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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유럽블로그> 김수로·김재범·조강현, 함께 유럽 여행 가실 분? [No.113]

글 |이민선 사진 |이맹호 2013-02-13 5,290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허기 때문에 만년 여행자로 방랑하고 있는 종일, 사진 한 장을 갖고서 사진 속 장소를 찾아 훌쩍 떠난 동욱, 그리고 바람난 여자 친구를 만나러 비행기를 탄 석호, 우연히 유럽에서 만난 셋은 계획에 없던 동행을 시작한다. 각자 활동하다 ‘로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게 된 김수로와 김재범, 조강현 역시 오는 2월부터 함께 대학로를 여행할 채비를 마쳤다.

 

 

                              

장소협찬|b2 project (02-747-5435)


 

 

길 위에 함께 서다


기   자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 <유럽블로그>를 준비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실제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어느 도시가 가장 마음에 들던가요?
김재범 저는 사람 많고 북적대는 곳보다는 한적한 곳, 스위스가 정말 좋더라고요. 여행에서 느끼는 바는 각자 다를 거예요. 거대한 자연 속에 서 있다 보니,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바동거리며 살았나 싶더라고요. 내가 했던 고민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번 여행은 제게 위로와 위안이 되었어요. 이런 걸 느꼈다는 것 자체가 제겐 신기한 일이에요. 예전에 전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이 작품 덕에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죠.
조강현 모두 어렵게 시간을 내서 떠났고, 유럽에서의 일정도 무척 빡빡했어요. 그래서 출발 전과 여행 초반엔 내내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스위스 루체른에서 아침 안개가 살짝 낀 호수를 보고서 정말 머리를 한 대 빡 맞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보지 못한 세상에 이렇게 좋은 게 있었구나, 세상이 정말 넓구나!
김재범 예전엔 멋진 풍경도 사진으로 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가슴이 턱 막히는 그 느낌은 담을 수가 없더라고요.
조강현 그곳의 경치와 꽃들의 아름다움보다도, 내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 그곳의 상쾌한 공기에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순간들이 정말 좋았어요. 내가 좀 더 어릴 때 여길 왔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란 생각을 했죠. (일동 폭소)

 

기    자 그랬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강현 씨를 못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김재범 아마도 강현이는 장사를 하고 있겠죠.
김수로 이 친구들은 유럽 여행이 처음이라 초행자라면 누구나 반할 만한 곳을 꼽았는데, 저는 우리 여행의 종착지가 정말 좋았어요. (그곳이 어딘지는 <유럽블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작품이 잘되면 아마 많은 분들이 그곳을 찾아가지 않을까요.
조강현
 건물이 화려하거나 경치가 웅장한 게 아닌데도 정말 좋았죠.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험난했어요.
김수로 힘들고 고생스러울수록 기억에 남는 거야.
조강현 버스에서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멀미났어. 마피아게임. 와~ 수로 형이 너무 잘하세요.
김재범 게임을 넘어, 거의 FBI 수준으로 범인을 찾아내요. 전 매번 들켰어요. 게임만 시작하면 떨리고, 손에 땀이 나서, 휴~
조강현 그 근처 시실리가 마피아의 본고장인 거 아시죠? 대한민국 최초로 마피아의 고장에서 마피아게임을!
김재범 주위엔 그저 산뿐이고, 그 가운데 펜션 하나가 떡하니 있었어요. 밤하늘에 별이~
일    동 크~ 아~
김수로 자정에 그냥 올려다봐도 천국 같은데, 맥주에 거나하게 취한 새벽 두 시쯤 별을 보면, 뿅 가요, 아주.
김재범 그곳 사람들은 정말 여유롭더라고요. 오후에 햇빛이 촤악 비쳐드는 광장으로 할아버지들이 각자 개를 끌고 나와 이야기를 나눠요. 아, 나도 이 마을에 살면 어떨까 상상했죠.
김수로 바쁘게 일하다 어느 날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에요. 관광객도 많지 않고, 그때 머물렀던 펜션 주인들과도 친해졌거든요. 펜션에 손님이 한 팀만 와도 그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이야기를 건네주는 그들이 사는 걸 엿보니 정말 멋지더라고요.


