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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원효> 현대적 템포와 만난 신라 명승 [No.98]

글 |정용탁(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 사진제공 |MMCT 2011-11-07 4,715

김승환 연출의 뮤지컬 <원효>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지난 4월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공연됐다. 이 작품은 MBC와 불교방송이 공동 제작 했다. <원효>는 11월 5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지난번 공연 중심으로 간단히 리뷰 또는 감상을 해보자. <원효>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감동이 있다. 이 작품엔 신라의 로망과 요석공주와 원효의 시대정신이 살아있다. 젊은이 취향의 현대화된 아주 빠른 템포의 스펙터클한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함께 즐겁게 관람하는 것이 놀랍다.

 


원효 하면 역사적 인물이라서 창작하는 쪽에서는 약간의 중압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효의 삶, 그리고 불교에 대한 바른 인식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학자 단재 신채호(1880~1936)는 “원효는 단군 이래 처음이면서 마지막 사상가다. 원효는 한반도 사상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우주다”라고 말했다. 이는 원효의 한민족사에서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실 원효는 요석공주와의 관계로 파계를 했음에도 한민족 불교사에 가장 존경받는 위대한 승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많은 불교 서적을 남긴 위대한 종교인이며 사상가이며 불교 전파자이도 하다. 하지만 원효의 이 위대함은 뮤지컬을 만들려는 입장에서는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짓누르기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는 몰라도 뮤지컬의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원효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는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에 대부분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그가 설파하는 법문보다는 요석공주와의 러브 스토리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위대한 신라학자 설총을 낳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의상과 당나라로 유학 가던 도중 토굴에서 잠을 자다 갈증에 깨어 바가지에 고인 물을 맛있게 마셨는데 다음 날 그것이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인 것을 알고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길을 돌려 신라로 되돌아온 사건이다. 뮤지컬 <원효>의 장점은 원효라는 인물의 삶과 사상, 불교에 대한 지식 중 최소한의 기본 골격만 유지하면서 새로운 현대적 의미의 원효 상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적이지만 때로는 세속적일 정도로 재미있는 인물로 끌어낸 것은 작가의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극본을 쓴 박선자와 최진원은 줄거리의 중심에 원효와 요석공주의 러브 스토리를 두고 춘추와 대토의 정치적 음모극을 배경으로 놓았다. 그리고 원효와 대토, 요석공주를 삼각관계로 설정하여 극적인 긴장감과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대사는 주로 요즘 말로 바꾸어 생동감과 동화성을 높이고 있이면서, 작품의 주제 ‘일체유심조’나 용서, 화해, 사랑을 격정적이며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인물의 성격을 단순화하면서도 흥미롭게 설정하여 극적 재미와 감동을 추구했다. 그리고 중요한 추상적인 주제는 연출자의 역량에 맡겨버렸다. 이 선택과 집중이 <원효>의 극본이 성공한 이유이다. 극본의 성공은 뮤지컬 절반의 성공을 의미한다. 연출자 김승환은 <선덕여왕>에 이어 이번 <원효>의 연출 방향을 역사극의 상투적 연극풍을 배제하고 젊은이들이 즐기는 빠른 템포의 뮤지컬로 설정했다. 역사극이지만 현대적 감각의 러브 스토리와 정치적 음모를 묘사하는 격렬한 액션과 모던한 춤, 그리고 곡예를 도입했다.  전통적인 느린 템포의 춤사위를 밝고 빠른 현대 무용으로 변환한 안무(이란영)는 관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를 회상하는 악몽 장면의 안무는 이 뮤지컬의 압권이다. <원효>의 성공에는 음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곡은 김현보가 했는데 그는 이전에 뮤지컬 <선덕여왕>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주제에 걸맞은 넘버들을 작곡했고 이를 이한나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부분적으로 편곡했다.

 


화려하고 장엄하면서도 다소 추상적이고 현대화된 무대, 황룡사의 실루엣, 사랑의 월정교, 해골 동굴의 세트는 로맨틱한 이 뮤지컬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물론 이를 살리는 데 조명(오승만)과 시각 영상(서용오)의 공헌도 크다. 관객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발상의 전환은 의상(강현주)이다. 의상은 모두 현대화한 한복인데 과거의 의상이라기보다는 미래의 패션쇼용 작품 같다. 디자인과 질감이 모두 세련되어 극 중 인물들의 품위와 격이 돋보이면서 성격 또한 확실히 살아난다. 그래서 현대극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극 중 인물들이 친숙하게 보인다. 원효의 머리 모양 또한 기발하다. 과거의 방식 같으면 삭발을 했거나 한 것처럼 특수분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원효>에서는 머리를 쓸어서 위로 붙이고 백발로 염색했다. 사실적인 것 대신 추상화한 것이다.


김승환은 이상의 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신라의 찬란한 문화와 국력을 무대 위에서 구현했다. 그는 한국적 뮤지컬의 형식에 관심이 많고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의 뮤지컬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공연에서는 초연에서 원효 역을 맡았던 이지훈과 서지훈 대신 홍경민과 김정민이 출연하고, 김아선과 선우가 맡았던 요석공주 역에는 배혜선과 이은혜가 캐스팅되었다. 무대도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국립극장으로 바뀌었다. 원래 공연물이라는 것은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내적 구성이 진화하고 무대 조건도 좋아지니 이번 앙코르 공연을 기대해볼 만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8호 2011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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