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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15년 차 배우의 터닝 포인트, 민영기 [No.132]

글 |배경희 2014-11-04 6,002
주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나서 오히려  배우로서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민영기. 
1998년 오페라 가수로 데뷔해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린 후  굵직한 행보를 보여온 이 남자의 배우 인생 그래프는 어떤 그림을 그려왔을까? 

 
 
생애 첫 주연작 <로미오와 줄리엣>
“제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서울예술단에서의 첫 주연작 <로미오와 줄리엣>이에요. 입단 2년 차 새내기 단원이 주인공을 맡는 것은 당시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이 작품으로 신인상까지 받게 됐으니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요. ‘로미오’에 얽힌 비화를 하나 공개하자면, 저는 차선으로 선발된 로미오였어요. 원래 배역은 영주였죠. 연습 중간 로미오의 언더스터디로 발탁돼서 개막 공연에 서는 기회까지 얻게 됐는데, 연출님이 첫 공연을 잘 해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을 거라고 해서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큰 실수는 없었지만, 오프닝 신에서 객석이 아닌 벤볼리오를 쳐다보며 대사하는 작은 실수를 했죠. 수천 개의 눈동자가 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객석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마주하는 게 그땐 정말 두려웠답니다.” 



꿈의 배역 <지킬 앤 하이드>
“인터뷰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제일 하고 싶은 역할은 이미 해버려서…’ 하고 말문을 흐리게 돼요. 제 꿈의 배역은 ‘지킬’이었거든요.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 당시 거의 모든 남자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어요. 저도 이 작품이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에 외부 활동이 불가한 서울예술단에서 나올 각오로 앙코르 공연 오디션을 봤죠. 정신없이 본 오디션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예술단과 이별하게 됐지만, 후회 없는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킬’ 하면 잊을 수 없는 게, 밤 11시에 시작한 크리스마스이브 특별 공연으로 제 첫 공연을 했던 거예요. 낮 두 시에 전체 리허설을 하고 공연 시간까지 대기하는 동안 점점 목소리가 가라앉는 바람에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지킬’ 데뷔식을 치렀죠.”



값진 수상 <화성에서 꿈꾸다>
“2006년 어느 날, 이윤택 연출님이 네 시간 분량의 대본을 하나 주셨어요. 제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쓰신 거라면서요. 2002년, 서울예술단 신입 단원 시절 <태풍> 오디션에서 연출님을 처음 뵀을 때 제 목소리가 참 좋다고 나중에 같이 작업하자고 하셨는데, 저를 위한 대본을 써주실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연출님께 대본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조건 하겠습니다’ 그랬죠. 그 작품이 바로 경기도문화의전당에 올라간 <화성에서 꿈꾸다>예요. 정조의 삶을 다룬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방 단체가 제작한 작품으론 드물게 서울 시장에 진출해 그해의 작품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작품이죠. 저도 이 작품으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고요. 저작권 문제로 2009년 공연 이후 무대에서 볼 수 없는데, 언젠간 이 작품이 꼭 다시 공연되길 바라요.”



새로운 전환점 <모차르트!>
“모차르트 음악은 저와 꽤 인연이 깊어요. 모차르트 오페라 곡으로 성악과에 합격했고, 오페라 가수 데뷔작도 모차르트 오페라였으니까요. 그러니 뮤지컬 <모차르트!>는 당연히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모차르트’로요. 그래서 모차르트가 아닌 콜레로도 주교를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뜻 제안을 받아드리지 못했어요. 지금껏 주인공으로 한 계단씩 잘 올라왔는데, 조연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콜레로도를 하면 계속 조연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죠. 긴 고민 끝에 주연을 빛내주는 조연이 돼보자고 마음먹게 됐는데, 그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가 배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콜레로도를 했던 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주연만 고집했다면 지금처럼 왕성하게 무대에 서지 못했을 거예요.” 



설레는 마음 <레베카>
“이번 <레베카>는 앙코르 공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참여하는 새로운 작품이에요. 최근 몇 년 동안 재공연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모처럼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는 만큼 연출에게 ‘민영기가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는 건 처음 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요. (웃음) 런스루 연습이 한창인 지금 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바로 ‘나’와의 달콤한 키스신! 10여 년 전에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무대에서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역할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표현하는 게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어제 런스루에선 연습에서도 실제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키스하라는 연출 노트를 받았는데, 앞으로 설레는 느낌을 잘 살려서 좋은 무대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우로서의 고전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 캐스트와의 비교 평가는 재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전 다행히 초연작에 많이 출연한 터라 다른 배우들과 비교될 일이 별로 없었는데, 2013년 <노트르담 드 파리>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죠. (웃음) 그때 제 팬들이 저를 안타까워 할 정도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팬 분들께 많은 질타를 받았어요. 지난 캐스트들과 다르게 저는 프롤로 신부를 연민할 수 없는 나쁜 남자로 해석했는데, 그게 잘 받아드려지지 않았거든요. 인물 해석 자체도 낯설었겠지만, 당시 다른 공연 일정과 겹쳐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백 퍼센트 충실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거예요. 개막 후 냉담한 관객 반응에 제 나름대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보이스 톤도 바꾸고 발성도 바꾸는 노력을 했어요. 다행히 나중엔 관객들도 제 프롤로를 받아주셨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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