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캣츠> 젤리클 고양이 마을 30년 [No.96]

글 |박병성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2011-09-29 6,028

1981년 5월 11일 뉴런던 시어터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었다.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곳에서 역사적으로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캣츠>의 초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프리뷰 기간까지도 공연 관계자들은 <캣츠>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재앙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본 최악의 공연일 것이다. ‘cats is dog’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을 이어갈수록 관객들은 모여들었고 이후 웨스트엔드에서 22년간 8,950회 공연했다.

 


<캣츠>는 뮤지컬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공연이 성공하기까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일정한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닌 고양이들 저마다의 이야기로 묶여진 T.S 엘리엇의 우화시를 토대로 만들겠다는 시도부터가 평범치 않았다. 게다가 웨버는 이 작품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에비타>에서 호흡을 맞춘 작사가 팀 라이스와 결별해야 했다. 또한 <에비타>에서 호흡을 맞춘 관록의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에게 연출을 맡기고 싶었으나 해롤드 프린스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함께하지 못했다. 해롤드는 이 우화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빅토르 여왕과 그 당시 사회 계급을 상징하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웨버는 그런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은 인물이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젊은 예술감독 트레버 넌이었다. 당시 급부상하던 젊은 프로듀서인 카메론 메킨토시가 제작에 합류하면서 트레버 넌을 추천했던 것이다. 트레버 넌은 실험적이고 연출력을 인정받은 젊은 인재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형 상업 작품의 연출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나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뮤지컬 스타 주디 덴치가 공연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주인공 그리자벨라 역할을 일레인 페이지가 맡아야 했다. 이런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캣츠>는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런던 공연에서는 투자자들이 망설여서 초연 전날까지도 투자금 확보가 어려웠지만, 다음해인 1982년 10월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그 가치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미 런던 소식을 들은 대중들은 브로드웨이에서 <캣츠>를 만나고 싶어 했고, 사전 예매만 620만 달러를 달성해 당시 최고 사전 예매 기록을 세웠다.


브로드웨이에서 <캣츠>의 성공은 영국 뮤지컬의 점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다. 19세기 영국의 길버트와 설리반의 코믹 오페라가 미국으로 건너와 문화적 충격을 준 이후 미국은 뮤지컬을 발전시켜 오면서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해머스타인과 로저스가 활약했던 1940년대부터 20년간 뮤지컬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영국산 메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 브로드웨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뮤지컬의 종주국으로서 미국의 자존심은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 선봉에 선 작품이 바로 <캣츠>였다. <캣츠>는 브로드웨이에서 2000년 9월까지 18년간 7,485회 공연하였으며 브로드웨이 공연 수익만 3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오페라의 유령>이 그 기록을 깨기 전까지 10여 년간 최장기 공연 기록을 보유했다.

 


세계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캣츠>가 만들어진 지 3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캣츠>는 여전히 ‘Now and Forever’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세계 공연계에서 변하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도쿄에 <캣츠> 상설 공연장을 두고 여전히 인기리에 공연하고 있으며, 투어 팀이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캣츠>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엘리엇의 우화집을 토대로 만든 <캣츠>는 레뷔 형식의 작품이다. 고양이는 아홉 개의 삶을 가지고 있다는 서양 속담에 착안해 새로운 삶을 얻는 젤리클 고양이 선발 과정을 중심 플롯으로 삼아 재치 있고 장난기 가득한 고양이들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터프한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쥐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는 제니애니닷, 소란스럽고 문제를 일으키는 도둑 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늙은 극장 고양이 거스, 그리고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등 개성 강하고 흥미로운 고양이들의 삶을 각각의 쇼로 즐기게 한다. 푸치니의 아리아부터 롤링스톤즈의 록 음악을 연상시키는 음악까지 클래식, 재즈, 록, 팝,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은 다양한 성격을 지닌 고양이들을 표현하는 데 적절했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캣츠>는 아동극으로 폄하될 여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캣츠>는 의상, 무대, 안무, 음악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우화극의 한계를 극복한다. 실제 고양이와 흡사한 분장과 의상, 그리고 엘리엇의 유명한 시 ‘황무지’에서 착안해 무대를 고양이들이 노니는 황폐한 쓰레기장으로 꾸민 존 나피어(존 나피어는 당시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트레버 넌과 함께 활동하던 무대디자이너였다.)의 무대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갈 때까지 고양이들이 사는 환상의 젤리클 마을에 온 것 같은 판타지를 만들어준다. 실제 물건보다 3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무대 위의 물건들은 고양이의 눈으로 본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되게 크게 제작되었다. ‘젤리클 송’을 부르는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군무나,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가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는 듯한 발레,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고양이의 몸짓을 애크러배틱으로 표현한 유연한 텀블링, 그리고 공중에서 내려온 검은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가 한자리에서 수십 바퀴 턴을 도는 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갈채를 이끌어 낸다.


작품 속에서는 11마리의 고양이들이 각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조명받는데, 등장하는 모든 고양이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 사연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사용하는 향수도 다르다. 대사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움직이는 위치나 평소 행동에서 고양이들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기차 고양이 스킴블생크스와 제니애니닷은 부부라는 설정이고, 늙은 연극배우 거스가 예전 공연을 회상하는 ‘그로울타이거의 최후’ 때 그로울타이거의 연인인 오페라 가수 그리들본을 연기하는 제리로렘은 거스의 딸로 추정된다. 다양한 고양이들이 사람들처럼 고양이들끼리의 관계와 사연을 맺고 있다.

 


이처럼 각 고양이들의 관계들을 설정해두는 치밀함, 실제 고양이의 세계를 방문한 듯한  무대,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음악, 고양이의 움직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춤이 있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젤리클 고양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번 <캣츠>의 그리자벨라 역에는 최근 <나는 가수다>에서도 가창력을 뽐내고 있는 인순이가 출연한다. 윤복희 이후 역대 배우 중 가장 그리자벨라에 가깝다는 찬사를 듣는 그녀의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가창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박해미와 홍지민이 인순이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되었다.

 

9월 17일~12월 31일 / 샤롯데씨어터 / 1577-336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6호 2011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