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오페라의 유령> 극장 테크 리허설 첫째 날. 초연 이후 8년 만에 ‘그 무대’를 다시 밟는 순간 ‘마침내 이 무대에 다시 섰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군요. 더욱이 <오페라의 유령> 무대는 전세계에 네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트를 장기 사용해서, 세월의 무게가 주는 정서가 있어요. <오페라의 유령> 세트만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냄새가 있죠. 그날 초연 멤버였던 김소현 씨와 리허설을 하면서, 둘 다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요.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가수였던 저를 뮤지컬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라 제게 무척 소중한 뮤지컬이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죠. 아름다운 음악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웅장한 무대 세트. 관객들이 대형 뮤지컬에 기대하는 요소를 모두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니까요. 작품성과 더불어 이 작품이 지금껏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팬텀이라는 캐릭터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해요. 팬텀은 그의 난폭함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 자신을 연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공연 중엔 관객들이 팬텀의 아픔을 같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특이하게도, 멋진 왕자님 캐릭터인 라울이 아닌 어둡고 뒤틀려있는 ‘괴물’ 팬텀을 더욱 사랑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팬텀의 가면이 벗겨지고 추악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2막의 ‘돌이킬 수 없는’ 장면이 <오페라의 유령>의 하이라이트 신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이 장면에서 관객의 몰입도가 절정에 달하고, 많은 관객들이 울음을 터뜨리죠. 현재 투어 팀 공연의 흥행 소식에, <오페라의 유령>이 여전히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것 같아 기뻐요. 하루 빨리 한국어 공연으로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3월 24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577-336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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