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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친구> 과거가 아닌 현재 정서에게 어필해야 성공한다 [No.124]

글 |이민선 사진제공 |비오엠코리아 2014-01-13 4,085

지난 11월 29일 부산에서 개막한 뮤지컬 <친구>는 2001년에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동명의 히트 영화를 무대로 옮긴 것이다. 개막에 즈음한 11월 14일 영화 <친구2>가 개봉해 원작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게다가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 덕에 대중문화의 트렌디 아이템이 된 사투리와 복고는 <친구>의 핵심 마케팅 요소이다. 이만하면 신작 뮤지컬도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복고가 ‘먹히는’ 이유는 관객들의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직업 특성상 폭력 사건이 일상다반사인 <친구>의 주인공에게 대중이 공감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더불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개막한 데다 영화 다시보기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탓에, <친구>를 향한 관심은 다소 저조하다.

 

 

원작의 충실한 재현

 

1980~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남자들의 진한 우정 이야기. <친구>는 이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그만큼 주제가 명확하다. ‘친구 아이가’라는 광고 문구는 이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 역시 샛길로 새어나가는 일 없이 진득하게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수영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 같은 유치한 궁금증에 다 같이 목소리를 높이던 네 친구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고등학생이 되지만, 그들 사이의 끈끈함은 여전하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어른스럽고 싸움을 잘해 대장 노릇을 하는 준석, 둘째가라면 서러운 주먹을 갖고 있는 동수, 유쾌하다 못해 촐싹대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중호, 그리고 셋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우등생 상택. 넷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뭉쳐 있으면 하나같은 ‘친구’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캐릭터의 개성을 무난히 살렸고, 동수 역의 조형균을 비롯해 부산 출신으로 뽑았다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는 합격점을 줄만 했다.

 

준석은 자신과 가장 비슷한 동수를 살뜰히 챙기고 동수 역시 그를 따르지만, 학교 ‘통’의 자리와 첫사랑마저 준석에게 빼앗기면서 동수의 열등감은 점점 커진다. 성인이 된 준석은 아버지의 조직을 물려받고, 동수는 돈이 시급해 준석의 라이벌 조직에 가담하게 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조직원들의 알력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오해를 사게 된다. 십여 년의 세월을 두고 펼쳐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절친했던 두 친구가 불가피한 선택과 운명으로 파국을 맞지만 마음속 우정은 변함없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탄탄한 줄거리는 원작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간 보아왔던 ‘원작은 봤다 치고’ 식의 허술한 극작에 비하면, <친구>는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하고 친절하게 옮겼다. 오히려 원작 영화가 지적받았던 취약한 플롯이 뮤지컬에서 보완되었다. 영화에 비하면 뮤지컬에서 폭력성은 순화되었고 준석과 동수의 갈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둘을 둘러싼 조직원들이 연루된 험악한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에, 준석과 동수의 내적 갈등을 밀도 높게 다루지는 못했다.

 

 

원작 이상의 그 무엇의 부재

 

원작의 무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의 재현이 아닌 플러스알파다. 음악이든 안무든 무대 장치든,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그 무엇. 하지만 <친구>에서 그것을 찾아보긴 힘들다. 일단, 뮤지컬이라기엔 음악의 비중이 낮다. 여러 번 리프라이즈 되는 주제곡 ‘친구’를 제외하면 귀에 남는 곡이 별로 없다. 준석과 동수가 가끔 속내를 드러내며 부르는 솔로곡 외에, 인물들 간의 갈등 표현이나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의 기능을 하는 넘버를 듣기는 어렵다. 특히 1막에선 밴드 레인보우의 공연 장면과 ‘롤라장’ 장면, 영화 속에서 유명했던 시장 골목 질주 장면 등에서 배경 음악의 역할에 그쳤다. 음악은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보다는 한 장면이 끝난 후 무대가 전환될 때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친구> 하면 떠오르는 패싸움 장면은 안무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였으나, 역동적이고 실감나는 액션에 대한 기대에 못 미쳤다. 무대 장치의 도움 없이, 단순히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주먹을 치켜들고 칼을 찌르는 포즈로 긴장감과 광기 넘치는 수컷들의 전쟁을 표현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복고 정서를 품은 <친구>는 무대 비주얼에서도 과거로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주택 외관을 작화한 큰 입체 세트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시대에 뒤쳐진 인상을 주었다. 세트의 외벽을 열면 허술하게 장식된 실내가 드러난다. 실재하는 부산의 명소를 무대에 구현하는 데에선 더욱 한계를 드러냈다. 바닷가 야경이 그려진 스크린 앞에 덜렁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세트만 놓고 광안리를 표현하는 당황스러움이란! 장소를 상징하는 간단한 세트만으로는 넓고도 높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를 채울 수 없었을 뿐더러, 이는 시대 정서를 보여주는 의도로 볼 수도 없었다. 세련된 감각을 자랑하기보다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전략이라 하더라도, 낡기만 한 외양으로는 현재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뮤지컬과 상충하는 원작 영화의 매력

 

우정은 보편적인 주제다. 하지만 <친구>에서 보여주는 남자들의 우정은 극적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진 못한다. 나이 지긋한 관객들은 ‘옛날 생각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연령 제한으로 영화 <친구>를 보지 못했을 20대에서 30대 초반의 관객들에게 원작에 대한 향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뮤지컬 주관객층인 젊은 여성들이 ‘쪽팔리면 안 되는’ 건달들의 허세와 ‘시다바리’가 되길 거부하는 자존심 싸움에 열광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 중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네 남자, 그중 특히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두 남자의 우정과 배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연계 히트 아이템인 남성 2인극의 변형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둘은 부산 남자답게 너무나 쿨하고 강하다. 속내가 언뜻 언뜻 드러나긴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인색한 주인공들에게 모성 본능을 포함한 감정 이입은 허락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거칠고 강한 싸나이라도 여린 속마음을 보여줘야 여자들은 반한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도, 감싸주고 싶은 연약한 연인도 없다. 원작 영화는 날것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남자들이 신선함을 주어 흥행에 성공했지만, 남자다움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이 시대에 사랑보다 위계를 더욱 욕망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친구>에겐 원작에는 없었지만 현재 관객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고스트>가 첨단 기술의 무대로, <공동경비구역 JSA>가 ‘비밀 연애’ 같은 관계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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