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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피맛골 연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No.84]

글 |이민선 사진제공 |세종문화회관 2010-09-13 5,692

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이라는 부제를 단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서울의 이미지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서울시의 의도에 맞춰 대본과 음악이 완성되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문 제작한 작품의 경우 실제 공간이나 인물에 대한 홍보색이 짙은 공연에 그치기 쉬운데, <피맛골 연가>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유희성 연출의 지휘하에 무대에 오를 <피맛골 연가>는 조선시대 종로의 뒷골목을 일컫던 피맛골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도 식당과 선술집이 즐비한 이곳은 종로를 지나다니던 관리들의 말을 피하기 위해 서민들이 다녔던 길이라는 의미로 피마(避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이 <피맛골 연가>의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8명의 지명 공모자 중 선발된 이에게 대본과 음악 작업을 맡겼는데, 그 임무는 극작가 배삼식과 작곡가 장소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열하일기만보>와 <하얀 앵두> 등을 집필한 배삼식 작가는 서출 출신의 선비 김생과 사대부 여인 홍랑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에 서민들의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사랑을 섞었다. 동서고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을 나누고 있음이 작품 전체에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가 전작을 통해서 보여주었듯 동식물에게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했다. 살구나무와 쥐를 의인화해 인간과의 교감을 꾀한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아량을 베푼 김생이 후에 그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은 설화 또는 우화의 느낌마저 준다.


장소영 작곡가가 <형제는 용감했다>와 <영웅을 기다리며>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귀에 익은 쉬운 멜로디가 관객의 귀를 편안하게 감싼다. 뮤지컬 넘버 ‘한 천년’과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 등에서는 한국적인 정서의 발라드를, ‘꽃의 노래’와 ‘얼치기 노래’, ‘숨어라 사랑아’ 등에서는 재치 있는 노랫말과 경쾌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막에서 활약하는 쥐들이 부르는 ‘우리는 남쥐’는 힙합 선율까지 시도하고 있어 <피맛골 연가>는 예상외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해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가 가미된 28인조 오케스트라가 흥과 한의 감정을 전한다. 이런 선율에 맞춘 안무 역시 다채로울 수밖에 없을 터. 신명 나는 전통적인 춤사위뿐만 아니라 재즈댄스, 힙합댄스 등 앙상블들의 활기 넘치는 움직임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안무는 <뷰티풀 게임>과 <영웅>, <모차르트!> 등 최근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란영이 맡았다.


비록 서출 출신이긴 하나 피맛골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심 좋은 김생 역은 박은태가 맡았다. <모차르트!>와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외국 작품에서 가창력을 뽐내온 그가 한국적인 색채의 작품에서는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죽어서도 김생을 잊지 못하는 홍랑 역은 조정은이 맡아, 단아하면서도 강단 있는 여인을 연기한다. 김생과 홍랑의 안타까운 사랑을 연결해주는 행매는 양희경의 몫이다. 오랜 세월 피맛골을 지키고 서 있는 살구나무 혼령인 행매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며, 마음 깊이 바라지만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초월적인 존재이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정령을 연기하는 데 그녀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피맛골 연가>에는 총 54명의 출연진이 참여한다. 주연들과 사물놀이 패를 제외하고도 상당히 많은 수의 앙상블이 무대에 오르는데, 그들은 피맛골 사람들로, 또 쥐로 분하여 제2의 주인공 몫을 한다. 서얼 청년, 생이별을 하게 된 연인, 또 은밀한 사랑을 즐기는 서민을 맡아 연기하는 앙상블을 눈여겨보는 것도 <피맛골 연가>의 재미 요소이다.

 

9월 4일~9월 14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02) 399-1114~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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