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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천상시계> 하늘이 내린 천재의 꿈 [No.108]

글 |김영주 사진제공 |아트브릿지 2012-09-17 4,676

궁궐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 <대장금>을 경희궁 숭정전에서 공연했을 때, 야외 공연으로 인한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은 긴 시간 동안 역사의 공간으로 같은 자리를 지켜왔던 궁궐에서 공연을 본다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경이 되는 공간과 작품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궁 뮤지컬 시리즈의 2012년 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천상시계>이다. 2004년 아르코극장에서 초연을 하고 2006년 재공연 이후 6년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천상시계>는 세종조의 천재적인 과학자 장영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명성황후>나 <대장금>이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고 분위기에 맞는 동양적인 선율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악이었던 것에 비해 <천상시계>는 정악과 민속악을 두루 사용하여 음악적으로도 공간과의 어우러짐을 기대해볼 만하다.

 

5천년 역사에 빛나는 성군의 시대, 세종 치세를 밝힌 천재 중 한 사람이지만 천출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고, 결국 왕의 가마가 내려앉는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옥에 갇힌 후 역사 속에 기록을 더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인물 장영실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인물이다. 관기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오직 실력만으로 왕의 총애를 받으며 조선의 황금기를 여는 데 일조한 그의 삶은 분명 흥미진진하지만 과학자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낭만적인 상상력이 필요했다. <천상시계>에서는 장영실의 첫사랑이자 그의 가까이에 머물기 위해 관기가 되어 장악원에 들어온 예성, 그리고 명나라의 황족 주하가 역사의 기록만으로는 부족한 이야기를 채우게 됐다.

 

조선만의 주체적인 문물을 양성하고자 했던 세종의 꿈과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장영실의 열정, 그리고 장영실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조선을 견제하라는 임무를 저버리고 발걸음을 돌린 주하의 의리,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예성의 순정, 아들을 천출로 만든 관기라는 신분에 대한 죄책감과 예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어머니 덕진의 모성애는 하늘을 읽는 법을 깨우치려는 조선과 이를 막으려는 명나라의 갈등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12성부 25인으로 이뤄진 합창단과 함께하는 24곡의 뮤지컬 넘버는 남사당 사물놀이 보존회 전수자 서후석과 크라잉넛의 3집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줄리에게 박수를>에 작곡가로 참여했던 박수환이 함께 작업했다. 국악이 오히려 낯선 젊은 관객들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만한 곡들인데 특히 장영실과 예성의 사랑을 담은 ‘나는 네게 별과 같은’은 화려하지 않지만 애틋한 어린 연인의 감정을 잘 담아냈다. 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전통 연희도 ‘고궁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작품을 진두지휘하는 방은미 연출은 ‘원래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넘는 작품인데 야외 공연의 특성을 고려하여 1시간 40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극의 완급 조절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장영실의 발명품이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해 제공하는 정보가 많지만 세종과 장영실의 첫 대면처럼 위트와 서정이 함께하는 매력적인 순간들이 관객들을 집중하게 할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무대로 돌아온 중견 배우 최종원, 영화감독 출신의 여균동, 연극배우 김재한이 세종 역에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장영실 역에는 <겨울연가>의 전재홍, 예성 역에는 <잭 더 리퍼>로 이름을 알린 최수진이 출연한다.

 

 

 

2012년 9월 5일 ~ 10월 1일 / 경희궁 숭정전 / 02) 741-358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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