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토니상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위키드>가 아니었다. 한 떼의 인형들이 질펀한 농담을 쏟아내는 <애비뉴 Q>가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싹쓸이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센세이션의 조짐은 <애비뉴 Q>가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단 72회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며 시작됐다.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4년간 매진, 7년간 박스오피스 TOP 10을 유지하는 등 이 뮤지컬은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흥행 신화를 써왔다.
인기 비결은 참신한 상상력에 있다. 미국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 라는 호기심이 이 뮤지컬의 출발점이다. 뮤지컬은 뉴욕 맨해튼 외곽 가상의 거리 ‘애비뉴 Q’에 사는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9개의 인형 캐릭터와 3명의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개성이 강하다. 가진 거라곤 대학 졸업장 뿐인 청년 구직자 ‘프린스턴’, 만년 싱글인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몬스터’, ‘야동’ 예찬론을 펼치는 인터넷 중독자 ‘트레키 몬스터’,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글래머 가수 ‘루시’ 등이 그들이다.
캐릭터가 성인인 만큼 내용도 성인 버전으로 채워져, 청춘들의 고민과 사회의 부조리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엿 같은 내 인생!’, ‘사랑을 나눌 땐 마음껏 소리 질러’, ‘인터넷은 야동용이지’ 같은 대사에서 보이듯 <애비뉴 Q>의 인형들은 <세서미 스트리트>의 그것처럼 순수하지 않다. 그런데 이 별난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대담한 행동들이 예상 밖의 재미를 유발한다. 뮤지컬은 이들을 통해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개인의 은밀한 고민을 비롯해 섹스와 사랑, 청년 실업 문제 등 사회 보편의 문제를 두루 건드린다.
하지만 이런 민감한 내용들이 아무 부담 없이 유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또한 인형들 덕분이다. 대사는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의 입을 통해 전달되지만, 금기를 거부감 없이 소화해내는 것은 그 앞에서 움직이는 인형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이다. 물론 이처럼 인형의 표정과 대사가 자연스럽게 조화되기까지는 배우의 숙련된 인형 조종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손과 팔에 인형을 끼운 배우들은 인형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이고, 그것이 바라보는 대상을 함께 보는 식으로 높은 일체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조종술의 핵심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모습이 뻔히 보이지만 배우보다 앞의 인형이 돋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연진은 총 10주의 준비 기간 동안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인형과의 일체감을 높이는 훈련에 투자했다. 카메론 매킨토시가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뮤지컬’이라고 극찬하는 <애비뉴 Q>의 힘은 바로 이 인형과 배우의 높은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우에 따라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캐릭터를 표현하거나 두 배우가 하나의 인형을 함께 조종할 때가 있는데, 인형이 바뀔 때마다 순간적으로 목소리나 표정의 변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여주인공인 수줍음 많은 유치원 교사 케이트 몬스터와 팜 파탈 스타일의 루시를 번갈아 조종하는 칼리 앤더슨의 연기와 립싱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월 23일~10월 6일 / 샤롯데씨어터 / 1577-3363
한 줄 평: ‘영미권 유머’의 정서가 국내에서도 통해야 할 텐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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