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왕년의 록 스타들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새로운 승리 <록 오브 에이지스> [No.68]

글 |이곤(뉴욕통신원) 2009-06-01 6,386

<맘마미아>와 <저지 보이스>로 브로드웨이에서 한때 위세를 떨치던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동안 그 뒤를 이을 만한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7일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 <록 오브 에이지스(Rock of Ages)>는 앞선 성공작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히트 뮤지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록 오브 에이지스>

 

<록 오브 에이지스>, 그 탄생과 성장
<맘마미아>가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록 오브 에이지스>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헤어 메탈(Hair Metal)류의 대표적인 음악들 -‘Extreme’의 ‘More Than Words’, ‘Foreigner’의 ‘I Want to Know What Love Is’, ‘REO Speedwagon’의 ‘Can’t Fight This Feeling’ 등- 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록 오브 에이지스>는 이러한 록 음악과 성공의 꿈을 찾아 시골에서 LA로 건너온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교묘하게 어우러져 젊은이들의 열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시대의 향수 또한 불러일으키고 있다.


<록 오브 에이지스>는 이 공연의 제작자인 메튜 위버(Matthew Weaver)와 칼 레빈(Carl Levin)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들었던 저니(Journey)의 발라드 곡 ‘Don’t Stop Believing’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렇게 시작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록 뮤지컬’을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제작하기로 합의한 후, 2004년에 크리스 다리엔조(Chris D’Arienzo)를 만나 스토리 구성을 맡겼다. 다리엔조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성공의 꿈을 안고 미시건의 시골마을에서 LA로 건너온 작가로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작품과의 긴 인연은 결국 그가 영화화 될 <록 오브 에이지스>의 대본과 연출까지 겸하도록 만들었다.


이어 두 제작자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팝 뮤지컬 <베어(Bare)>(Ovation Award 수상)를 성공리에 마친 크리스틴 행기(Christine Hanggi)를 만나 위에서 언급한 곡들이 담긴 CD를 건넸다. 그들은 뮤지컬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그녀에게 타진해 달라고 했고, 그녀는 그 곡들에서 강한 울림을 가진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와 연출가는 밴드 ‘Foreigner’의 ‘I Want to Know What Love Is’와 ‘REO Speedwagon’의 ‘Can’t Fight This Feeling’에서 모티프를 얻어 ‘유명한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남자 주인공과 스타 배우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라는 이야기의 골격을 구상했다. 그리고 실제 80년대 LA 록 밴드들의 산실이었던 선셋 스트립의 록 클럽을 극 중 배경으로 가져왔다.


이 공연은  2005년 할리우드에 있는 클럽 ‘King King’에서 초연을 했고 이어 2006년 1월에 뱅가드 클럽에서 6주간 상연되었다. 공연 전문지 <백스테이지>는 리뷰를 통해  “지난 몇 년간 나온 것 중 최악의 공연”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관객의 호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이에 고무된 제작자는 2006년 5월 라스베가스로 옮겨 공연을 올렸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뉴 월드 스테이지에서 출연진을 일부 교체해 다시 공연을 올렸다. 이 공연에서부터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선 진출자였던 콘스탄틴 마룰러스 (Constantine Maroulis)가 주인공으로 본격 가세했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평은 호평과 악평으로 나뉘어 분분했지만 499석의 극장 좌석은 자주 매진되었다. 2008년 12월에 뉴라인 시네마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제작했다)에서 <록 오브 에이지스>의 영화 판권을 사기로 한 것은, 이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작자에 따르면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초기 예산인 7백만 달러를 확보하는 데 별로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극장을 들어서며
제작자의 이야기처럼 이 뮤지컬은 일반 연극보다는 콘서트 경험을 원하는 관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관객의 콘서트적인 경험을 위해 제작진은 여러 가지 극적 장치를 준비했다. 극장에 들어서면 먼저 관객들은 라이터 모양의 플래시를 건네받는다. 이 플래시는 무대의 배우-가수들과 관객의 교류를 돕는 데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 관객의 호응은 관객이 켜는 라이터의 불빛으로 무대에 전달되고 (물론 그들의 함성과 박수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공연의 끝은 배우들이 라이터를 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또한 자리에 앉으면 극장에서 고용한 웨이터가 다가와 음료나 술을 주문 받는다. 꼭 알코올이 아니더라도 강한 비트의 객석 음악은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관객을 적절하게 흥분시키는 기능을 한다. 1000석이 조금 넘는 극장은 관객들로 가득 차있다. 일반 브로드웨이 연극과는 달리 젊은 층에서 중년까지 관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공연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긴 머리에 가죽 옷을 입은 관객들도 보인다.


무대는 80년대 말 LA의 퇴락한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는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록 밴드들의 산실이기도 했지만, 이제 록 클럽의 간판은 누드 걸 클럽의 화려한 네온 사인 사이에 초라하게 끼어있다. 무대는 클럽의 내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높은 벽에는 기타, 음반, 사진, 명패 등이 걸려있어 유명 밴드들이 거쳐갔던 화려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와 함께 여성의 브래지어와 팬티도 걸려있다. 록음악의 역사에는 음악뿐 아니라 그들의 긴 머리, 광기, 약물 그리고 섹스도 한몫 하기 때문이다. 무대 뒤 가운데에 위치한 플랫폼은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위로 LED로 만든 스크린이 걸려있다. 스크린은 LA의 경치를 비롯한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 힘든 극적 배경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뮤지컬<록 오브 에이지스>

 

