇 온>등의 작업으로 주목 받아온 안무가 앤디 브랑켄블러(Andy Blankenbuehler)가 참여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애니>는 오는 11월 팰리스 시어터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2004년 소개되어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대표작 <지킬 앤 하이드>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는 1997년에 초연해 2001년까지 공연된 바 있다. 초연 당시 공연 기간이 짧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는 실패해 안타까웠던 공연이었다.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25주의 짧은 기간 동안 공연되며, 미국 내 투어 공연을 진행해온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으로 <웨딩 싱어>와 <록 오브 에이지스> 등에 출연했던 콘스탄틴 마룰리스(Constantine Maroulis)가 주인공 지킬 박사를, <아이다>에 출연했던 팝 가수 데보라 콕스가 루시 역을 맡아 새로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2013년 4월 중 리차드 로저스 시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즌을 맞는 기분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이 앞선다. 지금부터 내년 3~4월까지 다양한 작품들의 개막이 풍성하게 포진한 브로드웨이 2012-2013 시즌을 하루 빨리 직접 공연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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