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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영웅> 송상은, 만개하는 오월의 꽃처럼 [No.109]

글 |배경희 사진 |배임석 장소협찬 | 카페 서랍 (02-762-9501) 2012-10-16 5,458

 

<스프링 어웨이크닝>, <블랙메리포핀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송상은이 연기해 온 캐릭터는 모두 어린 소녀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을 하는 것”이 그녀의 선택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영웅>의 십대 소녀 링링으로 무대에 오른다.

 

 

신인 배우의 탄생 공식은 두 가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훌쩍 성장해 자신을 알리거나,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등장하거나. 지난여름 우리 앞에 나타난 송상은은 후자에 속한다. 그녀는 청춘을 표상하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여주인공 벤들라를 맡아 무대에 첫발을 내딛었고, 데뷔작으로 신인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이만하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화려한 등장이다.


금세라도 눈물이 고일 것 같은 착한 눈망울과,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묘한 눈빛을 동시에 간직한 배우. 가녀리지만 유약해 보이지 않는 이 매력적인 소녀를 마주하자, 송상은이 어른들의 위선에 희생당하는 순진무구한 소녀 벤들라를 연기하기에 얼마나 어울렸는지 실감하게 된다. “내가 벤들라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생기를 띠고 말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나 아니면 벤들라를 연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패기를 가지고 오디션 장에 들어섰고, “프로덕션에서 생판 모르는 스물한 살짜리 여자애를 캐스팅하는 큰 결심을 해주신 덕분에” 꿈의 역할을 따낼 수 있었다. “제가 오디션 볼 거란 이야기를 했을 때 아빠가 ‘나한테 기댈 거 아니지? 네가 알아서 해’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안 기대거든?’ 내가 못하면 ‘빽’으로 들어왔다는 소리 들을까봐 오기로 더 열심히 했어요. 피땀 흘려가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아버지인 배우 송영창(그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어른 역으로 출연했다)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만약에 내가 붙으면 아빠는 이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미 계약이 돼있어서 다른 도리가 없대요. 어쩔 수 없이 같이 출연했지만, 좋았죠.” 잠시 뜸을 들이던 송상은이 비밀 이야기하듯 속삭이며 말했다. “사실, 부모님 앞에서 연기하는 게 진짜 쑥스럽거든요. 힘든 점도 있었어요.” 그녀는 어려웠던 점에 대해 자세히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버지 앞에서 노출 연기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조차 거리낌 없는 그녀를 보면서 언젠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프로듀서가 그녀를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에겐 신인 배우에게 기대하기 힘든 대범함과 침착함이 있어요. 그건 본능적으로 타고난 거예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주목을 받은 그녀가 차기작으로 고른 작품은 중장년 주부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는 <넌센세이션>이었다. 공연의 절반이 애드리브 연기로 이뤄진다. 이제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신인 배우의 선택이라고 하기엔 의외라 그 의도가 궁금했는데, 정작 그녀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듯했다. “어두운 작품을 하고 나니까 밝은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친구들이 보러 가게 <넌센스>는 꼭 해야 된다고 하셨거든요. (웃음) 아빠도 대선배님과 함께 공연하는 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하셨고요. <넌센세이션>을 하면서 관객과 호흡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배웠어요.”


<넌센세이션> 이후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블랙메리포핀스>에서는 한없이 어두운 아픔을 간직한 안나를 연기했고,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밝고 톡톡 튀는 고교생 혜주를 연기했다. “안나나 혜주, 다 제가 처음이잖아요. 초연 창작뮤지컬을 하면 어렵긴 하지만, 내가 만들면 되는 거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이 역할을 한 사람은 외국에도 없잖아요.”


뭐든 “일단 해보지 뭐”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송상은의 현재 가장 큰 고민은 공연을 앞두고 있는 <영웅>에서 ‘어떻게 하면 더블 캐스트인 십대 소녀에게 밀리지 않고 귀엽게 보일 수 있는가’다. 그리고 처음으로 출연하는 대극장 공연을 마치고 나면 열심히 놀면서 연말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너 진짜 어린 나이에 고생했다, 제 자신이 대견스러워요. 하도 쉬지 않고 작품을 계속하니까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도 들었잖아요. 네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면 쉬엄쉬엄 하라고요, 으하하.” <내 마음의 풍금>이나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녀가 인터뷰 때마다 하고 싶은 공연으로 언급했던 작품들. 그 사이 다른 목록이 늘어난 건 아닐까. “<레 미제라블>, 진짜 하고 싶거든요.” 무대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에 “아마 만날 거예요”라고 송상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확신에 가까운 목소리로.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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