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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NIA TALK] <쓰릴 미> ‘나쁜 놈’들의 변천사 [No.132]

진행·정리|송준호 2014-11-04 5,637
2007년 초연 후 남성 2인극 붐을 일으키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쓰릴 미>는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를 통해 소극장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어왔다. 
‘스타 양성소’라는 작품의 별칭은 출연 배우들의 스타성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대한 마니아들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말해준다. 
배우별, 연출가별, 극장별 다양한 버전을 자랑하는 <쓰릴 미>를 되돌아봤다. 



€<쓰릴 미>와의 첫 만남과 중요 포인트€

신유정    작년에 <쓰릴 미>를 처음 봤는데, 그땐 확 끌리진 않았어요. 피아노 한 대 나오고, 배우 둘 나오고, 소재가 동성애고, 애를 죽인다, 이 정도만 알고 갔는데, ‘멘붕’이었죠.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런데 실화 이야기를 뒤져보고 조금씩 파헤치다 보니까 점점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이렇게 제 무덤 파게 된 거죠. (웃음)
안이슬    전 2010년에 내용도 모르고 봤어요. 만화를 좋아해서 박희정 작가가 그린 포스터에 눈길이 갔거든요. 남자 둘이 나와 있어서 둘이 뭔가 하는 이야기인 줄은 예상했는데, 그런 컨셉을 별로 안 좋아해서 관심이 적었죠. 그러다 우연히 누가 1열을 양도해줘서 보러 갔는데, 바로 눈앞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니까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피아노로 내내 반주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넘버가 워낙 좋아서 기억에 남았죠. 
신유정    작품의 특정 부분보다는 구성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피아노 한 대로 극을 끌어가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한 시간 반짜리 극을 세 사람이 채우는 것도 신기했어요. 초반부에 네이슨이 독백을 끝내면 피아노 반주가 갑자기 빨라지는데, 그게 마치 ‘레오폴드와 로엡’ 사건이 적힌 책을 막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안이슬    그런데 어떤 날은 피아노 반주가 왠지 버벅거리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어요. 그럼 그때부터 이미 불안해지기 시작해요. ‘아 오늘 공연 틀렸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처음 봤을 때는 최수형·최재웅 페어였는데 두 사람의 충돌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그냥 조용히 전개되면 재미없는데 배우들끼리 그렇게 싸우니까 보는 사람은 재미있더라고요. (웃음)
신유정    라이브라 그런지 배우들이 순간 멈칫거리거나 상황에 따라 가사를 더하는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아예 극 전체를 망치는 수준만 아니면 그런 게 오히려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해요. 마니아들에게는 ‘레어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요.
안이슬    서곡에서 넘어가는 다음 부분이 중요해요. 여기를 평범하게 처리하면 반전이 돋보이지 않고, 네이슨이 리처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느낌도 안 사니까요. ‘두려워(Afraid)’도 중요해요. 리처드가 완전히 무너져야 마지막에 네이슨이 반전시키는 맛이 있거든요. 
신유정    그 장면에서 조명은 리처드를 비추지만 전 네이슨을 봐요. 배우들마다 다 달라요. 우는 배우도 있고 귀를 막는 배우도 있어요. 
€매 버전마다 달라지는 설정들€
안이슬    연출가에 따라서 조명의 활용 방식도 달라지더라고요. 지난 버전에서는 가장자리에 LED를 설치했는데 이번에는 빠졌어요. 작년이 좋았던 건 살인 장면에서 붉은 조명을 넣었던 건데 이번에는 살짝 비추는 걸로 바뀌었죠. 뒤쪽에서는 안 보일 거예요. 
신유정    자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년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앉는 장면이 많아서 뒤쪽에 앉은 관객들은 배우들이 안 보일 때도 있었어요. 
안이슬    이번 공연에서는 앉는 장면을 작년보다 줄인 것 같던데요? 대체로 서서 하는 쪽으로 연출이 바뀐 것 같아요. 앉는 장면도 계약서 쓸 때랑, 서명하려고 손을 칼로 찌를 때 정도예요. 리처드가 소파에 눕는 장면도 있지만, 1분도 안 되니까 참아야죠, 뭐. (웃음)
신유정    <쓰릴 미>는 배우들의 개성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되는 듯해요. 기억에 남는 건 정상윤 리처드예요. 다들 ‘정상윤’ 하면 네이슨을 먼저 떠올리는데, 저는 리처드로 많이 봐서 그 역할로 기억해요. 정상윤은 디테일이 굉장히 많아요. 창고를 불태우는 신에서 정상윤은 거의 끝날 때쯤에야 눈물을 흘리는데, 그건 왠지 네이슨이 바라는 리처드의 모습 같아요.
안이슬    아무래도 네이슨을 했던 배우라 그 심정을 감안하면서 연기하는 리처드 같았어요. 최근 가장 ‘핫’한 전성우·이재균 페어는 좀 여리여리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새로 가세한 정동화·에녹 페어는 남자답고 성숙한 느낌이 강하고요. 
신유정    인물 해석도 좀 바뀐 것 같아요. 예전의 리처드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넌 따라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는 느낌이었고, 네이슨은 그런 리처드라도 좋아서 따라다니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올해의 리처드는 어떻게 해야 네이슨을 내 계획에 동참시킬까 하고 계산하는 게 보여요. 네이슨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 또 네이슨도 작년처럼 애절하고 약한 인물이 아니에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리처드를 심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그걸 은근히 보여줘요. 
안이슬    올해 연출은 큰 틀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변화를 준 것 같아요. 키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그래요. 네이슨이 키스 받기를 원하고 리처드가 해주니까 다음 계획에 동참하는 걸로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네이슨은 키스를 해주든 안 해주든 리처드를 따를 생각이거든요. 이번에는 네이슨이 키스를 하려고 하면 리처드가 거의 닿기 전에 피하면서 암전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미묘한 파워 게임이 돋보여요. 
안이슬    사실 이 작품이 초기 버전에서는 강자·약자, 남녀 역할 구도가 아니라 둘 다 강하고 둘 다 남자였잖아요. 그런데 한동안 두 캐릭터를 상반되게 대비시키는 설정으로 굳어지다가 이번 공연에서 원래의 설정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특히 에녹의 리처드는 정말 ‘나쁜 놈’이에요. (웃음)
신유정    애초에 <쓰릴 미>는 두 사람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설정이었잖아요. 얼마 전에 실화에 대한 법정 기록을 찾아보니까 네이슨도 만만치 않게 나쁜 놈이더라고요. 자기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원래 소녀를 납치하자고 제안했던 게 네이슨이에요. 오히려 그걸 만류하고 소년으로 바꾸자고 한 게 리처드고요. 둘 다 나쁜 놈들이죠. 
안이슬    그동안의 설정은 네이슨이 그냥 리처드를 갖고 싶어서 동조하는 인물 정도로 표현되고 있었죠. 그래서 실화를 읽고 공연을 보면 집중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어요. 



