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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를 뛰어넘는 흥행을 기대하며 [No.126]

글 |이민선 사진제공 |창작컴퍼니다 2014-04-03 3,996

<공동경비구역 JSA>가 지난해 12월에 ‘창작산실 우수작품선’의 일환으로 열흘가량의 워크숍 공연을 치르자마자 관계자와 마니아들의 호응에 힘입어 발 빠르게 정식 공연을 올린다. 워크숍 공연 당시 탄탄한 드라마 구성과 묵직한 주제 의식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원작에 기댄 바가 크다. 이 작품의 원작으로 이병헌과 송강호, 이영애가 출연하고 2000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영화의 모티프가 됐던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가 뮤지컬의 뿌리다. 소설이라는 한 뿌리에서, 조금 다른 두 줄기 - 영화와 뮤지컬 - 가 뻗어 나온 셈이다.


소설과 영화, 뮤지컬 세 작품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던 남북한 병사들 사이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다. 북한군 오경필 상등병과 남한군 김수혁 병장은 총상을 입었고, 북한군 정우진 전사는 온몸이 난사당해 죽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남한의 특수 부대원 북파 공작이라, 남한 측은 북한의 납치 및 월북 조작 사건이라 주장한다. 엇갈리는 양측의 의견 중 진실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 수사관으로 스위스인 지그 베르사미 소령이 이곳에 파견된다. 진실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듯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던 두 사람은 베르사미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에 김수혁과 함께 근무한 남성식 일병의 증언이 더해지며, 살아있는 세 명(오경필, 김수혁, 남성식)과 죽은 정우진까지 네 병사의 국경을 넘은 ‘적과의 비밀 연애’ 스토리가 펼쳐진다. 총격 사건의 전말이 추리 형식으로 밝혀지는 사이, 베르사미의 아버지가 인민군 출신으로 한국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제3국으로 탈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DMZ』는 베르사미가 주인공인 일인칭 시점의 소설로, 베르사미가 회상하는 어릴 적 그와 아버지의 관계, 전쟁을 겪고 고국을 떠난 베르사미 아버지의 사연, 그리고 베르사미가 한국에 도착해 수사를 맡게 되는 총격 사건,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베르사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박찬욱 감독이 지휘한 영화는 이중 세 번째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남북한 병사 네 명이 모여 놀고 있는 북한 초소로 북한군 간부가 들이닥치자 이에 놀란 병사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고 이런 사실에 버거워한 남한 병사들이 자살한 것으로 매듭지었다. 하지만 이희준 작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뮤지컬은 원작의 중심에 선 베르사미의 등장 의미, 총격 사건의 진실과 결말을 되찾았다. 베르사미 아버지의 처참했던 과거사와 김수혁이 겪은 충격적인 총격 사건에서 동일한 주제를 반복한다. 증오가 아닌 공포로 인한 조건 반사로 행한 살인. 더불어 김수혁이 담당했던 정찰견 백두와 (원작에는 없었으나 뮤지컬에서 추가된) 김수혁을 총살한 군인들의 행동 패턴을 통해 주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한다.

 

남북 분단을 소재로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남북한의 네 병사가 우정을 쌓는 장면들은 굉장히 유쾌하고 따뜻하다. 드라마 전개에 충실한 음악에 대해 변희석 음악감독은 “격렬하고 장대하게 전쟁 분위기를 드러내는 한편, 순수한 젊은이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고 설명했다. 워크숍 때보다 공연장이 커진 만큼, 녹음 반주에 5인조 라이브 밴드의 도움을 받아 더욱 풍성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워크숍 공연 때처럼 기본적으로 빈 무대 위에서 시공간을 오가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시간의 이동과 정서의 확장에 조명의 역할이 커졌다. 무대는 전체적으로 북한과 남한, 베르사미를 중심으로 한 중립적 공간으로 나뉜다. 관객과 함께하는 ‘쪽지놀이’와 객석을 통한 앙상블의 등장 등 지난 공연에서 반응이 좋았던 연출들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베르사미와 오경필 역으로 추가된 이정열과 이석준, 그리고 이후 김수혁 역할로 투입될 오종혁 등의 참여로 배우들 간의 캐릭터 대결도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다. 워크숍 멤버인 정상윤과 임철수, 이기섭, 최명경, 임현수, 강정우 등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다.

 

2월 27일 ~ 4월 27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 749-9037

 

한 줄 평 : 문학과 공연의 예술성을 모두 담은 작품, 본 공연에서 얼마나 진화했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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