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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성우, 사계절 푸르른 나무처럼 [No.112]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3-01-08 6,891

전성우의 시간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변신을 거듭했던 2012년에 이어 오는 새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류순호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대 위 전성우는 사계절을 맞이하는 푸른 나무 같았다. 2012년 <쓰릴 미>의 나를 시작으로 <밀당의 탄생>의 서동, <블랙 메리 포핀스>의 헤르만을 거쳐 <삼천>의 진장군에 이르기까지. 계절이 바뀌듯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그의 무대에는 단단함이 하나 둘 뿌리 내렸다. 변화를 거듭했던 시간들이 거름처럼 쌓였고, 배우의 푸르름은 더욱 짙어졌다.


어린 시절 연예인을 꿈꾸던 전성우는 부모님을 설득해 예고에 입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학교 연극 워크숍 공연이 그의 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주었다. “무대 위에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벅차오름을 넘어선 감정이었죠.” 그때 처음 느낀 무대를 향한 강렬한 이끌림이 오늘날 그를 무대 위에 서게 한 것이다.


전성우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해 차근차근 배우가 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 그리고 드디어 뮤지컬과 만나게 됐다. “학교에서 <코러스 라인> 공연을 했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참 즐거운 작업이었죠. 연극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뮤지컬은 무대 예술을 열망하고 있던 전성우에게 기회의 문을 먼저 열어주었다. 스승이었던 연출가 이윤택이 그에게서 배우의 잠재력을 발견해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하여 전성우는 2007년 <화성에서 꿈꾸다>의 어린 정조 역으로 데뷔 무대에 올랐다. “예술의전당과 경희궁처럼 큰 무대에 오르니 느낌이 새로웠어요. 어린 나이에 굉장히 큰 경험이었죠.” 당시 그는 성균관대 연기학과에 재학 중이던 스물 한 살의 학생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전성우는 군 제대 후 2010년 <화랑>의 무관랑 역을 맡으며 본격적인 배우 활동에 나섰다. 부드러운 외모에서 뿜어내는 그의 섬세한 고음은 2011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에른스트를 통해 빛을 발했다. “매 순간순간이 새롭고 살아있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었죠.” 그는 에른스트를 통해 배우로서의 변화를 일구어 갔다. “에른스트는 정말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였어요. 반면 제 성향은 그렇지 않았죠.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안에 에른스트의 모습이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이런 과정들이 저를 계속 발전시켰던 것 같아요.”


이후 전성우는 <쓰릴 미>의 나로 무대에 올랐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른스트에서 나로 이어지는 동성애 연기는 힘든 도전이었지만, 외유내강의 배우는 한층 농도 짙은 연기를 무대 위에 펼쳤다. “제가 한 작품들은 계절의 흐름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봄이면, <쓰릴 미>는 여름인 것처럼 단계별로 이어져 있는 거죠.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에른스트가 지닌 섬세함이 <쓰릴 미>의 나를 만나 더욱 짙어지고, 여기에 <밀당의 탄생>의 서동이 지닌 밝은 면이 더해져서 <블랙 메리 포핀스>의 헤르만이 되고…. 이렇게 단계별로 제가 맡은 배역들의 성향이 계속 덧붙여져 제 안에 고스란히 쌓이는 거죠.”

 

 

 

 

 

 

 

 

 

 

 

 

 

 

 

 

 

 

 

 

 

 

 

전성우는 훗날 경험들이 쌓여 이뤄낼 결실을 믿기에 새로운 배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밀당의 탄생>, <블랙 메리 포핀스>, <삼천>으로 이어진 서윤미 연출가와의 작업이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제가 믿고 따르는 분이에요. 서윤미 연출님과 작업하지 않았으면 계속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세 작품 모두 각각 색깔이 달랐기 때문에 제 안에 틀을 깰 수 있었죠.” 작업남 서동, 감성적인 화가 헤르만, 궁녀를 사랑한 무사 진장군, 모두가 개성 있는 창작뮤지컬의 인물인 만큼 전성우는 고민과 변화를 거듭하며 작품에 가까이 다가갔다. “창작뮤지컬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제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하려는 행동들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각기 다른 인물들을 흡수하는 과정은 전성우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로 성장시켰다.


새해 첫 시작, 전성우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관객들에게 또 한 번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남북한 군인들이 무인도에 표류되며 인간적인 믿음을 쌓아가는 이야기에서 전쟁 후유증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북한병사 류순호를 연기할 예정이다. “한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공황 상태에서 나오는 행동들을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 순호는 다양한 면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즐거운 작업이 될 거라 기대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무대 위를 걸어온 전성우. 이제 그는 관객들과 한층 더 가까워진 배우가 되었다. 사계절 내내 흔들림 없는 나무처럼, 서두르지 않고 하나 둘 무대 위에 뿌리 내린 단단함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열정과 시간이 빚어낸 배우의 값진 수확이 “한 번을 봐도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힘을 실어 주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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