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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뮤지컬 인사이드] <구텐버그> 꿈 꿔요, 모두 함께 [No.121]

글 |박병성 사진제공 |쇼노트 2013-11-11 4,618

뮤지컬 <구텐버그>는 창작자인 버드와 더그가 선보이는 리딩 공연 형식이다.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작품이 최초로 인쇄기를 만들어 활자를 보급한 구텐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두 작가가 수십 배역을 연기하는데 배역 이름이 적힌 모자를 갈아 쓰는 것으로 대신한다. 극 안과 밖을 오가며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꿈꾸는 일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는 등 작품이 내용도 그렇지만 이들의 퍼포먼스가 큰 즐거움을 준다. 배우들이 옷이 흥건히 젖도록 시종 무대를 휘저으며 열연을 펼친다. <구텐버그>를 연출한 김동연 연출에게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컨셉 자체가 기존의 뮤지컬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독특한 컨셉 때문에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리딩 공연 형식이 컨셉이다. 국내에서도 리딩 공연을 하는데 무료로 한다. 근데 컨셉은 리딩 공연지만 이 작품은 돈을 내고 보는 공연이다. 관객들에게 리딩 공연 형식이지만 돈을 내고 보게 할 만큼 완성도 있는 공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화려하게 해선 안 된다. 그래서 보통의 리딩보다 조금 더 열정적이고 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했다. 조명은 관객의 심리적인 면을 따라갈 수 있도록 보통의 리딩보다는 디테일하게 장면을 도와주었다. 그렇다고 무빙이나 특수한 조명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림자를 크게 해서 두 명밖에 없는 공간을 입체감을 주어 채우도록 했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리딩 상황이다. 관객들은 리딩을 보러 온 극 중 관객이 된다. 그렇다면 바로 리딩으로 들어가도 되는데, 작가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리딩 형식에서 좀 더 극적 요소를 만들기 위해 만든 설정이다. 비어 있는 극장이나, 다른 공연아 하기 전에 잠깐 빌려서 리딩 공연을 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버려져 있는 공간이 이들이 들어오면서 살아난다. 색깔이 없는 공간에 형형색색의 모자들이 놓이고, 색감 있는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한다. 꿈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죽어 있던 공간을 채워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제대로 갖춰진 공연이 아니라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연극성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질 것 같다.
한 배우가 모자를 바꿔 쓰면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데, 그것도 디테일한 매뉴얼이 없다. 직접 해볼 수밖에 없다. 배우들이 연습하면서 모자의 순서라든가 그런 것들을 자체적으로 정리했다.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 테이블, 스튤, 사다리 등을 대·소도구를 이용해서 장면을 꾸몄다. 특히 사다리는 극 초반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간감을 주고 인물을 확장하는 데 필요하다고 봤다. 버려진 아이디어도 많다. 카트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게 할까도 생각했는데 전환이 너무 많고 빨라서 모자 바꿔 쓰는 것만 해도 힘들었다. 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다른 배우는 뒤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안 나온다. 장면을 도와주는 배우를 한 명 더 등장시킬까도 했는데, 배우들이 먼저 둘이 하겠다고 하더라. 그게 이 작품에 맞으니까 그러라고 했는데, 정말 힘들다. 먼저 하겠다고 해서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더그와 버드가 많은 역할을 소화하는데 각 캐릭터의 목소리 톤이나 행동의 특징은 어떻게 만들었나?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끼가 있어서 스스로 만들었다. 나는 가끔 발음이 안 들리거나 캐릭터 사이의 특징이 겹칠 때 조정해주는 일을 했다. 헬베티카 같은 경우는 버그와 더그가 다 연기한다. 그럴 때는 한쪽 팔을 감싸는 행동 같은 버릇을 공유하기로 약속했다.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배우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목소리에 한계가 있고 그 목소리로 노래를 해야 하니까 조절을 했다.

 

 

더그와 버드는 작가, 작곡가이다. 이들이 연기를 하는 설정인데, 너무 완벽하게 해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일부러 어색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연기 지시를 주었나?
더그와 버드 각 인물에 먼저 접근하려고 했다. 인물에 대한 숙지를 하고 그 인물이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의도적으로 발연기를 하는 장면들도 넣었다. 실제 작가라면 이것보다 연기를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발연기를 두 시간 동안 보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연기 변화에 빠져 들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작가들이 연기할 때 특징이 있다. 메시지가 되는 대사를 강하게 발음한다는 거다. 극에 완전 빠져 있을 때도 의도적으로 특정 단어를 강하게 발음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창작자들의 연기 특성을 살려서 진실성을 주면서도 연기는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하도록 했다.