€업그레이드된 의상, 아쉬운 디테일€

신유정    올해는 특히 슈트에 투자를 한 게 눈에 띄어요. 작년의 슈트는 정말 아니었어요. 특히 전성우·이재균 페어는 아빠 옷 입고 나온 것처럼 어색했어요. 반면 올해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입었는데도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다들 운동도 열심히 했는지 베스트도 몸에 착 달라붙은 게 이제야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옷 하나로 돌려 입는 것 같았던 작년에 비하면 정말 큰 발전이에요. 
안이슬    하지만 소년을 납치하는 장면의 복장은 아직도 이상해요. 뉴스에서 34도의 무더위라는 말이 나오는데, 가죽 코트에 깃까지 세우고 자기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니, 누가 봐도 수상하고만. 그래도 장갑은 벗었으니 다행일까요.
신유정    그런데 염산병을 잡으려면 장갑은 꼭 껴야 하잖아요. 약학계에 종사하는 지인과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옆에서 계속 저러면 안 된다고 투덜대요. 리처드가 병뚜껑을 열어서 바닥에 흘려보고 그러는데 그러면 본인이 먼저 다친다고요. 그리고 제발 병 좀 바닥에 안 굴렸으면 좋겠어요. 통통 소리 때문에 플라스틱인 게 다 들통난다고요! 
안이슬    그럼 설정을 이렇게 바꿔야겠네요. 소년은 너무 순진했던 걸로, 장갑은 다시 끼고 염산병은 바닥에 굴리지 않는 걸로.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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