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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투모로우 모닝> 보편성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혼 이야기 [No.118]

글 |송준호 사진제공 |창작컴퍼니다 2013-08-24 5,121

결혼과 이혼에 관한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개 ‘관계’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향하곤 한다. 두 명의 ‘나’가 ‘우리’가 되기 위해 겪는 시련의 과정들을 통해 ‘이상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교훈을 도출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교훈은 ‘초심’이나 ‘진정성’, ‘역지사지’ 등의 ‘정답’으로 수렴되기 일쑤다. <투모로우 모닝> 역시 이런 서사의 관습에서 자유롭지 않다. 각각 결혼과 이혼을 하루 앞둔 두 커플의 에피소드를 대비시키는 구조는 인상적이지만, 결국 사랑과 관계에 있어 초심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이야기는 진부함의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다.

 


대신 작품이 내세우는 것은 감각적인 무대 연출이다. 무대 위에는 침대와 소파, 책상이 고정된 채 뒤편에 네 개의 현관문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은 두 커플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공유의 컨셉이 이 극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각각의 문은 잭과 캣, 존과 캐서린의 순서로 배정돼 있는데, 그 문으로 드나들 때는 그 사람의 집이라는 설정이다. 각 문에는 원작의 노래 가사가 쓰여 있어 그 자체로 효과적인 무대장치가 되기도 한다. 앞 장면에서 다른 인물이 의미 없이 놓아둔 도구가 다음 장면에서 절묘하게 활용되는 아이디어도 재치있다. 이처럼 별도의 세트 이동이나 암전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면 전환은 극에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한 공간에서 남녀 관계의 시작과 끝이 상호 조응하는 형식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소재와 형식을 갖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두 남녀의 과거와 현재를 각각 역방향으로 전개시킨다면, <투모로우 모닝>은 남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오가며 초심과 변심의 상황을 시종일관 대조한다. 전자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을 중심으로 성별 입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투모로우 모닝>은 상대적으로 ‘관계’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문제는 각 남녀의 사연이 지나치게 상투적이라는 점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의 임신, 바람둥이 남자의 한탄, 잘나가는 아내에 대한 열등감, 더 이상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남편 등은 이미 지난 세기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결혼-이혼’ 관련극의 클리셰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를 극복할 만한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반전도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인 ‘투모로우 모닝’은 처음엔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변해’라는 노래로 남녀의 설렘과 불안감을 표현하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보자’로 바뀌어 활용된다. 그런데 이런 감정의 변화를 야기한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의외성 없이 정답을 정해놓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결국 배우의 힘에 기대게 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고음역대의 어려운 넘버들이 그 방증이다.

 

 

결국 초심만 되찾는다면 관계가 유지되고 개선될 것이라는 <투모로우 모닝>의 순진한 낙천주의는, 결혼과 이혼에 관한한 ‘사랑과 전쟁’의 구도에 익숙한 국내 정서에서는 나이브한 이야기로 비치게 된다. <투모로우 모닝>은 런던, 시카고, 뉴욕, 도쿄에서 공연될 당시 ‘생활밀착형 뮤지컬’이란 평가를 들었다. 어떤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남녀의 고민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극중보다 복잡한 사연을 지닌 현실의 남녀들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 극 속에서 잘나가는 직장인 아내와 실패한 프리랜서 남편의 엇갈린 처지는 현실적이지만, 작품은 이를 파고들지 않는다. 이들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것은 잭의 말처럼 ‘앞으로 잘할게’라는 한마디로 해결될 것도 아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봉합되는 관계의 상처, 또는 극의 결말이 개운치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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