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 for One
기 자 네 분이 다 함께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죠?
옥주현 저희도 그래서 무척 흥미로워요. 극 중에서 엄마와 아들로 만나곤 했는데(<엘리자벳>과 <몬테크리스토>에서 옥주현이 엘리자벳과 메르세데스를 연기할 때, 김승대와 전동석은 아들 역을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연인 관계로 듀엣을 부르기도 하고. 굉장히 설레네요. 아들들은 어떠세요?
전동석 엄마랑 듀엣을 하다니, 재밌을 것 같아요. 주현 누나랑 듀엣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승대 형과 저는 주로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돼서 같은 작품에 참여하면서도 함께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어요. 형과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정말 기뻐요.
김승대 그러게요. 동석이랑은 함께 공연할 기회가 참 없었어요. 동석이는 제가 무척 아끼는 동생이에요. 처음부터 막연히 각별한 감정이 생겨서 잘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같은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제가 동석이에게 배운 것도 많고 반대로 동석이도 제게 영향을 받고, 서로 윈윈 하는 사이가 됐죠.
전동석 형은 정말 세심하게 연기에 신경 써요. 제가 승대 형의 연기 스타일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형이랑 같은 작품을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러다 보니 제가 형과는 다른 작품에 참여할 때도, 제게서 승대 형 스타일이 엿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김승대 전 동석이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저도 동석이 창법이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죠. 서로 많이 닮는 것 같아요.
임태경 아, 이런 분위기, 재미없어. (일동 웃음)
김승대 태경이 형님하고도 같은 작품을 많이 했어요. 그 중 특히, 장기간 공연해서인지 <햄릿> 생각이 많이 나요. 제가 레어티스를 연기할 때, 형님은 햄릿이었죠. 제가 신인이라 한창 힘들 때 만나서인지, 태경 형님과는 추억이 되게 많아요. 형님에게 제일 부러운 건, 누구도 가지지 못한 형님만의 목소리죠! 그 덕에 많이 팔리시잖아요? (웃음) 저희 어머니도 되게 좋아하세요. 집에서 뮤지컬 OST를 듣다가 형 목소리가 나오면, 어머니가 설거지 하다가도 ‘쟤는 누구니?’ 물어보실 정도였어요. 제 친구들도 형이 나오는 공연만 봤다 하면, 들어갈 땐 무덤덤했다가 나올 때면 늘 눈에 하트를 그리고선 ‘우리 왕자님, 어디가면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거든요. 그게 제일 부럽습니다.
옥주현 태경 오빠랑 동석이는 정말 제가 사랑하는 목소리를 갖고 있어요. 저희에겐 목소리가 악기잖아요. 이들은 정말 귀한 악기를 갖고 있는 거죠. 함께 노래할 때 황홀할 정도예요. 승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장점이 있어요. 성격도 무척 꾸밈없고요. 워낙 편한 사이여서인지, 승대랑 연인으로 연기한단 건 상상이 안 돼요. (웃음)
임태경 우리 승대 씨는 몸이 참 조각 같아요. 그렇게 안 생겼잖아요? 그런데 벗겨 놓으면, 잔근육이~ 장난이 아닙니다. 격투가의 몸이죠. 전동석 군은 허벅지가 굉장히 튼튼하고요. 얼굴은 아이돌 스타 같이 생겼는데, 다리는 꿀벅지예요. 그리고 승대 씨는 연기를 전공해서 그런지 연기를 참 잘해요. 연기할 때 참 진지하죠. 그런데 신기하게, 울 때랑 웃을 때 분간이 잘 안 가요. (일동 웃음) 울 때도 웃는 것 같고, 웃을 때도 우는 것 같은, 그런 묘한 표정이 있어요. <햄릿>에서 그 장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은 ‘저 친구가 지금 웃는 걸까, 우는 걸까’ 궁금했을 거예요.
김승대 제가 약간 우는 상이라…. (웃음) 선배님들한테 그런 조언을 많이 들었죠. 우리도 (형에게) 어택을 좀 하자.
전동석 태경이 형은 뭐, 완벽하고 좋으시니까.
김승대 (웃음) 저게 지금 굉장한 어택이에요.
임태경 동석 군은 굉장히 애교 부리듯이 선배에게 개깁니다.
옥주현 맞아요, 개겨요. 하지만 귀엽죠.
임태경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죠. 동석 군과는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처음 함께했어요. 간지남, 키가 크니까 롱코트가 잘 어울렸죠. 하지만 데뷔 초기여서 그런지 솔직히 몸은 좀 뻣뻣해 보이긴 했어. 쭉쭉 크고 있는 새내기 배우니까 앞으로 가능성이 더 큰 친구죠.
