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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이중신분을 가진 영웅의 탄생 [No.118]

글 |송준호 사진제공 |CJ E&M 2013-08-24 4,491


낮에는 한량으로, 밤에는 용감한 영웅으로. 정체를 감춘 채 이중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액션 히어로의 시작은 누구였을까. 신화로 전해 내려오는 초현실적 존재들을 제외하면, 그 처음은 아마도 ‘스칼렛 핌퍼넬’일 것이다. 헝가리 귀족 출신 작가인 바로네스 오르치가 창조한 스칼렛 핌퍼넬은 ‘별봄맞이꽃’을 의미하는 단어로, 프랑스 혁명 정권에 맞서는 비밀결사대의 리더 ‘퍼시 블레이크니 경’의 가명이기도 하다. 진짜 신분을 숨긴 영웅의 원조라는 점에서 ‘조로’보다도 앞선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평소엔 경박하고 태평한 귀족이지만 사실은 비밀결사대 활동을 하는 인물의 매력 덕분에 원작은 100년 동안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연극으로 올려져 2천 회 이상 공연됐고,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심지어 일본의 다카라즈카 극단 버전도 있을 정도. 또 퍼시의 연인 마그리트와 스칼렛 핌퍼넬을 뒤쫓는 쇼블랑의 관계도 프랑스 혁명기의 격동과 맞물려 풍부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번에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역시 상당 부분 이런 캐릭터와 서사의 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정된 원작이라고 해도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소설 『빨강 별꽃(The Scarlet Pimpernel)』이 소개되긴 했지만, 후배 격인 미국의 DC나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에 비하면 인지도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칼렛 핌퍼넬>은 이런 불리함을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선율과 정서로 상쇄하려고 한다.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다.

 

한국 관객의 감성에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해온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번에도 18인조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예의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을 선보인다. 퍼시와 마그리트, 쇼블랑의 삼각 구도에서 야기되는 신뢰와 배신, 용서와 화합의 감정 변화에 그의 극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덧씌워질 것임은 쉽게 예상된다. 특히 모험극의 요소가 강한 이번 작품에서 와일드혼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영감을 받아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거나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음악들을 삽입해 개성을 불어넣었다.

 

와일드혼의 히트작 <지킬 앤 하이드>에서 두 인물을 넘나드는 상황의 긴박감을 효과적으로 풀어냈던 연출가 데이빗 스완은 이번 작품에서는 역사적 고증에도 무게를 뒀다. 가령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과격파 로베스 피에르가 주도했던 공포 정치의 상징인 길로틴과 바스티유 감옥의 충실한 재현이 그런 것이다. 의상과 무대 또한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상반된 문화를 동시에 담아냈다. 이 시기의 앞뒤로 <두 도시 이야기>와 <몬테크리스토>, <레 미제라블>의 이야기가 포진해 있기 때문에 일련의 ‘프랑스 혁명 뮤지컬’의 흐름을 이해하는 텍스트로도 주목할 만하다.

 

퍼시와 스칼렛 핌퍼넬 역에는 박건형, 박광현, 한지상이 캐스팅돼 한국의 대표 스칼렛 핌퍼넬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또 마그리트는 김선영과 최성희, 쇼블랑은 양준모와 에녹 등 주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맡아 와일드혼의 노래를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7월 6일~9월 8일 / LG아트센터 / 1577-3363

 

한 줄 평: 낯선 캐릭터의 극복, 배우의 역량과 와일드혼 음악의 궁합에 달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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