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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풍월주> 바람과 달이 머문 자리 [No.104]

글 |박병성 사진제공 |CJ E&M 2012-05-16 4,519

뮤지컬 <풍월주>의 기대 심리가 높다. 아직 제대로 선보이지 않은 창작뮤지컬이 티켓 오픈하자마자 프리뷰 티켓이 매진되는 등 뮤지컬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작이 유명하거나 스타 캐스팅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풍월주>에 관심이 높은 것일까? <풍월주>의 인기는 본지 2월 호 ‘서베이’ 코너에서 올해 기대되는 창작뮤지컬을 묻는 질문에도 알 수 있었다. 응답자 중 40%가 <풍월주>를 선택하면서 그 기대감을 짐작하게 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3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리딩 형식으로 선보인 후 연말 갈라 콘서트를 통해 몇 곡이 소개되었을 뿐이다.

 

 

<풍월주>는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신라 3대 여왕인 진성여왕이 등장하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남자 기생을 뜻하는 ‘풍월’이라는 존재 역시 상상력의 산물이다. ‘풍월주’는 원래 화랑들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지만 작품에서는 각자의 사연으로 남자 기생이 된 이들을 말한다. 신라 시대는 자유연애가 활발했고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였다. 화랑 사회의 동성애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신라 시대에는 삼서제도가 시행됐는데, 삼서제란 아이를 갖기 위해 세 명의 남자를 들일 수 있는 제도이다. 신라를 지배했던 성골 가문의 명맥이 끊겨질 위기에 처하자 선덕여왕에게 대를 잇게 하고자 만든 제도였다. 선덕여왕뿐만 아니라 진성여왕 역시 여러 명의 부군을 맞았다. 지금으로서는 도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큰 흠은 아니었다. 작품 중에 ‘진성이 아이를 갖자 풍월주 열을 네 번째 부군으로 들인다고 쑥덕이는 장면’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

 

<풍월주>는 이렇듯 성적으로 자유로웠던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남자 기방이라는 현실을 뒤집어놓은 역발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신라 시대 진골과 성골 등 높은 신분의 여인들을 접대하는 남자 기방이 있었으니 이곳이 바로 운루(雲樓)이다. 이곳에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이 우정 이상의 감정을 나눈다. 이때 진성여왕이 열의 아이를 가지면서 갈등이 생긴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는 한 여자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호령하는 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열과 사담은 동성애적인 뉘앙스를 주지만 둘의 사랑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에로스적 사랑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이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다의적으로 표현되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의 갈등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리딩 공연에 비해 본 공연은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의 관계에만 집중하면서 갈등이 분명해졌다. 반면 바람과 달을 품고 다니는 풍월이 된 열과 사담의 사연은 짐작할 길이 없어 인물들의 입체성이 떨어진다. 대신 음악의 비중이 증가했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안타까운 감정을 품은 세 인물의 심리가 음악에 실려 전해진다. 남자 기방이라는 성적 권위가 역전된 상황이 풍자적이고, 극이 심각하게 무거워지는 지점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뚱뚱한 풍월주 궁곰은 극의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 배역들은 더블 캐스팅되어 개성을 발휘한다. 운루 최고의 풍월이자 진성의 남군이 되어 왕이 될 수 있지만, 사랑을 선택하는 ‘열’ 역할은 성두섭과 이율이 맡는다. 나쁜 남자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열의 남자이자, 그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사담’ 역할은 김재범과 신예 신성민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홍일점 구원영, 최유하가 세상을 가졌지만 한 남자를 품지 못해 괴로워하는 진성 역을 연기한다. 분위기 메이커 궁곰 역은 코믹 감각이 뛰어난 원종환이 맡았다.

 

5월 11일~7월 29일 / 컬처스페이스 엔유 / 1588-068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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