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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콘서트와 뮤지컬의 경계에서, 뮤지컬 <오디션> [No.69]

글 |김유경(객원기자) 사진제공 |오픈런뮤지컬컴퍼니 2009-06-17 6,167

뮤지컬 <오디션>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밴드 ‘복스팝’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는 열정적인 음악이 있다. 지하 연습실에서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이지만 그들에겐 썩 괜찮은 보컬만 있다면, 앞으로 있을 오디션에 합격할 수도 있고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도 계속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소심하고 어리버리하지만 놀라운 작곡 실력을 가진 병태, 밴드의 리더인 준철, 말 없이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풍기는 기타리스트 찬희, 찬희를 사랑하는 게이 드러머 다복, 자칭 복스팝의 매니저라는 초롱,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다가 가장 늦게 복스팝에 합류하게 되는 선아 등, 여섯 멤버는 그저 음악이 좋고 연주가 좋아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에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며 꿈을 향한 달리기를 이어 간다.

 

<오디션>의 무대에는 특별한 장치나 화려한 세트는 없다. 다만 밴드의 연습실답게 한쪽에는 드럼이 있고 곳곳에 음향 장치와 악기들이 늘어져 있을 뿐이다. 한가지 꾸밈이라면 벽면에 붙어 있는 비틀즈의 포스터 정도랄까. 무대의 단출함은 조명의 효과로 라이브 카페나 오디션 장소, 찜질방을 연출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계단으로 이어진 2층의 작은 공간은 연습실의 옥상이나 PC방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결국, 이 작품은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음악 그 자체에 강한 무게감을 실을 수밖에 없고, 밴드의 연주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의 음악들은 굳이 나누자면 두 가지 기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뮤지컬 음악으로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거나 사건을 이끌어가는 기능을 하는 ‘내일을 믿어요’, ‘돌고래’, ‘소중한 사람’ 등의 곡과, 복스팝이 밴드로서 직접 연주를 하며 부르는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행동지침’,  ‘자기반성’,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등의 노래이다. 이러한 두 가지 구조는 절묘하게 뒤섞여 공연을 보는 관객은 밴드의 콘서트에 와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복스팝이 고군분투하는 극의 흐름에 몰입되기도 한다. 이처럼 <오디션>은 콘서트와 뮤지컬의 경계에서 능란하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밴드의 콘서트이기 보다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뮤지컬적인 요소에 적절하게 무게중심을 더 기울였다는 점이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극본, 작사, 작곡을 담당한 박용전 대표의 실제 밴드 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소외된 뮤지션들의 우울하고, 금전적으로 제약을 받기도 하는 생활이 리얼하게 극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오빠, 우리도 음악만 해서 먹고 살게 될까?” “조금만 먹어” 라는 초롱과 준철의 대화처럼 페이소스가 엿보이는 장면도 곳곳에 녹아 있다. 하지만 ‘고기예찬’을 부르며 등장인물들이 야채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일관된 분위기를 해치는 튀는 장면이기도 하다. 리얼리즘이 주된 맥락이었는데 판타지가 난데없이 불쑥 끼어든 인상이라고 할까. 극에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웃음 코드는 유머에 대한 강박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내러티브가 고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초연 때부터 병태 역할로 분했던 ‘이승현’은 성악 전공답게 안정된 노래 실력으로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특히 소심하고 무대 공포증이 있는 병태의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연기했다. 배우들의 실제 라이브 연주 덕분에 음악의 흥겨움은 배가되어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끄는데, 특히나 공연이 끝난 후의 커튼 콜은 이 공연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야말로 복스팝의 밴드로서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다가 콘서트에 대한 갈증을 느낀 관객이 있다면 마지막 커튼 콜 때 그 갈증을 모두 해갈하고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신나는 무대가 펼쳐진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지 포기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고 아름답다.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오디션>은 그래서 많은 소박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준다. 이것만으로도

<오디션>이라는 작품의 존재의 이유는 충분하다.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밴드가 해체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복스팝의 노래를 부른 병태와 선아의 모습은 계속되는 희망을 노래하고자 하는 이 공연의 엔딩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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