기    자 평소 때 친한 사이라고 해서 여행 파트너로서 호흡도 잘 맞는 것은 아니잖아요. 함께 여행해보니 각자 어떤 스타일이던가요?
김수로 다 평소랑 비슷한 것 같던데요. 전 일단 잠을 잘 안 자요. 주위에서도 살다 살다 저런 괴물 체력은 처음 봤다고 하곤 하죠. 촬영 차 해외에 가서도 일이 끝나고 나면 시내에 나갑니다. 이곳의 야경은 어떤가, 여기 상점들과 사람들은 어떤가 보고 느끼고 싶어서요. 예전에는 많이 보는 데 치중했다면, 여행을 많이 다녀본 지금은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현지인 되기에 중점을 두죠.
김재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김수로를 보며) 저 사람이랑 함께 다녀야겠다, 난 여기 혼자 있으면 큰일나겠다, 이런 생각으로요.
조강현 재범 형은 유럽에서 더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재범 형과 같이 다니게 되는 거예요. 저는 영어를 잘 못해도 보디랭귀지를 써서라도 사 먹어야 하는데, 재범 형은 조용하고, 음, 잘 안 사 먹고.(일동 웃음) 둘 다 적극적이고 시끄러운 것보다, 한 사람이 조용하니 더 편했어요.
김재범 강현이는 유럽에 좀 놔둬야겠더라고요. 사진도 열심히 찍고 즐기는 게 보기 좋았어요. 저는 아직까지는 휴식이 좋습니다.
조강현   (재범 형은) 숙소에서 나가질 않아.
김재범 그래서 어딜 놀러가든, 펜션은 꼭 비싼 데로 잡으려 합니다. 기    자 세 분 모두 각자 맡은 역할과 상당히 닮은 것 같아요.
김재범 제가 연기하는 동욱 역시 예전에는 여행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없었어요. 종일(김수로 분)을 보면서 ‘형은 왜 저렇게 끊임없이 여행을 다닐까’ 생각했죠. 그런데 어떤 계기로, 십 년 전에 형이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리고 여행을 떠나서 생각이 달라져요. 그런 면에서 저랑 비슷하죠. 저는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젠 힘들 때면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조강현 도피?
김재범 도피, 도망, 아니거든. 이 친구는 원래 이렇게 깐죽거리는 캐릭터예요.
김수로 저는 실제로도 광적으로 여행을 좋아해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여행을 안 가면 죽을 것 같아요. 제 에너지원이죠. 우물 안 개구리인 저의 생각을 트이게 해주고,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게 돼요.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소재임에도 한계를 뛰어넘고 시도해서, 제가 좋아하는 걸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극단 연우무대를 찾아가 손을 내밀었죠. <인디아블로그>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연우무대로부터 빠른 시간 내에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지난 유럽 여행에서 촬영한 영상들을 공연에 활용할 겁니다. 여행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높은 제작비에도 개의치 않고(웃음) 관객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폭넓게 소통하는 데 중점을 뒀죠.

 

 

 

기    자 지금은 유럽 여행이 보편화돼서 많은 분들이 <유럽블로그>의 여정에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여행의 간접 경험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드라마도 원할 거예요.
김수로 석호(조강현 분)는 파리지앵과 바람난 애인을 찾아 떠납니다. 동욱은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후 여행길에 나서고요.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여행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행복이 뭔가 생각해보게 하고 싶어요. 굳이 비행기를 타야만 여행은 아니잖아요. 가까운 남이섬이나 양평 호숫가라도 찾아, 자신의 돌파구를 찾게끔 도와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재범 <인디아블로그>를 봤을 때, 이전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도가 어떤 곳일까 궁금해졌어요. 그렇다면 우리 작품도, 드라마에 대한 공감은 물론 배경이 되는 유럽에 가고 싶은 맘이 들게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쁠 것 같아요.
조강현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탈 때, 또는 떠나기 전날부터, 여행 앞에서 우리 마음은 무장 해제되는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도 관객들과 배우가 무장 해제를 한 채, 작은 것일지라도 같은 것을 보고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보고 느낀 것을 관객들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김재범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김수로 배경 음악은 물론, 뮤지컬 배우인 이 친구들의 노래도 무척 좋습니다. 저도 곁다리로 슬쩍슬쩍 거들고요. 4인조 라이브 밴드까지 함께하니, 정말 공 많이 들였습니다!

