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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아이다> 새로운 무대가 찾아온다! [No.87]

글 |정세원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10-12-24 5,849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집트가 중앙아시아의 대부분을 식민지로 삼고 있던 혼란기를 살다간, 뮤지컬 <아이다>의 인물들 역시 그러하다. 한 여인으로서의 사랑과 누비아 공주로서의 운명 앞에서 갈등하는 아이다와, 권력을 향한 아버지의 야망과 자신의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이집트 사령관 라다메스, 그리고 오래 간직한 자신의 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용서라는 현실 앞에 놓인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이들이 각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선택한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오는 12월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아이다>는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이다의 이야기를 팝의 거장 엘튼 존과 뮤지컬 음악의 대표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의 콤비, 그리고 디즈니 씨어트리컬 그룹이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1998년 극 중 넘버 <복잡한 인생(Elaborate Lives)>이라는 제목으로 애틀랜타에서 초연하고, 작품을 기획한 지 6년여 만인 2000년 3월 마침내 브로드웨이 팔라스 시어터에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그해 토니상 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여우주연상 등 네 개 부문과 그래미상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는 기쁨을 안았다.


디즈니사의 다른 뮤지컬 <미녀와 야수>(1994), <라이온 킹>(1997), <타잔>(2006), <인어공주>(2007) 등과 같이 애니메이션을 기본으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브로드웨이 무대를 위해, 성인 관객을 타깃으로 제작된 첫 번째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아이다>의 특별함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연출가 로버트 폴스를 비롯해 무대 및 의상디자이너 밥 크로울리, 안무가 웨인 시렌토, 조명디자이너 나타샤 케츠, 극작가 린다 울버튼, 데이비드 헨리 황 등 토니상을 받았거나 노미네이트 됐던 실력파 크리에이티브 팀을 한데 모으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이다>를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차별되는, 더 연극적이고 모던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집트의 포로로 잡혀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공주 암네리스의 노예로 살아가는 아이다가 공주의 남편으로 내정된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함께 어둠 속에 갇혀 죽음을 맞는다는 익숙한 내용에 동양적인 윤회사상을 덧입힌 것도 그 때문이다. 덕분에 뮤지컬은 어둠 속에 갇혔던 두 사람이 새로운 세기에,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만나 또 한번 사랑에 빠진다는 시대를 초월한 러브 스토리로 다시 태어났다.


가슴 깊이 숨겨둔 주인공들의 열정과 갈등을 명료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담아낸 팀 라이스의 가사와, 소울, 팝, 재즈, 록, R&B, 가스펠, 발라드, 아프리카 리듬 등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섭렵하는 엘튼 존의 선율은 클래식한 느낌의 <아이다>에 가장 현대적인 빛깔의 옷을 입혀냈다. 그리고 그 음악은 작품의 무대, 의상, 조명, 안무, 연출 그 모든 것의 기초가 되고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팝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모던한 무대는 <아이다>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공연에 통일성을 주기 위해 항상 무대와 의상을 동시에 디자인하는 밥 크로울리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대신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서만을 남겨둔 채 무대 위를 비우고 그 여백을 소리와 빛, 그리고 배우들의 몸짓으로 가득 채워놓았고, 의상에서도 시대를 고증하기보다는 상상 속 세계의 느낌과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냈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일강, 나일강에 비춰진 야자수, 붉은빛으로 춤추는 누비아, 초호화 왕궁의 화려한 암네리스의 방, 터키즈 빛깔의 목욕탕, 순수한 하얀빛의 현대 박물관 등의 무대와, 인도 네루 스타일의 각진 어깨를 가진 병사들의 롱코트, 극 중 열두 번이나 옷을 갈아입는 암네리스의 다양한 드레스 등의 의상들은 총천연색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색감과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타샤 카츠의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조명은 무대와 의상의 선명한 색감을 더욱 풍성하게 살려주고, 아프리카 전통 춤부터 현대적이고 파퓰러한 MTV스타일의 춤까지 모든 스타일을 더한 웨인 실레토의 안무는 마치 대형 콘서트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Like Father Like Son’, ‘My Strongest Suit’, ‘Another Pyramid’ 등은 음악과 안무, 의상과 조명의 조화가 특히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이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아이다>는 3개월간 120회 원 캐스트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초연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100퍼센트 공수해 왔던 무대 세트와 의상, 조명,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고, 브로드웨이 스태프의 지휘하에 극장 환경에 맞춘 최신으로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더한 최고의 무대를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초연 당시 아이다 역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은 이후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올라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옥주현과, 지난 3월에 치러진 오디션에서 만장일치로 선발된 암네리스 역의 정선아, 라다메스 역의 김우형, 메렙 역의 김호영 등을 비롯한 스물일곱 명의 배우들이 초연 당시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 국내 연출과 브로드웨이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춘다. 인물들의 감정선에 맞게 수정을 더한 대본과 가사, 한층 실력이 향상된 배우들로 더욱 밀도 높고 완성도 있는 공연이 될 <아이다>의 새 무대가 기다려진다.

 

12월 14일~2011년 3월 27일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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