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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요셉 어메이징> 정동하, 정동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No.121]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3-10-08 5,310

정동하는 밴드 부활의 보컬이다.
2005년 부활의 보컬로 들어간 뒤 지금까지
그 자리를 맡고 있다. 몇 해 전 본지에서 부활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정동하는 눈에 띄지 않는
과묵한 사람이었다. 스스로도 학창 시절에는
집에서 서너 마디밖에 하지 않는 폐쇄적인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삶의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현재 그는 올초에
참여했던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이하 <요셉 어메이징>) 재공연에서
요셉을 다시 연기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초에는 부활 콘서트가 잡혀 있고,
간간이 미국 투어 공연도 한다.
이번 추석 특집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 레이싱 경기에도
간간이 출전한다고 했다. 기쁜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도대체 정동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새로움에 도전하는 즐거움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람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어떤 절박한 상태에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게 됐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즐기면서 방송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불후의 명곡>무대에서 고등학교 때 축제 공연을 준비할 때의 설레던 공기를 느낀다. 그때는 무대에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그런데 암흑기가 있었고 한동안 무대에서 즐기지 못했다. 이제 다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원래 도전하는 것을 즐기던 성격이었나?
부활 오디션이 거의 첫 번째 오디션이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오디션을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후회를 잘 안 하는데, 그때 충분히 깨지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된다. <불후의 명곡>을 거치면서 부딪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깨지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깨진다 해도 깨진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으로 삼아 더 단단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끝난 게 아니다. 끝은 내가 죽을 때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불후의 명곡>은 처음부터 즐길 수 있었나?
처음에는 부활 팀의 일원으로 ‘전설’로 출연했다. 그러다 미션에 도전하는 가수로 출연한 것이라 굉장히 걱정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볼 것인데, 무대에 서는 순간 증명될 것 아닌가. 무척 떨렸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까 재밌고 결과도 좋았다. 승패를 떠나 무대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그 기분을 느끼고 나자 깨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전에는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즐기게 됐다.


이전에는 왜 즐기지 못했나?
부활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우리 팀이 너무 유명하고 큰 산 같은 팀이니까 그 안에서 내 역할을 다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내 색깔을 찾는다거나 할 여유가 없었다.


노래하는 것이 즐겁다 보니까, 이제는 다른 일도 즐기게 된 것 같다. 피곤할 텐데 촬영을 즐기는 것 같았다(이날 촬영과 인터뷰는 연습이 끝난 저녁 9시가 넘어서 시작할 수 있었다).
맞다. 내 앞에 나타나는 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5월부터는 레이싱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생각이 있다면 출전하면 안 된다. 레이싱 연습은 못하고 경기에만 출전하는데,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다. 다음 날 공연 연습을 하거나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게 되는데, 몸이 피곤해서 다른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서 희열을 느끼고 그 에너지가 다른 일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무리가 되더라도 주어진 일을 반갑게 맞고 있다.


부활 멤버들은 뭐라고 하던가?
내가 이렇게 생활하는 걸 신기해한다. 활동이 많아지면서 부활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


즐겁지만 걱정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일이 많지만 즐겁게 해서 불안한 것은 없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은 참여하는 작품에 해가 될까봐 걱정이다. 아직까지는 한 작품에 몰입하는 것과, 다른 일에서 에너지를 얻어 하는 것이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하고 있다. 내 능력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만나다

천성적으로 노래를 잘했나?
음감이라든가, 음색 등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뜬금없이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퀸 베스트 음반을 듣다가 이런 팀을 만들고 싶었다. 건반을 지원했는데 남자 학교다 보니 건반 연주자가 없었다. 주목받는 게 싫어서 노래할 거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노래가 정말 재밌고, 창법 연구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때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놀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때는 홍대에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다가 제대하고, 당시엔 R&B가 대세라 R&B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는 작곡가 분이 부활 오디션을 봐보라고 해서 봤는데 합격이 됐다.


부활 보컬이면 굉장히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전까지는 기회가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찾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하겠다고 미친 듯이 보낸 시간들, 그때 만났던 작곡가, 그가 소개해준 부활 오디션. 부활이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단지 내가 거기에 이르는 길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을 뿐.

