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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아가사> 11일간의 아가사 크리스티 실종 사건 [No.124]

글 |박병성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2014-01-13 4,053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름 앞에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셜록홈즈와 루팡 등 추리소설이 유행했던 시기는 지났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끔찍한 살인 장면을 묘사해서 긴장감을 주는 대신 그 과정을 밝혀내는 데 초점을 둔다.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을 제시하지만 매번 예상 밖의 결말로 추리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의외성을 납득시키는 치밀한 구성은 오늘날에도 많은 독자들이 아가사를 읽게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일생에는 그녀의 소설만큼이나 미스터리한 순간이 있다. 바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썼던 1926년 말 갑자기 사라졌던 일이다. 당시 호수 근처에 그녀의 물품과 버려진 차가 발견되면서 자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언론은 집중적으로 그녀의 실종 사건을 보도했고, 그녀는 그 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11일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됐다. 아가사는 자서전에서조차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아가사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그리고 갑작스럽게 증폭되는 세간의 관심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인성 기억상실에 걸렸던 것으로 추측하지만, 일각에서는 책을 팔기 위한 술책이거나, 남편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뮤지컬 <아가사>는 바로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된 11일간을 상상하여 풀어간 미스터리물이다. 아가사 실종 사건을 추적해가는 인물로는 이웃에 살고 있던 꼬마 탐정 레이몬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던 아가사가 다음 작품으로 구상 중인 『미궁 속의 티타임』이라는 가상의 작품을 창조했다. 티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 소설은 아가사의 욕망을 내면화한 것으로 실종된 현실의 상황과 연결된다. 아가사의 새로운 작품을 미리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누군가에 의해 작품의 일부가 사전 유출된다.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은 아가사의 소설에 독자들이 땀을 쥐게 할 만한 리얼한 장면들이 없다며 작품을 도와줄 벨기에 출신의 사건 전문가를 초빙한다. 아가사는 스트레스를 받아 차를 몰고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하고 그때 주위에 있던 로이의 도움으로 인근 호텔로 옮겨진다. 그런데 로이가 바로 편집장이 말했던 벨기에 출신의 전문가였던 것. 독에 관한 관심과 살의를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면서 아가사와 로이는 서로에게 끌린다. 

 

한편 레이몬드는 아가사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중 남편인 아치벌드가 외도 중이란 사실과, 오랫동안 가족처럼 보살폈던 하인 베스에게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혹평한 신문기자 폴이 새로운 특종을 찾아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아가사의 원고를 뒤적이는 것을 목격한다. 이 세 사람들과 얽힌 관계가 아가사의 신작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1952년 아가사가 60번째 책의 출간을 앞둔 시점에 레이몬드가 나타나 1926년에 있었던 실종 사건을 추적한다는 형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독에 취한 아가사의 악몽과 현실이 연결되고, 비슷한 입장에 처한 다른 인물들이 병치되는 심리적인 방식이 종종 쓰인다. 타인의 미움이 얼마나 간단한 유혹에 살인으로 이어지고,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경계하는 작품이다.

 

한지안 작가, 허수현 작곡가, 김태형 연출이 참여해서 만들었다. 한지안 작가와 김태형 연출은 동화적인 뮤지컬 <안녕, 내 맘>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아가사 역에는 배해선, 양소민이, 로이 역에는 김수용, 진선규, 박인배가, 사건을 풀어가는 레이몬드 역에는 박한근, 김지휘, 윤나무가 캐스팅됐다.

 

2013년 12월 31일~3월 2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1588-1555

 

한 줄 평 :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 복잡한 극적 구조를 얼마나 명확히 무대화하느냐가 관건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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