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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쟁을 녹인 희망의 노래 [No.112]

글 |나윤정 사진제공 |연우무대 2013-01-08 4,583

고난 속에서도 희망은 언제나 작은 씨앗을 품고 있다. 1950년 한반도를 총성으로 뒤덮었던 한국전쟁. 한민족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던 비극의 순간이 우리의 역사를 할퀴고 지나갔다. 그 시절, 암흑 같던 전쟁터에서도 희망이 피어날 수 있었을까?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서로 적이었던 남북한 병사들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싹 틔운 작은 희망을 노래한다.

 


이야기는 국군 대위 한영범이 인민군을 포로 수용소로 이송하는 특별임무를 부여 받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인해 이송선이 고장 나버리고, 배에 타고 있던 6명의 남북한 병사 모두가 무인도에 고립되는 처지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민군 류순호는 전쟁후유증으로 정신을 놓은 상태다.

 

적과의 동침에서 살아남기 위한 병사들의 잔인한 고군분투가 시작되고, 결국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영범과 그의 부하 석구는 인민군의 인질이 되고 만다. 그러던 중 영범이 악몽에 시달리는 순호를 위해 여신의 전설을 지어내면서 무인도 생활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신 이야기에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순호를 위해 병사들이 힘을 모아 일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대작전’을 펼치게 된 것. 순호가 배를 다 만들 때까지 병사들은 가상의 여신님을 위한 공동의 규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병사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여신님을 떠올리게 되고, 차츰 적군과 아군이 아닌 각자의 사연을 가진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 여섯 병사에게는 어느새 굳건한 믿음이 자리하게 된다.

 

한정석 작가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황산』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어왔다. 전쟁의 비극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한정석 작가의 이야기는 이선영 작곡가의 다채로운 음악과 더해지며 더욱 빛을 발한다. 오프닝 곡 ‘누구를 위해, 우리는 지금’은 전시 상황의 비장함을 극대화시키고, 순호의 노래 ‘악몽에게 빌어’는 형의 죽음을 본 뒤 공황상태에 빠진 순호의 과거에 짙은 슬픔을 더해준다. 특히 여신님의 존재를 믿는 순호와 그를 위해 가상의 여신님을 만든 병사들이 부르는 ‘그대가 보시기에’는 특유의 리드미컬함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반전시킨다. 이와 함께 병사들이 여신님을 향해 펼치는 능청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에게 밝은 웃음을 전해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독특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음악을 탄탄한 뿌리로 두고, 차근차근 진화의 시간을 다져온 기대작이다. 그간 작품이 쌓아올린 이력이 이를 증명해준다.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에 선정돼 처음 이름을 알렸고,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사업인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 최우수작에 당선되어 또 한 번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의 매력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여기에 혜화동1번지 연극 <카스텔라> 등을 연출한 박소영 연출가와 두댄스시어터 단원인 곽고은 안무가가 창작진으로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

 

여섯 명의 병사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무대 위를 꽉 채우는 만큼, 배우들에게 거는 기대가 또한 남다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대작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중요한 인물, 북한 병사 류순호 역은 전성우, 윤소호, 신성민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순호의 매력을 세 배우가 각기 어떤 모습으로 발현해낼지 관심을 끈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국군대위 한영범 역은 최호중과 이진규가 맡아 처세의 달인을 열연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과부 누나를 짝사랑하다가 징집된 남한 병사 신석구 역은 최성원, 홀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인민군 간부 이창섭 역은 임철수, 월남한 가족들 때문에 갈등하는 조동현 역은 지혜근, 여동생과 카바레를 차리는게 꿈인 변주화 역은 주민진, 신비로운 여신님 역은 이지숙이 맡아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1월 15일 ~ 3월 10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 744-709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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