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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맙소사에 간 리어왕> 이유진 작가·채한울 작곡가 [No.109]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장소제공 | 세븐스 헤븐 대학로점 (02-3675-4630) 2012-10-23 6,109

        

어처구니가 사라졌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을 보면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맙소사에 간 리어왕>은 용왕 가서 살아 돌아온 토선생의 후예, 아리수를 파는 봉이 김선달, 환웅과 함께 인간이 되고자 쑥과 마늘만 먹다 뛰쳐나간 호랑이의 후손, 그리고 장수하라고 지어준 긴 이름 때문에 단명한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워리워리세브리깡무두셀라구름이허리케인담벼락담벼락에서생원서생원에고양이고양이에바둑이바둑이는돌돌이 등 황당한 인물들이 등장해 부조리한 세태를 풍자한다. 황당한 이야기를 만든 이유진 작가와 채한울 작곡가를 만났다.

                                                                                                                      (좌 채한울, 우 이유진)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
만화가 리어왕이 그린 <맙소사 왕국>은 황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국보 맷돌을 돌려 유쾌하고 황당한 웃음이 넘치던 이곳에 갑자기 맷돌의 자루인 어처구니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간 드립으로 생명을 부지한 토끼의 후예 토선생은 골똘 왕국의 첩자인 한스 브링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김수한무는 만화가 리어왕을 데려와 자초지종을 묻는다. 토선생의 정갈한 똥에 반한 랑이, ‘침묵은 금이다’를 몸소 실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고 형이상학적인 춤을 추는 금녀, 혹을 두 개 단 후 소울에 충만한 음감을 가지게 된 혹부리 영감 등 맙소사 왕국의 황당한 캐릭터들이 어처구니의 행방을 찾는다. 맙소사 왕국의 숨겨진 야욕과, 어처구니가 사라진 어처구니없는 전말이 황당한 웃음을 안겨준다.

 

 

이 작품은 남대문 화재의 경험으로 ‘어처구니없다’는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발상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이유진
  변화가 많았다. 출발은 남대문 화재였지만 작품을 구상하면서 여러 일들이 영향을 주었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느냐며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것에 착안해 ‘당신에게 황당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맙소사 왕국에 가보시겠습니까’ 하는 식으로 도입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다. 이러저러한 다양한 생각들이 들어와서 지금의 기이한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황당함이라는 코드는 동일하지만 에피소드에 그치는 것들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컨셉은 무엇인가?
이유진
  글을 쓸 때 작품의 주제니, 철학이니, 이야기의 플롯이니 이러한 것들에 얽매일 수밖에 없더라. 전체를 얽어매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소재에서 출발한다. 황당한 소재들을 모은 것이지만 결국 이 세상에서 느끼는 부조리한 일들이고, 마당극처럼 판을 벌여 놀아보려고 했다. 배우들이 매번 등퇴장 하지 않고 무대가 미니멀한 열린 ‘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마당극의 ‘했다 치고’  방식으로 운용되었을 때 가장 원활히 굴러갈 수 있는 공연이다.

 

혹부리 영감이나 단군 신화에 나오는 호랑이, 댐을 손가락으로 막은 한스 브링크, 봉이 김선달, 김수한무 등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이유진
  일단 인물들을 모아놓고 어떤 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인물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 인물들을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각 캐릭터들은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다. 전사(前事)에서 발생하는 힘들로 관계가 얽히게 되고, 새롭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들이 지닌 원래의 이야기들이 꼬여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들어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유진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혹부리 영감처럼 기본적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황당한 사연을 가진 루저들이다. 황당하긴 하지만 유쾌함을 주는 건강한 황당함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황당한 상황에 놓일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살폈다.


 

맙소사에 있는 맷돌을 돌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래서 모두가 그것을 찾기 위해 만화가 리어왕까지도 데려온다. 맙소사 인물들은 어처구니가 없어진 것에 대해 놀라고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작품 속에서 그것을 왜 찾으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유진
  어처구니가 사라지기 전과 이후를 대비하고, 이것을 왜 찾아야 하는지 이유를 부여한다면 너무 설명적이다. 작품 속에서 어처구니는 한인이 내린 국보라고 설정해 두었다. 맙소사는 맷돌이 돌면서 건강한 황당함을 주는데, 어처구니가 사라지면서 맙소사에 뜨악한 황당한 일들이 생기게 된다. 관객들은 맙소사 왕국이 원래 어떤 곳인지 몰라서 이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건강한 황당함과 부조리한 황당함의 차이를 모르겠다.
이유진
  부조리한 황당함은 일종의 정치적인 문제인데, 황당강을 넓히는 사건처럼 그 시기에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담았다. 장자연 씨 사건이라든가 우리 사회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황당한 사건들이다. 이러한 일들로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토선생은 이런 부조리한 황당함을 만들어내는 인물로 그렸다.