이야기 속으로
공연은 LED 스크린에 투사된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 부부의 웃는 얼굴로 시작한다. 이어 클럽의 주인 데니스(Adam Dannheisser 분)의 오른팔이자 이 공연의 해설자 역할을 맡은 로니(Mitchell Jarvis 분)가 나와 관객에게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그는 작가의 대변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인물에 대한 그의 애정, 록 음악에 대한 열정, 그러면서도 위트 넘치는 대사를 통한 코믹한 거리 두기는 이 공연이 가지는 약점인 멜로드라마적인 인물, 단순한 이야기의 구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극의 주인공 드루(Constantine Maroulis 분)는 LA의 허름한 록 클럽 버번 룸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기타리스트로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그는 캔자스의 시골 마을에서 배우의 꿈을 안고 막 LA로 건너 온 셰리(Amy Spange 분)를 보자마자 호감을 느낀다. 한편 독일인 건설업자인 헤르츠(Paul Schoeffler 분)와 그의 아들 프란츠(Wesley Taylor 분)는 돈에 눈 먼 시장을 설득해 쇠락한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쇼핑타운을 지으려고 한다.
한때 유명한 스타들을 배출해냈던 클럽 주인 데니스는 시장의 철거 계획을 저지시키고 클럽을 살리기 위해 기념적인 콘서트를 계획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이 클럽에서 시작해 지금은 유명 밴드로 성공한 아스널(Asrsenal)의 리더인 스테이시 잭스(James Carpinello 분)를 섭외한다.


첫 데이트 이후 오해로 인해 드루와 서먹해진 세리는 스테이시 잭스의 유혹에 넘어가 클럽 화장실에서 그와 우발적인 섹스를 한다. 하지만 하룻밤의 불장난 이후 모함에 의해 클럽에서 쫓겨난 셰리는 결국 누드 클럽에서 일하게 되고, 드루는 매니저에게 발탁되지만 그의 꿈인 록 밴드 대신에 당시 유행했던 보이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이 와중에 철거에 반대해 데모를 조직한 레지나(Lauren Molina 분)와 사랑에 빠진 헤르츠는 아버지의 철거 계획에 반대해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요구에 응해 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셰리와 드루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한다. 결국 이 공연의 발단이 되었던 저니 (Journey)의 발라드 곡 ‘Don’t Stop Believing’의 제목처럼 셰리와 드루는 아이를 통해, 레지나와 헤르츠는 초콜렛 가게를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간다. 더불어 전설적인 록 밴드의 산실이었던 클럽 버번 룸은 그 역사를 보존하게 된다.

 

 

음악과 배우
이 극에서 30곡 남짓의 헤어 메탈음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이야기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이러한 이야기의 구성에 힘을 실어준 것은 대본작가인 크리스 다리엔조의 위트 넘치는 대사와 크리스틴 행기의 속도감 있는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귀에 익숙하면서도 강한 비트와 활력이 넘치는 원곡의 힘일 것이다.
30곡에 가까운 명곡들은 절묘한 짜깁기를 통해 이야기 속에 스며들었다. 대부분의 곡은 독립적으로 불려지기보다는 듀엣 곡으로 편집되어서 사용된다. 때로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때로는 두 커플의 이야기가, 때로는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노래의 비트처럼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는 뻔한 이야기를 관객이 인식할 겨를 없이 속도감 있게 극을 진행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드루 역을 맡은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스타 마룰러스와 셰리 역을 맡은 스팬거는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강한 보이스로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다. 흰색 가죽 바지에 얼룩말 무늬 탱크 톱을 입고 근육과 섹시미로 뭇 여성을 휘어잡는 록 스타 스테이시 역을 연기한 카피넬로는 본 조비의 ‘Wanted Dead or Alive’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캐릭터에 비해 배우로서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이 역을 맡았던 윌 스웬슨이 그 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스웬슨은 그가 출연했던 뮤지컬 <헤어>가 동시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됨에 따라 이 공연을 포기하고 <헤어>를 택했다고 한다.
독일 건설업자의 아들 역할을 맡았던 테일러는 그가 사랑하는 록 음악과 아버지의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코믹한 모습으로 재치 있게 보여주었다. 그는 팻 베나타의 곡 ‘Hit Me With Your Best Shot’을 레지나 역을 맡은 로렌 몰리나와 함께 열창하였다. 또한 해설자 역할을 맡은 자비스와 클럽주인 데니스 역할을 맡은 댄 히저가 함께 부른 ‘REO Speedwagon’의 ‘Can’t Fight This Feeling’은 그들의 코믹한 안무와 함께 관객에게 예상 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섹슈얼리티
헤어 메탈의 강한 에너지와 함께 이 공연이 주는 커다란 자극 중 하나는 철저하게 계획된 섹슈얼한 분위기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허름한 거리의 록 클럽 옆에 누드 걸 클럽을 배치하였다. 여주인공 셰리가 록 클럽에서 쫓겨난 뒤 찾는 이 누드 클럽은 관객에게 관능적인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록 스타 스테이시가 근육과 강렬한 음악으로 여성 관객을 (물론 게이 관객도) 자극시켰다면 이 누드 클럽의 여성들이 봉을 잡고 추는 댄스는 남성관객에게 말초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찰스 이셔우드는 이 공연을 호평하며 ‘이성애자들을 위한 <제너두(Xanadu)>’라고 했다. 반면에 AP 통신사의 피터 샌틸리는 ‘에너지는 넘치지만 지능은 떨어지는 무대로 80년대의 향수를 원하는 관객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더 넓은 관객 층에게 다가가기엔 깊이가 부족한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애초부터 이 공연은 깊이 있는 주제를 전달하기에는 빈약한 구성과 뻔한 이야기,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가지고 출발했다. 하지만 관객을 만족시키는 강렬한 명곡들, 자극적인 볼거리, 그리고 위트 넘치는 대사 등은 이 극을 충분히 즐길 만한 볼거리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