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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닥터 지바고> 혁명 속에서 사랑은 구원이 될까 [No.100]

글 |이민선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2012-01-31 4,605

격변하는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아픔과 방황, 그리고 사랑은 시대와 국가를 달리하며 수없이 반복되었던 드라마다. 주인공들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딛고 세상을 버텨 나가는 힘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 개인으로선 불가항력적인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랑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때, 그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절실함은 밀도를 더해 간다. 20세기 초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담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 역시 그렇다. 이 소설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국내에선 초연되는 <닥터 지바고>는 제작 방식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1년 2월에 호주에서 세계 초연한 <닥터 지바고>는 미국의 프로듀서 아니타 왁스만과 호주의 존 프로스트, 그리고 한국의 신춘수가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작품이다. 인기 레퍼토리로 국내 관객을 만족시키면서도,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드림걸즈>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공동 제작하며 해외 뮤지컬 시장에서 활약을 부단히 시도했던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또 한번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작을 국내에 소개한다.


<닥터 지바고>는 199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시크릿 가든>의 작곡가인 루시 사이먼과, <저지 보이스>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데스 맥아너프가 선두에 서서 개발한 작품이다. 2005년에 맥아너프가 예술감독으로 있었던 라 호야 플레이하우스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6년 후 호주에서 정식 개막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라 호야 플레이하우스는 <토미>, <성공시대>, <속속들이 모던한 밀리>, <저지 보이스>와 <멤피스> 등의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 전에 작품 완성의 기반을 닦았던 곳이다. <닥터 지바고> 역시 차근차근 완성도를 갖추고 브로드웨이 히트작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호주와 한국 시장을 먼저 경험하고자 한다. <닥터 지바고>의 다음 계획은 당연히 유럽과 웨스트엔드, 그리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이다.

 


<닥터 지바고>는 세 남자가 사랑하는 한 여자와 두 여자가 사랑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1차 세계 대전 후 사회주의 혁명의 바람이 불어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 러시아에서 운명처럼 만난 유리 지바고와 라라를 중심으로, 토냐와 파샤, 코마로브스키의 관계가 얽혀 있다. 부르주아 출신에다 군대를 탈영했다는 명목으로 혁명 정부에 의해 목숨이 내몰린 유리, 그리고 혁명 전선에서 부르주아를 처단하는 파샤는 사회적으로 적대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드높은 벽은 엇갈린 사랑에 대한 분노 또는 두려움의 산물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사연과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던 원작의 드라마가 뮤지컬 무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지 궁금하다.


1막에서는 등장인물 정보와 역사적 배경 설명을 포함해 많은 사건들이 전개된다. 데스 맥아너프 연출은 다이내믹한 장면 전환을 위해 영화적인 접근을 하려 했다. 극 중의 시대를 기록한 영상을 활용하며, 오토메이션으로 움직이는 네 개의 벽과 샤막, 철도 플랫폼 세트 등을 통해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한 무대에서 연이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2막에서는 좀 더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각자가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의 끝에서 만난 사랑, 그 사랑이 구원이 아닌 더 큰 절망이 되는 안타까움이 극의 결말을 장식한다.

 

호주에 이어 한국 프로덕션에서 협력 연출을 맡고 있는 샤운 머피는 “마지막 20분간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 사이에 어떤 일들이 엮여 있었는지 드러나는데, 이 절절한 드라마를 관객들이 매우 좋아했다. 유리와 라라가 마침내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듀엣 ‘On the Edge of Time’은 한국 관객들도 반할 것”이라며 짙은 로맨스와 어우러지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에 대해 언급했다.

 


4.4도로 경사진 무대의 바닥은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장식돼, 실제보다 더 크고 깊어 보이는 효과로 대서사극을 소화해낸다. 혁명 전 부르주아들의 일상과 혁명 후의 암울한 상황은 드라마에 녹아든 조명과 시대상을 반영한 의상 등의 장치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표현된다.

 

유리 지바고 역의 홍광호와 조승우, 라라 역의 김지우와 전미도가 한국 초연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유리의 아내 토냐는 최현주가, 라라의 남편이자 혁명가 파샤는 강필석이 연기한다. 유리와 라라, 파샤가 부정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코마로브스키 역으로 서영주가 출연한다. 김봉환과 임선애가 토냐의 부모님으로 등장한다.

 

1월 27일 ~ 6월 3일 / 샤롯데씨어터 / 1588-521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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