 

작품 내용 중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메타 뮤지컬적인 요소가 있는데 이러한 요소를 어떻게 보여주려고 했나?
등장인물이 작가나 작곡가이다 보니 캐릭터화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면이 있다. 아무리 잘나가는 뮤지컬이라도 해도 창작자들이 뒷담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가 들어가거나, 작품의 소재와 상관없이 큰 주제를 끼워 맞추려 든다는 등의 뮤지컬에서의 잘못된 행태를 풍자하려는 대목도 있다. 쇼스타퍼라는 용어를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텐데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배워가는 재미도 주려고 했다.

 

버드와 더그가 하는 리딩 공연의 내용이 구텐버그의 이야기다. 두 창작자의 이야기와 구텐버그의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구성된 구조다. 여느 액자형 구조와 다르게 외곽 액자틀에 해당하는 창작자의 이야기가 많다.
원래 대본에는 지금처럼 더그와 버드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원작에도 그런 요소가 있었지만 창작자들의 삶이 작품에 반영됐구나 하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원작에서는 쿠키 컴퍼니에서 쿠키를 훔쳐서 해고되는데, 비스킷으로 각색해서 ‘비스킷’이라는 노래와 연결시켰다. 더그가 고양이를 키우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작품에 고양이를 등장시킨 것도 그런 이유다. <구텐버그>에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더그가 한때 알콜중독자였던 점이 반영된 것이다. 여러 작품을 구상했다 불태우고 다시 쓰고, 불태우고 다시 쓰다, 인쇄기를 생각해서 <구텐버그>를 만들게 됐다는 대목도 그렇다. 두 이야기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이 작품은 결국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와 구텐버그의 이야기가 꿈이라는 것으로 연결되긴 하지만, 창작자인 버드와 더그가 극 밖에서 ‘꿈 꿔요 모두 함께’를 부른다.
약간 애매한 관계이긴 하다. <구텐버그> 리딩을 하면서 작가의 마음을 노래로 부르는 셈인데, 리딩 워크숍 형식하고는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 모두가 공연인 셈이다. <구텐버그>의 등장인물이 노래를 하는 것이자, 버드와 더그가 노래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중극인 <구텐버그> 자체는 이야기 구조는 빈약하다.
그 자체로는 구멍이 많다. 약간 의도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멜로디나 노래 구성은 재밌다. 드라마를 보면 음악을 위해 갑자기 비극을 만들고, 갑자기 격투를 한다. 그래서 음악이 다양해진다. 드라마를 세밀하게 풀다 보면 음악을 다양하게 풀기가 힘들어진다. 다양한 음악을 배치하기 위해 드라마를 일부 양보한 것 같다. 처음 작가들이 구성할 때 음악이 나오기 위해 드라마를 점프하고 생략하는 식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형식이 참신하고 재밌어서 우리 젊은 창작자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정식 대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관이 되어져 있는 극장에 낮에 공연을 하거나 비는 날 하는 식으로 공연했던 것 같다. 극장에 검정 천만 치고, 모자 깔아놓고, 조명을 살짝만 주고, 피아노만 한 대 있으면 할 수 있으니까. 해외 공연 비디오를 봤는데 그것도 정식 대관은 아닌 것 같았다.

 

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형식 때문에 관객들과의 교감이 큰 작품이다.
마이크에 땀이 자주 차는데 배우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원래 공연 형식이 그러니까 그런 것을 오히려 즐긴다. 초반에 찰스가 나와서 이야기 하는 순간 하도 떨어서 관객들은 무장해제 된다. (연기하는 건가?) 원래 수줍음이 많다. 지금 정도가 딱 좋으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당당해지거나 그러지 말라고 농담하곤 한다. 그런 요소 때문에 관객들이 응원을 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재공연 때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버드나 더그가 만들었을 법한 소품들을 더 넣고 싶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싶은 소품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자주 모자를 바꿔 쓰는 것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그런 재미있는 장치들이 작품 곳곳에서 나오면 새로운 재미가 추가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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