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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앙코르] 배우 고영빈이 말하는 <리걸리 블론드> [No.112]

정리 | 배경희 2013-02-01 4,930


<리걸리 블론드>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원작 영화를 보게 됐어요.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을 터뜨린 장면은 엘 우즈가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마지막 법정 신이에요. 피고인이 살인 사건 당일 파마를 하고 샤워를 했다는 알리바이를 꾸며내지만, 엘 우즈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차려요. 외모에 관심 많은 금발 미녀 엘 우즈가 파마를 한 후에는 24시간 이내 머리를 감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놓칠 리 없죠. 지극히 엘 우즈다운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발상이 재미있었어요. 이 장면은 공연에서도 유쾌하게 풀어냈고요.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원작과 달랐지만, 3층 계단에 배심원들이 일렬로 앉아서 추는 안무가 재미있었거든요.


사실 <리걸리 블론드>는 작품에 대해 모른 채, 프로듀서의 설득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는데, 하기로 하고 나서 보니 워너라는 인물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웃음) 워너는 엘 우즈가 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완결 없이 사라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엘은 결국 에밋과 사랑에 빠지잖아요. 워너를 어떻게 표현하면 좀 더 설득력을 가질까 고민하다 재수 없고 못된 캐릭터가 아닌 단순하고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잡고 나서 연습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타인의 상처에 대해 무심하고 오로지 내가 중요한, 그런 단순한 사람 말이에요. 워너의 단순함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엘이 비비안에게 속아서 점잖은 분위기의 파티에 혼자 바니걸 복장으로 왔을 때, 눈 속에 하트가 그려지는 모습에서예요. 다들 우중층한 사람들 속에 혼자 반짝이며 나타난 엘이, 워너의 눈엔 예뻐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어쨌든 그 장면은 엘의 순수함과 당당함이 참 사랑스러운 장면인 것 같아요.   

<리걸리 블론드>는 유치한 정서를, 유치한 그대로 보여줘서 더욱 사랑스러운 공연이에요. 유쾌하고 발랄해서 여성 분들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성 관객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배우들 역시 작품의 기운을 받아 밝아지고 그 발랄함이 무대 위에서 표현되고, 그게 다시 관객들을 기분 좋게 하는 공연이고요.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서 즐겁게 작업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 3월 17일/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02-736-828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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