전동석 형님이 크로스오버 테너 가수로 활동할 때부터 워낙 유명하셨잖아요. 저도 그때 성악을 전공했고요. 형님이 크로스오버 테너로서 노래하는 걸 듣다가, 뮤지컬에서 만났을 때는 전과 다르게 노래해서 깜짝 놀랐어요. 뮤지컬에선 가사 전달이 제대로 돼야 하잖아요. 성악 전공자들은 레가토로 많이 부르니까 발음이 명확하게 안 들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형님은 가사 전달력이 정말 뛰어나서 놀랐어요.
임태경 또 훈훈한 분위긴데? (일동 웃음) 전 사실 이전에 주현 씨 공연을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주현 씨에게 선입견이 있었어요. 연기를 못할 거라는. 그런데 <황태자 루돌프>를 함께해보니 연기를 참 잘하더라고요. 내가 늘 사람들에게 선입견 없이 봐달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도 그런 선입견이 있었던 거죠.
옥주현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서로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저도 처음엔 오빠를 어렵게 생각했는데, 함께 공연하니 정말 좋더라고요. 이렇게 하모니가 좋고, 목소리가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오빠는 목소리만 멋있는 게 아니라 노래를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어요. 타고났나봐. 사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매력이 있다니까.
임태경 주현 씨랑 노래하는 건 정말 유쾌해요. 저는 듀엣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경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서 또 다른 한소리로 들려야 성공적인 듀엣이라 생각하는데, 주현 씨와 이야기하다보니 저랑 생각이 같더라고요. 잘 맞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김승대 우, 우리한테는 이런 이야기 안 해주더니…. (일동 웃음) 태경이 형이 맏형이잖아요. 알게 모르게 뒤에서 늘 저희를 챙겨주세요. 하지만 앞에서 내색을 잘 안 하시죠. 뒤에서만….
기 자 오, 그래요? 그건 태경 씨가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승대 씨의 착각?
김승대 우연히 내가 그렇게 느낀 거예요? 별로 챙겨줄 마음 없었어?
임태경 솔직히 말하면, 민망하지만… 맞아요. (일동 웃음) 그런데 좀 놀랐어요. 내가 내색 않고 마음 쓰는 걸 저 녀석은 알까 생각하면서도, 그들도 내색을 안 하니까 모르나보다, 그러고 말았는데, 알아주니 굉장히 기분 좋게 당황스럽네요.
김승대 다 느낀답니다. 다만 저도 표현을 잘 못해서, 흐흐.
옥주현 태경 오빠는 정말 매너가 좋아요. 상대 여배우 컨디션도 잘 챙기고요. 그리고 로맨틱해요. 저희가 극 중에서 연인으로 만났는데, 대기실에서도 캐릭터처럼 서로를 대하게 돼서, 태경 오빠랑은 주고받는 이야기도 로맨틱하죠. 다른 두 친구들이 캐주얼하게 ‘엄마, 오늘 컨디션 좋아?’ 하는 거랑은 다르죠. (웃음)
Special Stage in Japan
기 자 뮤지컬이 아닌 갈라 콘서트이고, 또 일본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네 분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옥주현 노래뿐만 아니라 토크도 할 수 있고, 관객들의 호응을 더욱 다채롭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승대 그동안은 김승대가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무대에 섰어요. 이번에도 뮤지컬 넘버를 주로 부르지만, 좀 더 김승대와 임태경, 옥주현, 전동석의 개인적인 모습이 가미돼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임태경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드라마의 한 부분이라면, 갈라쇼에서는 한 곡의 뮤지컬 넘버가 그 작품을 대표하는 느낌을 줘야 해요.
전동석 일본 관객들이 친근하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그들이 많이 접했던 뮤지컬 넘버 위주로 선곡하려 하고요. 일본 관객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부르고 싶은 곡이 있다면 일본어로 부르려고 하고요.
김승대 콘서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포스터 분위기나 의상, 하다못해 헤어스타일까지 일본 관객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 뮤지컬 사절단으로 가는 거라 생각하고, 한국 뮤지컬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죠.
기 자 네 분은 이미 일본 관객들을 만난 경험이 있죠?
임태경 일본 사람들은 이런저런 상황을 떠나서 실력 있는 예술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저희 같은 배우나 연주자 입장에선 굉장히 고무적이죠. 우리가 멋지게 잘하기만 하면 그들도 우리를 좋아해 주리라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옥주현 한국 사람들이 노래를 참 잘하잖아요. 우리의 기량을 뽐내고, 한국 뮤지컬과 배우들의 힘을 보여줘야겠다는 자긍심도 생겨요.
