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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투란도> 차가운 얼음꽃, 사랑으로 꽃피우다 [No.91]

글 |정세원 사진제공 |서울시뮤지컬단 2011-04-26 5,258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구혼자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맞히지 못하면 그를 사형에 처하는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죽음을 무릅쓰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 <투란도트>.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며 유일하게 해피 엔딩을 맞는 <투란도트>가 올해 두 편의 뮤지컬로 재해석되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제작하는 오페라 뮤지컬 <투란도>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준비 중인 뮤지컬 <투란도트>가 바로 그것. 오는 4월과 6월 차례로 막을 올리는 두 편의 뮤지컬 중 먼저 만나게 될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투란도>다. 뮤지컬 <투란도>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국내 최초 뮤지컬 버전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서울시뮤지컬단장으로 부임한 김효경 단장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첫 번째 작품이며 그가 10년 만에 연출을 맡은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오페라 뮤지컬 <투란도>는 2008년 1월 김효경 단장이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석좌교수로 재임할 당시 학생들과 함께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2005년부터 학교 졸업생으로 구성된 작가, 작곡가와 함께 작품 구상을 시작한 김 단장은 대본은 물론 뮤지컬 넘버 전곡을 새로 작곡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무리 극장에서 첫 번째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졌다. 이후 꾸준한 수정·보완 과정을 거친 <투란도>는 2009년에는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지난해에는 서울예술대학과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공연을 통해 작품의 예술성과 가능성을 평가받은 바 있다. 오는 4월 29일 정식 개막을 앞둔 <투란도>는 뮤지컬 형식을 띠지만 장엄한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오페라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기존의 뮤지컬 넘버 전곡을 새로 작곡하고 주요 등장인물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수정·보완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뮤지컬 <투란도>의 줄거리는 오페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 식의 새로운 해석이 더해져 흥미를 더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원작의 차가운 얼음 공주 투란도트에서 착안해 투란도트의 이름을 ‘그림이 된 외로운 난초’라는 뜻의 ‘투란도(投蘭圖)’로 바꿔 그녀의 상처와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그녀가 남자들에게 적개심을 갖게 된 계기를 명확하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외세의 침략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은 로링 공주를 자신의 자아와 동일시해 자신에게 청혼하는 타국의 왕자들을 제거 대상으로 여기고 청혼을 거절하는 대신 그들의 목숨을 요구한다. 하지만 <투란도>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모에 대한 한(恨)과 관련이 있다. 투란도는 여자란 대를 잇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결혼을 거부하고 스스로 수수께끼 뒤에 숨어버린다. 여기에 조공 제도를 통해 내관이 된 삶을 복수하기 위해 투란도의 초상화를 퍼뜨려 많은 청혼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물 타타칸을 새로 추가해 정치적 복수와 야망을 스토리의 다른 한 축으로 삼았다. 그로 인해 나라를 잃고 헤매던 중 투란도트의 외모에 반해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왕자 칼라프는, 타타칸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성을 빼앗긴 것을 복수하기 위해 투란도의 수수께끼를 풀어 부마가 되고자 황궁으로 향하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왕자 칼라프와 그를 남몰래 사랑하다 결국 목숨을 바치는 시녀 류를 제외한 등장인물들과 지역 명을 순우리말로 바꿨다. 칼라프 왕자가 쫓겨난 타타르국은 ‘정직하고 바른길로 살아가라’는 뜻의 ‘가온길’ 성, 알투움 황제는 ‘생각’이라는 뜻의 ‘헤윰’ 황제, 대신 핑·팡·퐁은 ‘동’, ‘서’, ‘남’이라는 뜻의 ‘새’, ‘하’, ‘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오페라 뮤지컬 <투란도>는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 전개나 역동적인 무대 전환 등 많은 부분에서 뮤지컬 형식을 따르면서도 원작 오페라의 장엄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예정이다. 대사가 거의 없이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합창 등으로 진행되는 음악은 김효경 단장이 가장 많은 신경을 쏟은 부분. 그는 “한국의 뮤지컬이 음악의 기교와 현란한 군무 등 다소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가는 분위기인 데 반하여 <투란도>는 오페라의 장엄한 음악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정통 뮤지컬의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경 단장의 지휘 아래 서울예대 출신의 신예 작곡가 김민정, 조원영이 전곡을 새로 작곡한 서른여섯 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전통적인 뮤지컬 작곡법을 따르기보다는 음역을 파괴하거나 베리에이션을 많이 활용했다.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과 홍성규 교수가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편곡한 넘버들은 12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오페라에서 느낄 수 있는 장엄한 분위기는 음악뿐만 아니라 무대와 의상 등에서도 나타난다. 네 개의 검은 벽으로 이루어진 무대 세트는 성벽이 되었다가 굳게 닫힌 황궁이 되고, 감옥, 피난처 등 장면마다 낱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며 변신을 꾀한다. 세트 위로 박히는 영상이 장면의 변화를 도울 예정. 한국적인 미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 선보일 의상은 중국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한 <투란도>의 무대를 더욱 빛낼 것으로 예상된다.


네 차례의 트라이아웃 공연과 우리 식의 새로운 해석을 더해 선보이는 <투란도>에는 지난 2월에 실시한 메인 배역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네 명의 객원 배우가 서울시뮤지컬단 단원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홍본영(투란도), 박인배(칼라프), 신영미(류), 김용구(타타칸)가 바로 그 주인공. “스타 마케팅에서 벗어나 참신한 작품성과 능력 있는 배우를 선발해 한국 뮤지컬계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김효경 단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역할에 맞는 때 묻지 않은 목소리’에 큰 점수를 얻은 이들은 투란도 역의 이연경· 윤지영, 칼라프 역의 주성중, 류 역의 이신미·우현아, 타타칸 역의 박봉진 등과 함께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4월 29일~5월 25일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02) 399-1114~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1호 2011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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