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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커피프린스 1호점> 영상물과 뮤지컬의 교집합과 여집합, 그 경계선의 고민 [No.103]

글 |정수연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2012-04-16 5,051

가벼운 로맨스를 소재로 삼은 뮤지컬을 보다 보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공연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작품은 극의 이야기나 이음새를 허투루 만지지 않기에 비슷한 느낌의 다른 공연과 비교해볼 때 확실히 완성도가 있다. 장르의 공식을 건성건성 대충대충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간편 매뉴얼 정도로 생각하는 안이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배우의 개인기로 작품을 채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공연은 더없이 허술해지게 마련이다. 그에 비하면 장르의 공식을 따라가는 작품은 기본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분명한 미덕을 발휘한다.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은 이러한 미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덕목이 곧 작품의 매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크게 흠 잡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확 끌리지도 않는다고나 할까. 이건 좀 답답하다. 소신껏 잘 만들었는데 왜 매력적이진 않은 걸까. 소위 말하는 ‘한 방’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그 작품의 맹숭맹숭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고 생각이 복잡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 자체는 복잡할 게 전혀 없다. 드라마를 봤던 관객이라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 데다가 재미의 포인트도 확실하고, 이것저것 다 모른다고 해도 달달한 로맨스 소재의 작품에 무에 그리 어려울 게 있겠는가. 사건과 관계가 아무리 꼬여봤자 십 분 이십 분 지나면 다 풀릴 일, 이런 소재의 작품을 복잡하게 바라볼 까닭은 없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발랄하고 달콤하게 즐기는 것이 이 작품을 보는 올바른 태도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꽤나 괜찮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럽고 그 주인공들을 담아내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자연스러우면서도 포인트를 살리는 연극적 과장이 서로 잘 어우러지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잔재미가 제법 쏠쏠한 것은 당연한 결과. 무엇보다도 TV 드라마를 소재로 삼았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이 작품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그 이유를 작품 자체에서 찾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나름의 재미를 일군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 자체가 아주 쫀득하게 잘 짜여있는 건 아니다. 일례로 17부에 달하는 TV 드라마의 이야기를 두 시간에 담아내느라 뮤지컬의 드라마는 지나치게 간결해져 버렸으니, 이야기 자체가 완만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야기의 초점을 남자인 척하면서도 한결을 사랑하는 여자 은찬과, 남자라고 생각하는 은찬을 거부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사랑하게 되는 한결의 러브 라인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더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 좋다. 그 안의 맥락만 잘 짜인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살아나야 할 주된 갈등은 한결이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되어야 할 게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기 자신을 인정했다가 배신했다가 고민했다가 포기했다가 결국, 끝내, 세상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는 그 결단! 그런데 이 작품 안에서는 그 부분이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로 그려지지 극을 이끌어가는 갈등의 축으로 부피감 있게 그려지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맥락이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것이,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은 오히려 은찬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이 되는 거다. 그래, 그것이 갈등이 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이 갈등의 해결이 너무 쉽고 간단하다. 그냥, 사랑이라는 이유로, 오 분도 지나지 않아서, 화해한다. 그럼 왜 그렇게 화를 낸담. 사랑했던 남자가 사실은 여자라는 거 알게 되면 더 좋은 거 아닌감. 사실 따지고 보면 변장과 오해, 탄로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장은 애초부터 이 작품에 없다. 홍사장은 고은찬이 여자라는 걸 원래 알았고, 노선기는 그냥 알았으며, 진하림과 최한결에게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면 목욕탕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모든 갈등은 더없이 안전하다. 이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은 오히려 코믹한 에피소드의 연속에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배우가 중요하다. 그러한 코드를 잘 살릴 수 있을 만한 배우가 있다면 이 작품의 짜임새는 본래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재범은 이 작품에서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선택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설렘을 이렇게 코믹하면서도 진실하게 보여주는 배우는 드물다. 고은찬 역을 맡았던 홍지희도 마찬가지이다. 노래의 수려함이 조금 덜해도 극의 맛을 살리는 연기 감각이 앞서는 배우에게 적절한 텍스트가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은 성공적이다.

 

그럼 질문을 다시 던져 보자. 이 맹숭맹숭함의 근원은 무엇이란 말이냐. 어쩌면 그것은 TV 드라마를 소재로 삼은 대다수의 뮤지컬이 갖는 공통된 문제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을 원작으로 삼을 때 영상물과 뮤지컬은 교집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소설 등의 문학 텍스트를 원작으로 삼는 뮤지컬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문학 텍스트는 시각성을 획득하지 않은 텍스트인 만큼, 공연화의 과정을 통해 시각적 입체화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기에 원작의 이미지라는 것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하지만 시각적 기호로 이미 관객에게 선보였던 영상 콘텐츠를 소재로 삼을 때 뮤지컬의 표현은 영상 콘텐츠의 범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러한 특성은 뮤지컬로서의 완성도라는 기준으로 볼 때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는 대다수의 관객은 이미 드라마를 봤을 테니, 내용도 알고 결말도 알고 이 작품의 깨알 같은 재미의 코드도 다 알 터이다. 뮤지컬에는 최한결이 왜 고은찬을 남자라고 오해하는지, 어떻게 최한결과 고은찬이 엮이게 되는지 잘 설명되고 있지 않지만 전혀 문제없다.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관객은 ‘익숙한 것을 다시 보는 재미’를 만끽하길 기대한다. 이런 재미야말로 대중적인 콘텐츠가 제공하는 미학적 쾌감일 것이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레전드로 회자되는 장면은 얼마든지 무대에서 재연돼도 상관없고,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대사가 그대로 사용돼도 안일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반복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다시 보기의 재미가 되려면 드라마와의 교집합이 아닌 뮤지컬만의 여집합이 빛나야 하는 법이다. 교집합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할 때, 자칫하면 드라마와 뮤지컬의 불행한 합집합이 나올 수도 있다. 재미가 자리 잡을 자리는, 뮤지컬의 여집합이다. 그렇다면 뮤지컬만의 언어로는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음악의 완성도가 뛰어날수록 작품은 도드라진다. 성공한 드라마에는 귀에 박히는 OST가 있게 마련이거늘 더군다나 뮤지컬에 그런 음악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니다.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은, 미안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것이 단지 이 작품만의 문제일까. 드라마의 디테일을 뮤지컬은 어떤 방식으로 자기화할 것인지, 드라마를 흥행시킨 매력 포인트를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할 것인지, 여집합의 구성물에 대해 고민할 것은 많고도 많다. TV 드라마는 눈으로만 볼 수 있지만 극장은 공감각의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현장감은 작은 것으로도 극대화될 수 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이야기이니만큼 무대에서 갓 내린 구수한 커피 향기라도 관객에게 선사한다면 어떨까.

 

<커피프린스 1호점>은 지금까지의 드라마 뮤지컬의 완성도에 비추어볼 때 평균을 웃도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집합의 능숙함이 교집합의 익숙함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뮤지컬의 원이 드라마와의 교집합을 넘어 여집합까지도 넉넉히 먹어버릴 수도 있을 게다. 앗. <해를 품은 달>이 나오는 건가.

 

※외부 필자의 기고는 <더뮤지컬>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3호 2012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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