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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폴링 포 이브> 아담의 파라다이스, 이브 [No.94]

글 |박병성 사진제공 |비오엠코리아 2011-08-01 6,167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뮤지컬의 주요 트렌드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쏠림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뮤지컬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강세가 아닌 적은 없었다. 그만큼 뮤지컬이란 장르와 로맨틱 코미디의 궁합이 잘 맞는다. 로맨틱 코미디는 이성적으로 사랑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적으로 사랑에 접근한다. 완전하면서도 순수하고, 운명 같은 사랑, 현실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사랑의 모습을 제시한다. 노래가 주요한 표현 수단인 뮤지컬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장르이고, 표현 방식 자체가 사실적인 방식이 불가하기 때문에 판타지에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이상적인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 성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2000년대 초중반 로맨틱 코미디 바람을 이끌었던 작품은 <아이 러브 유>였다. 코믹한 상황과 재치 있고 위트 넘치는 대사, 사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다.

 


<폴링 포 이브>는 <아이 러브 유>의 계보를 잇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아이 러브 유>의 오프닝은 태초의 사랑을 기원으로 시작하는데 <폴링 포 이브>는 바로 최초의 연인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다가 두 작품의 작가는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2010년 <멤피스>로 토니상을 받은 조 디피에트로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극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 <올 슉 업>의 작가이기도 하다. 조 디피에트로는 <아이 러브 유>에서 사랑의 시작부터 결혼, 이별, 육아 등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제시하며 사랑의 안팎을 들여다본 후 사랑을 긍정했다면, <폴링 포 이브>에서는 최초의 연인들을 통해 근원적으로 사랑을 긍정한다.


<폴링 포 이브>는 창세기를 모티프로 한다.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본따 아담을 만들고 그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 에덴동산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아담과 이브에게 자유의지를 주고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했지만, 에덴동산 밖의 세상이 궁금한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이미 익숙한 내용이지만 남녀 하나님을 등장시키고, 남녀 천사들을 코러스로 동원해 코믹한 상황과 위트 넘치는 대사와 노래로 성경을 재현한다. 성경과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은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그 다음부터이다.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만 아담은 에덴동산에 남아 둘은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나님은 이브가 충분히 회계하고 용서를 빌면 에덴동산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인데, 세상에 나와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세상의 아픔을 맛본 이브는 하나님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폴링 포 이브>는 천국인 에덴동산에서 아픔과 괴로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아담과, 자유의지로 선악과를 먹고 선뿐만 아니라 악을 알게 된 이브를 통해 진정한 사랑,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고 슬픔도 고통도 없는 에덴동산에서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아담과, 아픔과 고통을 느끼고 늙어가는 이브를 비교하면 에덴동산이 천국인 것은 자명한 것이지만 <폴링 포 이브>는 예상 밖의 대답을 한다. 선만 있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랑보다, 슬픔과 고통, 이별의 아쉬움을 느끼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고 그런 사랑을 느끼는 이곳이 진정한 파라다이스라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캐릭터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 선으로만 가득 찬 에덴동산에 남자 하나님과 그에 대응하는 여자 하나님을 두고 있다. 무성인 천사들도 남자 천사와 여자 천사를 나누어 서로 상반되어 완성되는 인물 구도를 만들어놓았다.


천국에 머물던 아담 역시 선악과를 먹고 자신이 찾는 파라다이스가 이브였음을 깨달으며 막을 내린다. 조 디피에트로는 당신의 이상형, 당신의 천국이 현빈이나 조인성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당신의 연인임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 수많은 뮤지컬에 조연출로 참여했던 김효진이 <폴링 포 이브>로 연출 데뷔한다. 정상훈, 구원영, 김대종 등 코믹 연기에 장기를 보이는 뮤지컬 배우가 캐스팅되었고, 봉태규와 이동하, 홍희원 등이 아담 역으로 출연한다.

 

 

7월 23일~9월 10일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02) 501-788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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