    

 

로브라더스의 이름으로      

                                           

기    자 세 분 모두 배우지만, 이전에는 프로듀서와 배우로서 만났다가 이번 작품으로 한 무대에 서는 동료가 됐어요. 게다가 모두 김수로 씨가 이끄는 매니지먼트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고요.
김재범 학창 시절에도 동기들끼리 ‘나중에 잘돼서 우리끼리 작품 하나 만들자’ 하곤 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에요. 편안하게 우리만의 작품을 만드는 느낌이 좋아요. 게다가 문제가 있을 때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보스가 옆에 있어서 좋고요. (웃음)
김수로   각자 다른 작품에 참여할 때는 통화만 하고 몇 달씩 못 보기도 하는데, 이렇게 옆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죠.

 

기    자 김수로 씨가 처음 공연 프로듀서로 나설 때만 해도 이만큼의 결과를 기대하진 않았는데 벌써 다섯 번째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프로듀서로 목표한 바는 무엇이고, 얼마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김수로 무형의 값어치는 무척 커졌어요. 아직 유형의 값어치는 예상보다 적지만. (웃음) 지금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시댄데, 내가 배우로서 입지를 놓지 않으면서 무엇을 더 하면 좋을까 고민했죠. ‘연기를 시작했던 무대로 돌아와,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멘토가 되자.’ 상업적으로는 태양의 서커스 같은 단체, 깊이를 생각했을 땐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같은 곳을 만들어보자는 게 제 목표예요. 아시아브릿지콘텐츠라는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서, 그 회사의 공으로 일 년 사이 제가 이만큼 컸어요. 앞으로 가능성을 따져봤을 땐 현재 좋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기    자 공연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를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인데요.
김수로 공연계나 영화계나 배우층이 넓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제작사가 좋은 배우들을 확보하고 있으면 굉장히 유리하죠. 작품을 만들 때 소속 배우를 우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 환경이 좋아지고,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작품이 잘되면 다른 배우들도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할 거고, 또 우리 작품을 호의적으로 보게 될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내부에서 충실히 운영하지 않으면 악순환 되는,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배우들이 섭섭해 하는 점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술 먹고 잘 풀고 있죠. (웃음)


 

기    자 지금 로브라더스에 속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관람 욕구를 자극하는 라이징 스타들이 많아요.
김수로 전 제가 남자를 잘 본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로 섭외했죠.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 때 김재범 씨를 보고 딱 회사를 설립해야겠다 결심했죠. 나도 코미디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쟤는 진짜 어떻게 코미디를 저렇게 하지’ 놀라웠어요. 이후로 직접 배우들을 만나고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서 조강현, 성두섭, 윤소호, 윤나무 등 여덟 명의 배우들로 가족을 꾸렸죠.


기    자 로브라더스의 강점이 있다면요?
김수로 굉장히 프리하다? (일동 폭소)
김재범 내가 소속사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동 웃음) 자유롭습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생겼다는 정도?
김수로 우리는 잘나가는 배우에게 날개를 달아주거나 그러지 않아요. 알아서 날아라. 대신 힘들 때 우리가 옆에 있어 주겠다는 주의죠.
조강현 보험 같은 거죠.
김재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간섭을 많이 하면 오히려 불편할 텐데. 작품을 고를 때도 저희 의견을 우선시하고요. 고민될 때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좋죠.
조강현 처음 회사에 대한 신뢰가 적을 때, 수로 형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너희에게 목숨을 걸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너희를 도와주겠다.’ 저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목숨 걸고 하고 있죠.
김수로 내가 그런 말을 했어? 그때 술 많이 먹었나봐~
김재범 그런 이야기 하기 쉽지 않거든요. 나중에 너희들이 힘들어지게 되면 누군가 너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냐고 하셨죠.
김수로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 성공하면 좋죠. 잘된 건 그들 몫이에요. 제가 돈도 더 많이 벌고 인기도 더 많았으면 하는 이유는, 이들이 잘 안 됐을 때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서예요.


기    자 <유럽블로그>처럼 로브라더스가 함께하는 공연을 앞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김수로 그럼요.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우리끼리 모여서, 서로의 향을 좀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일동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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