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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키워드, 인터랙티브 마케팅 [No.85]

글|지혜원(뮤지컬 칼럼니스트) 2010-11-01 5,765

일방향적 마케팅만으로 관객을 끌던 시대는 지났다. 관객과의 보다 직접적인 소통, 참신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도입을 통해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적인 마케팅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마케터들은 오늘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Broadway’s marketing turns interactive.’ 브로드웨이의 마케팅이 일방향적 마케팅을 넘어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마케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2008년 12월 어느 날의 뉴욕 타임즈 기사 제목이다.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브로드웨이의 마케팅 방식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변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 전면 광고, TV스팟 혹은 라디오방송 광고, 옥외 광고 등 정형화된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은 물론, 웹 사이트와 이메일을 이용한 광고, 홍보 전략마저도 이제는 한물 간 마케팅 수단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마케터들의 고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들은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진화와 관객들의 변화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만 한다.


스마트 폰의 본격적인 보급 이후 국내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웹 환경의 변화와 함께 온라인 마케팅 역시 단순히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해 일방향적 광고와 홍보 효과를 도모하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점차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프로슈머(prosumer)가 중심이 되는,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에 놓이는 웹2.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온라인 마케팅은 점차 ‘개인적’인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친구’가 된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바로 마케팅이 시작된다. 인터랙티브 마케팅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직접적인 광고나 홍보보다는 좀 더 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고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그들이 바로 2차 마케팅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퇴근 후 타임즈 스퀘어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선 브라이언은 스마트 폰의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몇 분 뒤 뮤지컬 <라이온 킹>의 20퍼센트 할인 메시지를 받는다. 식사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브라이언은 레스토랑을 나와 <라이온 킹>이 공연 중인 민스코프 극장의 박스 오피스로 달려가 휴대폰 메시지를 보여주고 할인 티켓을 구매한다. 그리고 평소 보고 싶었던 공연을 만족스럽게 관람을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으로나 가능할 법한 이 모습은 실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브로드웨이는 움직이는 마케팅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넥스트 투 노멀>의 트위터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본지 제72호, 2009년 9월호 참조)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 시추에이션 인터랙티브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브로드웨이 공연들의 참신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지오로케이션이란 GPS가 가능한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친구들에게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거나, 아는 사람들이 추천한 장소를 찾거나, 클럽, 바, 식당 등 특정한 장소에 원격으로 체크인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가?’라고 묻고, 트위터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묻는다면, 지오로케이션 플랫폼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포스퀘어(foursquare)’, ‘고왈라(Gowalla)’, ‘브라이트카이트(Brightkite)’, ‘룹트(Loopt)’ 등이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아임IN’, ‘플레이스’, ‘시온’ 등 한국판 포스퀘어를 표방하고 나선 서비스 업체들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이중 특히 포스퀘어는 차세대 브로드웨이 공연의 마케팅 툴로 적극 고려되고 있다. 

 

 


포스퀘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각 브로드웨이 쇼들은 포스퀘어 내에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장소(venue)를 추가할 수 있다. 이를테면 ‘<라이온 킹>-민스코프 시어터’라고 장소를 입력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곳을 자주 찾아 체크인을 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특별 할인이나 사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체크인한 사람들의 친구들에게 자연스레 공연 홍보가 되기도 하지만, 이들이 공연과 극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코멘트하기도 하니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누군가 포스퀘어에서 특정 장소에 체크인하면 그 사람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자동으로 그 상태가 업데이트 된다. 포스퀘어 내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SNS와 연동하며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이점이 되기도 한다.

 

 


시츄에이션 인터렉티브의 대표 대미안 바자도나(Damian Bazadona)는 “이미 상당수의 공연 팬들이 포스퀘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의 몇 배에 달하는 입소문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잠재 관객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공연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덧붙이며, 포스퀘어와 같은 지오로케이션 기반 마케팅이야말로 잠재 관객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 관객들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키워나가는 새로운 마케팅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브라이언에게 보내진 티켓 할인 메시지’와 같은 방법은 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가령, 공연 시작 30분 전 당일 미판매분 티켓에 대한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공해 빈 자리를 채운다거나, 공연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발송해 기념품 판매를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앤 컴퍼니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전체 소비의 20~50퍼센트는 입소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공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고르기 전 많은 사람들은 관객 리뷰를 먼저 검토한다. 포스퀘어를 이용한 마케팅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방식이다. 대미안 바자도나는 “사람들이 어떠한 장소를 들고 나는 그 순간, 그들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그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포스퀘어의 가능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극장에 일찍 도착해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이 근처에 있는 친구의 관람을 유도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바자도나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포스퀘어가 브로드웨이 마케팅의 새로운 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지오로케이션 서비스는 확실히 마케팅의 흥미로운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40~60대 관객이 대다수인 브로드웨이 공연의 마케팅에 있어 과연 이러한 최신 트렌드를 활용한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넥스트 투 노멀>, <락 오브 에이지스>와 같이 젊은 관객층에게 인기 있는 최근 작품들과 <오페라의 유령>, <소야곡>과 같은 전통적인 작품들의 지오로케이션 마케팅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터랙티브 마케팅이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인터랙티브 마케팅은 다양한 방법으로 브로드웨이 공연 마케팅의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트위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크게 홍보효과를 본 <넥스트 투 노멀>은 이번에는 팬들에게 직접 이 작품의 뮤직 비디오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 5월 이들은 유튜브와 함께 ‘넥스트 투 노멀 유튜브 매쉬업 프로젝트(Next to Normal Youtube Mashup Project)’를 런칭했다.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톰 킷과 브라이언 요키는 작품의 삽입곡 중 4곡(‘I`m Alive’, ‘I Miss The Mountains’,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I`ve Been’)을 선정해 이 곡들의 피아노 반주와 가사를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제공했다.

