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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뮤지컬이라는 외피를 두른 소극(笑劇), <락시터> [No.71]

글 |김유경(객원기자) 사진제공 |극단 오늘 2009-08-10 6,595

무더위로 지치기 쉬운 한여름에 시원한 웃음을 약속하며 무대에 오른 뮤지컬 한 편이 있다. 낚시터를 배경으로 즐거움을 마구 낚아 올리겠다는 의미가 연상되는 제목의 <락시터>가 그것이다. 30대 중반의 남자 ‘제복’과 60대 초반의 남자 ‘범하’가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인간군상의 등장으로 빚어지는 웃음을 다루고 있는 <락시터>는, 연출가 위성신이 희곡 ‘낚시터 전쟁’(이근삼 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으로부터 낚시터라는 공간만 가져오고 스토리는 전혀 다르게 코믹 뮤지컬로 각색하였다.

 

 

조용히 낚시만 하며 쉬고 싶은 제복에게 범하는 시시콜콜 말을 걸면서 귀찮게 한다. 제복이 범하를 성가시게 여기며 못마땅해 하고 있는 찰나, 요금 징수원 아주머니가 등장하여 둘 사이에서 푸념을 늘어놓으며 한바탕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진다. 그 이후에도 낚시왕, 다방아가씨, 불륜남녀,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각자의 얘기를 풀어 놓거나 제복과 범하 사이에서 대화를 이끈다. 하지만 제복은 범하를 단지 나이 든 사람이라고 여기며 소통의 벽을 쌓는다. 세대차이의 간극을 좁히려고 애를 쓰는 범하와 달리 제복은 시종 시큰둥하기만 하다. 하지만 극의 말미에서 범하의 유서로 인해 생기는 작은 소동으로 둘은 서로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고 화해 무드로 훈훈하게 극이 마무리된다.

 

이 공연은 뚜렷한 플롯 없이 멀티맨들의 등장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극을 진행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제복과 범하 외에 남녀 각각 1명씩의 멀티맨이 있는데,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완벽하게 변신을 하여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덕택에 초반에는 코미디로 단단하게 무장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멀티맨들이 등장했다가 들어가고 다시 등장하는 식의 구조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후반부는 지루함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공연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거나 기승전결이 없기 때문에, 멀티맨이 무대 뒤로 들어간 뒤에 남겨진 제복과 범하의 씬 중 일부는 단지 멀티맨들의 에피소드 사이사이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의미 없이 삽입된 장면들로 보이기도 한다. 세대차이나 한국 사회의 남자로서의 고민이 심도 있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웃음의 정도도 약하기 때문에 멀티맨의 등장만을 기다리게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에피소드를 줄여서 러닝타임을 밀도 있게 압축하여 효과적인 유머의 리듬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락시터>에서는 음악적인 완성도가 가장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 공연은 15곡 남짓의 넘버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곡이 멀티맨이 등장하면서 부르는 캐릭터 소개 음악에 가깝다. 애초에 이 공연은 서사 구조가 느슨하고 멀티맨의 에피소드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 또한 체계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거나 기승전결 및 클라이막스를 향해 배열되지 못하고 짤막한 가요 같은 곡들이 큰 연관성 없이 나열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특징적인 멜로디가 별로 없고 의무적으로 장면마다 한 곡씩 할당 받은 듯해서 송모멘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역할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진다. 그것은 이 공연에서 음악을 빼고 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락시터>에서 음악이 제거된다 한들 지금과 같은 공연이 진행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풍성한 선율의 기억에 남는 음악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뮤지컬을 관람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큰 아쉬움이다. 게다가

<락시터>의 무대는 세트의 변화나 소품의 활용이 거의 없어 무대적 연출을 보는 재미도 떨어진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는 유독 돋보인다. 특히 멀티맨의 이봉련, 오의식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인물마다 개성을 부여하며 관객들에게 질리지 않는 재미를 주고 상당히 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공연의 말미에 관객 중 한 명을 무대 위의 극에 참여시켜 애드리브로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라면을 먹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선택되어 무대에 올라 간 관객이나 구경하는 관객들 모두 조마조마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대사들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여름을 맞아 <락시터>에서 복잡한 생각들은 털어버리고 마냥 웃으면서 시원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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