기 자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한국과 좀 다르다죠?
전동석 처음에는 관객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가뜩이나 시어터 크리에에서 주최한 갈라 콘서트 때는 저 혼자 한국인이었거든요.
김승대 한국 관객들은 좋으면 좋다고 곧바로 표현해요. 커튼콜 때 일어나서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요. 그런데 일본 관객들은 나름대로 배우를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에서, 사인이나 악수를 청하는 일 없이 박수만 보내죠.
전동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일본 마지막 공연 때 커튼을 세 번이나 내렸다 올렸어요. 인사한 후 막이 내리고 배우들은 퇴장해서 마이크도 빼고 서로 끌어안고 울며 마지막을 아쉬워하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관객들이 나가지 않고 계속 박수를 치는 거예요. 저희는 놀라서 부랴부랴 다시 무대로 올라갔죠. 커튼을 올렸더니 관객들이 일어선 채로 여전히 박수를 치고 계셨어요. 무척 새로웠죠.
기 자 주현 씨는 독일에서 <엘리자벳> 콘서트를 하신 적이 있잖아요. 타국의 관객을 만났을 때 특별하게 느낀 점은 뭐였어요?
옥주현 저는 한국어로 노래했는데도 관객들이 더욱 귀 기울여 들어주셨어요, 언어가 달라도 그들이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그들이 나와 한 배를 타고 내 감정의 파도에 맞춰 함께 움직인다는 느낌. 이번 공연에서도 일본 관객들과 그렇게 교감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죠.
기 자 네 분을 좋아하는 팬들이 무척 많은데, 각자의 팬층에 차이가 있나요?
임태경 승대 씨하고 저의 팬층은 좀 겹치는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햄릿> 할 때, 제 팬들 중에 승대를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김승대 에이, 다 마찬가지죠. 제 팬이 형님 팬도 되고 또 동석이 팬도 되고. 그런데 확실히, 태경이 형님 팬들이 저를 유달리 예뻐해 주셨어요. 다른 햄릿의 팬들과는 다르게. 그때 전 신인이었는데도 많이 챙겨주셨죠. 예를 들어, 형님에게 인삼을 선물할 때, 제게는 홍삼을 주신다든가? (일동 웃음)
임태경 제가 듣기로 동석이는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동석 군과 저의 팬층은 좀 갈릴 것 같은데, 동석이를 좋아할 만한 관객들이 저를 좋아하기엔 제가 좀 노땅이라…. 주현 씨는 남자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젊은 여성 팬은 동석이가 담당하고, 30대 여성들은 우리 승대 씨가, 나는 어머님들, 그리고 나머지는 다 주현 씨가 담당하면 되겠네! 그러고 보니, 남자 셋은 다양하게 20대, 30대, 40대야. 그리고 주현이는 홍일점. 떼아뜨로 참 영민해~
기 자 네 분이 모이니 어떤 관객층도 다 공략할 수 있는 무적인데요?
임태경 참 재밌는 게, 동석 군은 멋진 바리톤이고 저는 라이트한 테너, 그리고 승대 씨는 허스키하지만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예요. 거기다 여성 보컬 주현 씨까지! 뮤지컬 배우들이 뮤지컬 노래만 해서 지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넷 다 정말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재미난 조합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일본에서 공연한다는 게 한국 팬에게 미안하긴 해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넷이 꾸미는 멋진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기 자 떼아뜨로 배우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앞으로 또 볼 수 있을까요?
전동석 기회가 된다면요. 재밌는 일이니까요.
임태경 아까 사진 찍다보니 <오션스 일레븐> 같은 느낌 들던데, 우리 네 사람이 영화 찍어도 재밌겠어.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의 뮤지컬 영화 버전? 음악극 영화, 좋을 것 같지 않아?
김승대 울고 넘는 박달재, 이런 거 좋을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임태경 승대랑 동석은 운동 신경이 좋다고 알고 있고, 승대랑 나는 격투기도 좋아하잖아. 제가 보기엔 이래도 액션이 좀 돼요. (웃음) 액션물도 재밌을 것 같아.
전동석 주현 누나, 액션 하는 거 어울린다!
옥주현 그렇잖아도 요즘 극장에서 제 별명이 ‘툼레이더’잖아요. 댄버스 부인 의상 안에 검은색 쫄바지랑 검은색 민소매티, 부츠를 신거든요. 대기실에서 그것만 입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그 복장으로 댄버스 부인 연기해보라며 웃곤 하죠.
김승대 그럼, 액션물로 하죠! 홍길동이나 일지매. 저는 일지매의 오른팔을 하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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