 

‘이 반주에 맞춰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해도 좋다’는 조건에 따라 팬들은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디오 클립을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두 달여에 걸친 기간 동안 수많은 영상 작품들이 올라왔으며, 톰과 브라이언은 선발 작업을 거쳐 엄선된 영상들을 조각조각 엮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다시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비디오에는 수많은 팬들이 직접 <넥스트 투 노멀>의 노래를 함께 하는 모습이 메들리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팬들은 이것을 다시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업로드하였고, <넥스트 투 노멀>은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작품을 홍보할 수 있었다. <넥스트 투 노멀>이 제공한 것은 공연을 매개로 한 재미있는 놀이였으나, 이것이 바로 작품이 타깃으로 하는 젊은 관객층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전략적인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관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홍보에 나선 작품은 또 있다. 지난 2008년 다시 한 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헤어>는 지난 2월 ‘Hair eParty’를 런칭했다. 이 이벤트는 <헤어>의 엔딩 무대에서 관객들을 무대로 초대해 배우들과 어우러져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 순간을 고스란히 비디오로 촬영하여 공연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다. 촬영된 영상은 관객의 개인 이메일로 발송해 주기도 한다. 영상을 본 팬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어 본인의 이름을 태그할 수 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간단하게 업로드할 수도 있다. 관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헤어> 관람의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 자신을 뽐내고 싶은 이들이 앞 다투어 자신의 지인들에게 홍보를 하고 나서니 <헤어>의 마케팅 담당자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이 이벤트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자유와 평화를 테마로 하는 작품의 성격과 팬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매개로 하는 이벤트의 방식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 수단을 <오페라의 유령>이나 <소야곡>같은 작품에 적용했다면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인터랙티브 마케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각 작품과 주요 타깃층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기만 한다면 시도할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은 얼마든지 새롭게 개발될 수 있다. 

 

 

 

 

비영리 공연장에서도 강조되는 SNS 마케팅
브로드웨이는 물론 대부분의 크고 작은 비영리 단체들도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장기 공연으로 가지 않는 한, 일회성의 공연으로 끝날 수 있는 상업 공연보다 오히려 관객과의 오랜 관계 유지가 중요한 비영리 공연단체야말로 SNS를 통해 관객들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뉴욕 근교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하트포드 스테이지의 마케팅 디렉터 줄리 스태프는 “소셜 네트워킹이야말로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이것은 마치 모임이나 파티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친구가 되고, 더 가까워지게 되면 공연장의 관객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녀는 “주로 정보전달과 티켓판매를 위해 개설되었던 홈페이지와는 달리 소셜 네트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친구를 찾아 나서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티켓판매 보다는 장기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잠재 관객을 개발해 나가는 데 보다 힘을 쏟을 것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마케팅 예산이 적은 소규모 비영리 공연단체일수록 인터랙티브 마케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맺은 관객과의 관계들이 바로 2차, 3차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알타보이즈>, <마이 퍼스트 타임> 등의 프로듀서인 켄 데빈포트(Ken Davenport)는 인터넷 마케팅에서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제시한다. 주로 오프 브로드웨이 소규모 작품을 주로 제작해 온 그는 마케팅에도 직접 깊게 관여하는 프로듀서 중 하나이다. 그는 도메인을 확보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치 엔진을 활용하거나 PPC(Pay-Per-Click) 광고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기존의 방법 이외에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팬들과 어울려 활동하며 이를 위해 트위터나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처음 마케팅에 동원할 때, 마케터들은 SNS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인터랙티브 마케팅도 마찬가지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객이 원하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마케팅 방법을 활용한다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대형 프로덕션의 물량공세에 맞서기에 충분한 홍보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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