오히려 우화적인 스토리에 사회 풍자적인 이야기가 겉돌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시의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흥미로웠다. 독특한 말투도 각 캐릭터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 랑이의 시크한 말투라든지.
이유진
  기본적으로 캐릭터마다 말투를 달리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졌다.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구조이다 보니 음악들이 대부분 ‘아이엠송(I`m song, 캐릭터를 설명하는 노래)’이었다.
채한울  지금의 드라마 구조에서 이렇게 풀어가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가 가장 재미있다. 혹부리 영감은 혹에 소울이 충만한 양반이니까 소울풀한 음악으로 표현했고, 또 유제윤 배우가 그런 것을 잘 소화해냈다. 김수한무는 양반 자제이다 보니 이 곡을 한국적이라고 하면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그런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또한, 귀신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어서 딱 붙는 코드 진행이 아니라 떠돌아다니게 했다. 토선생은 이번 리딩 공연에서는 강한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원래는 센 척하지만 사실은 겁 많은 캐릭터다. 그래서 ‘산토끼’ 음악을 패러디 한다거나 가볍게 편곡하는 식으로 캐릭터에 맞춰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음악에 패러디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을 패러디 한 부분은 큰 즐거움을 주었다.
채한울
  대본에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있어서 패러디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측면도 있다. 이 부분만 패러디로 가면 이상하니까, 상황이나 캐릭터에 따라 ‘한국을 빛낸 위인들’, ‘산토끼’ 같은 노래를 패러디 해서 사용했다.
혹부리 영감의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다. 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그것이 노래의 원천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캐릭터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것이 드라마에 들어가게 되면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이유진  이야기 자체가 구근 식물 스타일의 이야기다. 이야기 구조가 직선이나 원형이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연관을 주고 있는 뿌리에 열매가 얽혀 있는 것 같은 구조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좀 더 느슨해야 한다. 기존의 이야기 구조를 탈피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 작품은 어처구니가 없어졌고 그것을 찾으려는 초목표가 분명한 이야기 구조이다. 무대화 이야기를 해보자. 이야기가 서사적이어서 무대화한다고 가정할 때 지금의 독회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유진
  학내(한예종)에서 ‘융복합 공모전’에 선발돼 독회로 공연한 작품이다. 이미 여러 차례 독회를 거치다 보니 독회용 대본으로 정제되어서 그런 면이 있다. 김수한무가 물에 빠지는 장면은 거대한 강강수월래로 보여줄 생각이다. 무대에서의 동선이 큰 움직임이나 액션들이 정리된 대본이다 보니 그렇게 보인다. 분명 서사적인 요소는 있다. 그것을 어떻게 무대 언어로 풀어갈지가 숙제인 것 같다.


음악들이 대부분 한 곡 안에서 일정한 분위기보다는 변화가 큰 곡들이 많았다.
채한울
  이 작품은 말의 재미가 크다. 아이디어 하나로만 가면 지루해질 것 같아서 음악이 변하면서 재미있는 말맛을 살렸다. 최대한 인물들이 변덕스럽다 생각하고 패러디를 주는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기보다는 상황을 끊으면서 변화를 주었다.


편곡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채한울
  곡들의 스타일이 다양하다. 어떤 곡은 한국적이고, 어떤 곡은 소울 느낌이 충만하다. 그런데 사용할 수 있는 악기는 제한적이다. 이런 맛을 살릴 수 있는 소규모 편성이 필요했다. 어찌 보면 다양한 음악 스타일의 교집합을 찾는 편성이었다. 그러면서 곡이 심각하지 않도록 장난스러운 가벼운 악기들을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한 악기가 멜로디언이랑, 실로폰 두 종류, 젬베, 스네어, 피아노, 트론본 등이다. 이를 악사 네 명이 연주했다. 다들 잘하는 악사들이라 특별히 요구할 것은 없었다.


다시 공연을 한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은?
이유진
  어처구니가 사라지기 전과 후의 차이를 짧은 시간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 황당함이 불편한 황당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목에 리어왕이 나오니까 이 인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더라. 주인공이 왜 저래 하는 반응이었다. 리어왕은 관찰자이자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관객과 좀 더 밀착된 캐릭터로 바꿔볼까 한다.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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