타고난 것보다 노력하는 스타일인가.
노트에 써놓은 말이 있다. “나는 존경한다. 자신의 한계를 느껴본 사람들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보다, 자신의 한계에 더 가깝게 다가간 사람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나의 한계를 느끼고 싶어서 부딪친다.

어린 시절의 정동하는 어땠나?
어려서 이사를 많이 다니고 내성적이다 보니 친구들과 사귀지도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루 종일 서너 마디만 하고 오랫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혼자 있다 보면 비교 대상이 없어서 자아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에 성격이 무엇이냐고 묻는 난에 잘 모르겠다고 썼던 기억이 난다. <불후의 명곡>처음 나갔을 때 자아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도전을 하는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그것이 내 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끝까지 모르고 싶다.


현재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얼마 전 아는 동생이 뜬금없이 이런 메세지를 보냈다. “위대한 이들은 목적을 갖고, 그 외의 사람들은 소원을 갖는다. - 워싱톤 어빙” 그래서 이렇게 답글을 보냈다. “너무 멀리 있는 목적은 소원이 되고, 다가가는 소원은 목적이 된다.” 늘 바로 앞에 있는 목적에 다가가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원이나 목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지금 반갑게 나타난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목적은 없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캐릭터라는 자아 찾기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 연기에 도전했다고 들었다.
그랬다. 슬픈 노래를 부른다고 치자. 그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일종의 속이는 거다. 속여야 될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내 것이라고 나만 속이면 진심이 드러날 것 아닌가. 나를 더 잘 속이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하게 된 것은 <요셉 어메이징>을 통해서다.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즐거움은 무엇이었나?
공연을 하면서 내가 힐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자체가 밝고 맑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 배우들도 그렇고, 관객들도 좋은 에너지를 받아 간다. 넘버 자체도 정말 좋다. 웨버와 팀 라이스가 젊었을 때 만든 작품이긴 한데, 천재들의 젊은 시절에만 나올 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다시 요셉으로 출연한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첫 번째는 경험이 많이 부족한 때였다. 공연 중에도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이 굉장히 달랐다. 마지막 공연에는 요셉에 근접해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 <잭 더 리퍼>도 하면서 계속 내 틀을 깨어갔다. 아마 이번에는 많이 다를 것이다.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이 생길 것이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요셉의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연습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랭구아르 역할은 노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바쁜 역할인지 몰랐다. 제일 바쁜 것 같다. 영상 볼 땐 안 보이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작품을 해설하는 사람이니까 중간에 춤도 추고, 계속 남아서 깨알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재밌다. 오리지널 연출과 안무와 작업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고.


원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무척 좋아해서, 오디션을 직접 찾아가서 봤다고?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인 줄 알고 갔다가 오디션을 보게 됐다. 프랑스 작곡가가 나를 보더니 클로팽이 딱이라고 했다. 가루(콰지모도를 맡은 프랑스 배우)도 처음에는 프롤로로 오디션을 보러 왔다가 자신이 보기에 콰지모도에 어울려서 그 역을 맡겼다고 했다. 내가 클로팽을 잘할거라며 유혹했다. 그래도 그랭구아르를 맡고 싶어서 다시 오디션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랭구아르 오디션 기회를 주는 대신 클로팽 노래도 준비해 오라고 했다. 이틀 후에 그랭구아르 노래를 불렀더니 허락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가수로서 느끼는 희열과 배우로서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의 차이가 있나?
캐릭터는 뚜렷한 자아가 있다. 캐릭터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다 보니 평소에는 잘 울지 않는 스타일인데, 독백을 하는데 눈물이 뚝 흐르더라. 연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완전히 몰입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인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일단 서 있는 것이 어색하다. 평소에 걸을 때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인데, 그런 게 무대에서 다 드러나더라. 한 연출가가 나는 목 위로만 살아있다고 하더라. 몰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목 위로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몸이 그것에 반응하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나 보다. 이것도 즐겁게 깨어가면서 연습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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