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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피하려 할수록 피할 수 없는 운명 <블러드 브라더스> [No.132]

글 |누다심 사진제공 |컴퍼니 다 2014-10-18 5,227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라이언즈 부인은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고, 더 이상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존스턴 부인은 아이가 계속 생긴다. 무책임한 남편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존스턴 부인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기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지금 있는 자녀들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걱정인데 쌍둥이라니! 
존스턴 부인은 생계를 위해 상류층 가문의 가정부로 일하기로 한다. 그 상류층 가문이 바로 라이언즈 부인네였다. 집주인과 가정부로 만난 두 여인은 음모를 꾸몄다. 쌍둥이 중 한 명을 라이언즈 부인에게 입양시키기로 한 것이다. 서로의 고통을 줄여주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기막힌 작전 같았다. 때마침 해외 출장을 떠난 라이언즈 부인의 남편은 9개월 후에나 돌아오기에 완벽한 기회처럼 보였다. 라이언즈 부인은 존스턴 부인의 손을 잡아 성경에 올려놓고 맹세를 하게 한다. 절대로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며, 쌍둥이가 자신들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면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두 엄마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라이언즈 부인은 아기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존스턴 부인을 해고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아이들이 상대편 동네로 놀러 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운명처럼 만났고 친구가, 의형제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아이의 인생은 달라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연락했다. 결국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출생도 그러했듯이 죽음도 한날한시에 맞이했다.
운명을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그들. 극 중 이야기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삶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아 “결코 부모처럼 살지 않겠어!”라고 결심하는 자녀들이다. 어떻게든 부모처럼 살지 않으려고 부모와 반대로 행동한다. 부모와 소통하지도 않고, 부모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예 인연을 끊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살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그렇게도 싫어하던 부모처럼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부모 자녀뿐 아니라 연인 사이도 그렇다. 상대방이 자신을 버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상대방에게 “날 버릴 거야?”,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버리지 않도록 무조건 상대방에게 맞춰준다. 버림받지 않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 버림받게 된다.
피하려고 할수록 피할 수 없는 아이러니는 생각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는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쪽 집단에는 백곰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다른 한쪽 집단에는 백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두 집단은 5분 동안 동일한 절차의 실험 과제를 수행했다. 그다음 얼마나 자주 백곰을 생각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던 집단이 오히려 7번 정도 더 백곰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원인은 우리 마음에 있다. 우리 마음은 금지와 억압을 싫어한다. 통제받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건 안돼!”라는 금기를 접하면 오히려 그것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소위 청개구리 심보가 작동을 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사람은 왠지 자신도 부모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다짐할수록 부모의 말과 행동이 생각난다. 상대방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상대방에게 날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그럴수록 안심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가 자신을 버리는 상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극 중에서도 존스턴 부인은 미키에게, 라이언즈 부인은 에디에게 “절대로 쟤랑 친구하면 안 돼!”, “절대로 저쪽 동네에 가서 놀면 안 돼!” 말한다. 그럴수록 미키와 에디는 서로에게 끌린다. 마치 양가의 극단적 반대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 키웠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어떻게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태인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이 제안한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오히려 그것과 반대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안을 피하고 싶다면, 불안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 실제로 불면증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오히려 반대로 “오늘은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겠어!”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밤을 샐 요량으로 앉아 있으면, 어느 새 잠이 쏟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모가 싫다면 피하지 말고 오히려 부모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모습 중 부모와 비슷한 것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다. 연인 사이에서는 이별과 버림받음을 무서워하지만 말고, 상대방과 이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적 생각이 들 때 무조건 피하려 하지 말고, 왜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입양한 자녀에게 출생의 비밀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때가 되었을 때 몸이 아닌 마음으로 낳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알려준다. 만약 두 엄마가 두 아이에게 서로에 대해서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굳이 알려주지는 않았더라도 친구가 되는 것을 막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랬다면 두 아이는 서로 평생 의지하고 도우면서 살았거나 아니면 어렸을 적 잠깐 만났던 친구로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운명은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맞서라고 있는 것이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닥쳐올 때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안전하게 파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처럼, 운명도 맞설 때에 이겨낼 수 있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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