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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태화강>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 시대의 사랑 [No.117]

글 |박병성 사진제공 |울산문화예술회관 2013-07-10 4,831

울산의 명물 태화강 주변에는 다양한 문화유적들이 많다. 그중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와 같은 해양 동물과, 호랑이, 사슴 등 육지 동물을 비롯 다양한 그림 300여 점이 새겨져 선사 시대 인류 문명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이다.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1965년 사연댐이 조성되면서 암각화가 물에 잠겨 수량이 낮을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훼손 정도가 심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이로 인해 문화재 보존을 주장하는 문화재청과 물 대책을 요구하는 울산시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뮤지컬 <태화강>은 현재 민감한 지역 사안인 태화강의 반구대 암각화에서 그림들이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앞서 길게 암각화의 보존 문제를  서술했지만 이 작품은 암각화를 소재로 할 뿐 문화재 보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고발극은 아니다. 뮤지컬 <태화강>은 울산을 상징하는 태화강, 그곳의 반구대 암각화와, 십리 대숲 등 울산의 자연 환경을 소재로 선사 시대에 안타까운 연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2010년 거창국제연극제 초청 공연으로 초연했고, 2012년 예수세계박람회에서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2012-2013 국립극장레퍼토리 시즌 국내 우수작 초청 공연으로 울산문화예술호관과 국립극장의 공동 주최로 만들어졌다.

 


태화강 나라의 왕자 울뫼와 초원의 나라 미리별이 주인공이다. 둘은 혼인을 언약했지만 미리별이 해부루에게 납치되는 바람에 둘은 헤어지고, 미리별은 해부루 제국에서 쇠불칸을 낳아 기른다. 태화강 나라의 호족의 딸 여울은 울뫼를 흠모해, 미리별과 갈라놓으려고 한다. 울뫼를 사이에 두고 미리별과 여울이, 미리별을 가운데 두고 울뫼와 해부루가 삼각관계를 이룬다. 선사시대 안타까운 사랑 뒤에 선사 시대 해양문화와 철기문화의 만남과 국가 내 호족들 간의 관계가 배경으로 설정된다.

 

뮤지컬 <태화강>은 근래 보기 드문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울산시립예술단 120명과 객원 출연진 30명이 포함돼 총 150여 명이 작품에 투입됐다. 이는 울산시립무용단, 합창단, 교향악단이 총 동원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근래에 이 정도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대 위에서 대규모의 숙련된 배우들이 품어내는 에너지는 관객을 압도한다.

 

이번 공연에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민영기. 배해선, 이정화와 오페라 무대에서 주도 활동했던 정지윤, 최대우가 출연하여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든다. 이외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주기 위해 최주봉, 이문수, 박윤희 등 중견 배우들이 참여한다. 제23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박용하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고, 국악적인 선율의 오케스트라 편성이 뛰어난 <화성에서 꿈꾸다>의 작곡가 강성구가 음악을 담당한다.

울산문화예술회관 개관 이후 최초의 기획 작품으로, 울산의 지역 소재를 살려 특히 울산의 문화예술 역량을 총 동원해낸 합동 공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태화강 일대의 자연 환경을 극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이것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문화를 좀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6월 28일~29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02) 2280-4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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