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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 웃기고 훈훈한 왕실 이야기 [No.124]

글 |송준호 사진제공 |알앤디웍스 2014-01-14 4,000

어느 나라나 불운했던 마지막 왕조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로 다가온다. 최근 몇 년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가 <엘리자벳>과 <황태자 루돌프>로 국내에 소개돼 많은 인기를 얻었고, <명성황후>에 이어 <잃어버린 얼굴 1895>도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재조명해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시대극의 공통점은 역사의 새로운 재현과 왕가의 위용을 보여주는 스펙터클 신이다. 이 때문에 이들 극에서는 대체로 객석을 압도하는 웅장한 서사와 넘버가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퓨전 사극처럼 코믹한 감각으로 우리가 아는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치있게 비트는 시도도 있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여기에 속한다. 서구 문물이 들어올 무렵의 구한 말, 대한제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질풍노도를 겪는 왕세자 순종의 이야기를 중심 줄거리로 삼았다. 극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다. 해설자는 자신의 증조부로부터 전해졌다는 이 책을 들고 등장해 잠시 후 순종의 내관으로 변신한다. 극은 이 내관의 정체가 사실은 영국 그룹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라고 밝히면서 엉뚱한 이야기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왕세자는 장차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과 자신을 들볶는 명성황후의 등쌀에 못 이겨 궁을 탈출하려고 한다. 이후 이야기는 ‘폴 내관’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가출에 성공한 순종과 궁궐의 해프닝을 담은 ‘왕세자 실종 사건’으로 흘러간다. 궁을 떠난 순종이 저잣거리 생활을 하면서 백성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줄거리는 기존 사극의 전개와 다르지 않다. 자칫 상투적이 될 수 있는 구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현대적 감각의 유머 코드다. 고종과 내시들 간의 은밀한 연락 수단으로 등장하는 ‘애수앵애수(SNS)’ 개그가 그것인데,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용어를 음가만 빌려 한자어로 의미 부여를 하는 언어유희다. 또 1901년에 조선에 왔던 독일인 음악가 에케르트를 1888년 배경의 극에 등장시킨 뒤 방치하는 등 실소를 자아내는 설정도 있다. 작품은 “뒤죽박죽 얼렁뚱땅 쓰인 <라스트 로얄 패밀리>”라는 가사를 들려주며 그런 상황들을 뻔뻔하게 정면돌파하는 과감함을 보여준다.

 

또 소재 면에서는 고종-명성황후-순종 등 조선 말기의 불행한 왕가를 다루고 있지만, 극성스러운 엄마(명성황후)와 힘없는 아빠(고종) 그리고 공부하기 싫은 아들(순종) 등 흡사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설정으로 극을 재편해 흥미를 자아낸다. 즉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역사의 충실한 재현과 그 무게감에 비중을 둔 사극이 아니라,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차용해 현대 가정의 모습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관심은 ‘고종’과 ‘명성황후’ 하면 자동 연상되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치맛바람’과 ‘조기교육의 폐해’ 같은 작금의 세태와 연관돼 있다.

 

이 통제불능의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풍자와 해학의 에너지는 일찍부터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지난해에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신예 콤비 전미현과 조미연이 극과 곡을 나눠 썼다. 이번 공연에서 해설자는 김태한과 박선우, 명성황후는 임진아와 구원영, 순종은 이충주와 인진우가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고종 역에는 지혜근이 출연한다.

 

1월 11일~2월 23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1577-3363

 

한 줄 평: 역사를 비집고 들어간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들이 돋보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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