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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빨래> <리걸리 블론드> 김경수, 새하얀 스케치북을 펴다 [No.114]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3-03-12 7,021

배우 김경수를 보고 있으면 하얀 스케치북이 떠오른다.
어떤 색깔의 그림이든 그려 넣을 수 있는 순백의 바탕이 그에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빨래>의 솔롱고에 이름을 올려 기대를 더한다.
언제나 그러했듯 김경수는 가장 먼저 진정성을 가슴에 새겼고,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남자로 변모했다.

 

 

 

 

꾸밈없는 순수한 무대

김경수의 무대는 순수하다. 화려함보다는 꾸밈없는 매력이 눈에 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뮤지컬인 만큼 그는 먼저 자신을 비워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도록 순백의 마음가짐을 이룬 것이다. 그만의 때 묻지 않은 잔잔함은 강한 울림을 남기며 무대 위로 천천히 번져갔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경수는 군인 집안에서 엄하게 자란 평범한 학생이었다. 비록 뮤지컬과 거리가 먼 토목과에 진학했지만, 음악과는 제법 인연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 간 노래방에서 ‘She’s Gone’을 부르며 친구들에게 칭찬받았고, 그 계기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 통기타 동아리에 가입했다. 2002년에는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은상과 네티즌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음악은 취미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군대에 가니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죠.”


가수가 되기 위해 상경했지만, 소속 기획사가 부도나는 등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많았다. 좌절에 빠져있을 무렵 우연히 본 뮤지컬 한 편이 그의 길을 바꿔놓았다. “<지킬 앤 하이드>를 보게 됐어요. 태어나서 처음 본 뮤지컬이었죠. 정말 신기했어요. 의미를 정확히 살려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그는 뮤지컬을 보고는 그동안 자신이 빈껍데기로 노래해왔음을 깨달았다. “뮤지컬이 하고 싶어졌어요. 오디션 사이트를 뒤적이다가 다행히 노래로만 오디션을 보는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죠. 운 좋게 합격했어요.”


김경수는 2007년 <우연히 행복해지다>로 뮤지컬 첫 무대에 올랐다. “초연이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럼에도 정말 재밌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잘 만들 수 있을까 매순간 고민했죠.” 첫 무대의 경험은 그를 더 큰 뮤지컬 세상으로 뻗어 나가게 했다. “뮤지컬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곡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간 중간 어떤 감정을 넣어 불러야 할지 생각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참 재밌었어요.”


그는 두 번째 무대 <위대한 캣츠비>에서 주연을 맡아 캣츠비로 분했다. “이게 바로 프로의 작업임을 느꼈어요. 많이 배웠어요.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처럼 나도 언제가 내 생각을 담은 공연을 할 수 있기를 꿈꾸었죠.” 그는 배역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역할은 처음 맡게 된 거였어요. 정말 진심을 다했어요.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정성을 담으려 노력했죠.” 김경수가 캣츠비를 통해 얻은 사랑의 감성은 이후 <사랑은 비를 타고>의 동현, <겨울연가>의 상혁, <왕세자 실종사건>의 구동 등을 만나며 더욱 빛을 발했다. 특유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성은 역할들의 지고지순한 매력을 극대화시켜주었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리걸리 블론드>의 워너와 <빨래>의 솔롱고.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성향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역할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진짜 그 사람이 되자. 저는 그게 1번이에요. 그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연기를 할 수 없으니까요. 간접 경험이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요.”


<카페인>에서 소믈리에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와인 학원을 다니며, 각종 와인을 섭렵했던 경험 또한 배역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전작에서의 경험은 다음 작품을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처음 <리걸리 블론드> 연습할 때 힘들었어요. 저와 정서가 안 맞았거든요. 그래서 <카페인> 속 캐릭터를 많이 인용해왔죠.” 그 까닭에 김경수의 워너는 더 유들유들하다.


<빨래>의 솔롱고는 김경수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왔던 꿈의 역할이었다. “<빨래>를 처음 보고 펑펑 울었어요. 공연 보고 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작품이 지닌 따뜻한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는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꽉 잡으며, 유수한 배우들이 거쳐 갔던 솔롱고 역에 이름을 올렸다.


“막상 직접 연기해보니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솔롱고는 혼자서 공백을 많이 채워야 하는 역할이거든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요. 하지만 그 빈틈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재밌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그는 배역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대사에서 외국인 느낌이 너무 강하면 노래가 죽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이 갭을 섬세하게 줄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는 진짜 솔롱고가 되기 위해 무대 밖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몽골 관련 자료들을 다양하게 수집했고요. 몽골 타운에 직접 가서 몽골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맡은 작품 중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역할 같아요. 알면 알수록 제가 쉽게 건드려선 안 되는 역할이라는 걸 느껴요.”


기술보다 진정성이 먼저기에 김경수의 솔롱고는 더욱 순수한 인물로 구현될 듯하다. 나아가 김경수는 ‘말하듯이 노래하는’ 자연스러운 무대를 꾸리고픈 목표를 전한다. “뮤지컬엔 노래가 없는 거 같아요. 그 전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근데 <왕세자 실종사건>을 하면서 그 생각을 깼어요. 그리고 <레 미제라블>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어요. 뮤지컬에 ‘노래’란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요.” 순수함에 자연스러움을 더한다고 하니 그 무대가 더 기대된다.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경수. 어찌 보면 그의 소망은 처음부터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을까.

 

작품 이력
2007년 <우연히 행복해지다> 탈옥수 역
2008년 <위대한 캣츠비> 캣츠비 역
2008년 <그리스> 로저 역
2008년 <사랑은 비를 타고> 동현 역
2010년 <영웅을 기다리며> 사스케 역
2010년 <웨잇포유> 빌리 역
2010년 <카페인> 지민, 정민 역
2011년 <겨울연가> 상혁 역
2012년 <왕세자 실종사건> 구동 역
2012년 <리걸리 블론드> 워너  역
2013년 <빨래> 솔롱고 역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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