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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사랑은 정답없는 퍼즐게임 <아이 러브 유> [No.76]

글 |이민경(객원기자)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2010-01-12 5,939

보통의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다.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그 산물로 자식이라는 존재를 얻게 되고,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난 그들이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는, 이런 과정의 반복이 바로 인류의 보편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비단 남녀 관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의 그것을 의미하는 등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인 생애에 대해 그리며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낸 레뷔 뮤지컬이다. 극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함께 늙어가고, 세월이 지나 점차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과 배우자와 헤어지게 되는 순간까지 일련의 흐름을 담고 있다. 때문에 20개에 가까운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기보단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극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마치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떼다 옮겨 놓은 것 같은 현실감 있는 스토리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스토리를 택함으로써 무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최대한 좁힌 것. 이것이 바로 1996년 미국에서 초연된 이 공연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이자,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 구조 없이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극에서는 만남을 준비하는 순간에서부터 영화 취향, 쇼핑법, 운전 스타일 등 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남자와 여자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 있는데, 여기에 무미건조한 성우의 내레이션만 더해진다면 무대 버전 <남녀탐구생활>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이들의 모습을 (극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과장이 보태지긴 하지만)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은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남녀간의 연애가 왜 힘들 수밖에 없으며, 그들은 왜 끊임없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너무도 다른, 그래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변해간다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사랑이란, 꿈에 그리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완벽하지 않은 그 사람과 맞춰가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퍼즐 게임에도 비유될 수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사랑이란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맞추며 하나의 완벽한 그것을 완성하면 그만이지, 퍼즐처럼 어떠한 정해진 방법이나 답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여전히 우리에게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남녀들은 끊임없이 완벽한 동반자를 꿈꾸며 사랑을 찾아 나설 것이고, 그 사랑을 찾은 후엔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할 것이라고.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영화관, 커피숍, 홈쇼핑 방송국, 자동차 안 등 장소의 변화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 의자 4개로 드라이브 신을 역동적으로 표현해내는 등 아이디어를 적절히 활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다채로운 장소 표현이 가능하게 했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전체적으로 달콤한 분위기를 풍기는 무대에는, 중앙에 사다리꼴 형태로 만들어진 커다란 계단이 자리하고 있어 배우들의 등·퇴장로 혹은 극의 배경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4명의 배우들이 일인 다역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낸다는 점 또한 굉장히 흥미로운데, 20개에 달하는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캐릭터로의 변신이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극이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만큼, 직설적인 표현의 노래 가사는 재미를 더한다. 신과 신 사이의 지나친 암전으로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일반 공연과 달리, <아이 러브 유>에선 암전이 오히려 각 에피소드의 독립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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