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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음악감독 양주인·배우 김지우 [No.107]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장소협찬 | 달빛술담(02-541-6118) 2012-08-22 5,915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보인다  

 

이번 호 살롱의 주인공은 양주인 음악감독과 배우 김지우다. 2008년 <젊음의 행진>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연인만큼 가까운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두 사람을 함께 만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로 거의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지우는 장마로 인해 수시로 변경되는 촬영 일정 때문에 24시간 대기 모드로 살고 있었고, 양주인 음악감독 역시 <왕세자 실종사건>과 <블랙메리포핀스>의 음악감독과 <위키드>의 건반 세션 등 다양한 작업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 감격스런 포옹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기   자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길래 이렇게들 반가워하는 거예요?
김지우  <위키드> 오프닝 날이요. 근데 이렇게 수다 떨려고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양주인  지우가 <닥터 지바고> 시작하면서는 술을 거의 못 마셨거든요. 원래 자주 만나서 술 마시곤 했는데… 공연 때문에 전화 통화만 했죠. 참, 여기가 막걸리 전문점이라면서요? 술맛이 좋다고 소문나 있더라고요. 
기   자  두 분이 술친구인 줄 미리 알았다면 취중 인터뷰로 진행할걸 그랬어요.(웃음)
김지우  그럼 정말 웃겼을 텐데.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사적인 얘기들 잔뜩 나오고…. 우린 일 얘기는 웬만하면 안 하거든요. 일 얘기는 연습실이나 공연장에서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 개인적인 얘기는 따로 시간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으니까 술자리에서만큼은 우리 얘기를 하죠. 저는 주인님 말고는 이렇게 따로 만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기   자  지우 씨도 양주인 음악감독님을 주인님으로 부르는군요.
김지우  ‘주인님’ 좀 웃기죠. <렌트> 할 때였나. 감독님한테 전화가 와서 반가운 마음에 ‘주인님~’ 하고 받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들 보는 거예요. 혹시 남자 친구를 주인님으로 부르냐면서.(웃음)
양주인  ‘감독님’ 하기에는 너무 가깝고 ‘언니’라고 부르기에는 선을 지키고 싶고. 그러다 보니까 주인님으로 정착한 것 같아요. 사실 그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은 꽤 많은데 그들 중 덧줄 세 개짜리 하이 톤으로 부르는 건 지우뿐이에요.
김지우  덧줄 세 개! 노래할 때도 그렇게 올라가면 진짜 좋겠어요!

 

 

 

# 노래와 함께 마음을 열다


기   자  2008년 <젊음의 행진> 때 처음 만났죠? 서로 첫인상이 어땠나요?
양주인  지우를 만나기 전에는 방송에서 본 이미지처럼 강한 성격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업이 익사이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딸기 우유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나서는 첫날부터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다 내려놓고 연습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김지우  <젊음의 행진>은 저의 첫 대극장 뮤지컬이었거든요. 그렇게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작품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에 대한 어려움이 허물어진 건 연습을 하면서부터예요. (정)상훈 오빠랑 저는 <젊음의 행진>에 처음 투입된 배우였기 때문에 거의 매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연습을 했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끝까지 남아서 피아노 반주를 맞춰주시는 거예요. 조감독도 있고 반주자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게다가 공연 넘버들이 8090 가요들이잖아요. 연습하다가 우리끼리 ‘이 노래도 하고 싶다, 저 노래도 하고 싶다’고 하면 바로 반주를 해주셨어요.
기   자  인간 노래방 기계가 되어 주셨군요.
김지우  그러니까요. 연습실 문 닫을 때까지 노래 부르고 놀면서 마음을 많이 열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정식으로 노래를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대를 붙여, 횡격막을 늘려, 위로 올려’ 하는 식의 설명을 잘 못 알아듣는데 주인님은 정말 쉽게 가르쳐주셨어요. 높은 음이 잘 안 올라가서 고민 상담을 한 적 있는데 ‘노래해봐’ 하시더니 제 뒤로 와서 머리채를 잡아당기시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악~’ 했는데 원하는 고음이 나더라고요.
양주인  그건 내 노하우라서 밝혀지면 안 되는 거야. 다른 감독님들이 배우들 머리 당기면 어떻게 해.(웃음) <젊음의 행진> 2008 시즌은 따뜻한 기억이 참 많아요. 불 꺼놓고 노래 부르면서 같이 정서 만들고 첫사랑 얘기하면서 울기도 하고…. 저는 사람과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들이 아름다워야 무대 위에서도 예쁘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보컬 쪽에 더 많은 신경을 쓰죠. 사실 소리 내는 방법을 몰라서 못 부르는 배우들이 꽤 많아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들을 보면 가르쳐줄 수밖에 없잖아요. 제가 조금 덜 자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지우는 8년 동안 첼로를 공부해서 그런지 음악을 잘 알아요. 악보도 잘 보고 듣는 귀도 좋고. 웬만한 여배우들보다 이해력도 빠르고요. 물론 첫해에는 노래에 대한 공포가 좀 심했어요. 특히 고음이요. 근데 작품을 할수록 소리에 대한 겁이 없어져서 그런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 소리나 비브라토는 더 다듬어야 하지만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와 주니까 좋아질 수 있을 거예요.
김지우  주인님 덕분에 저랑 상훈 오빠 노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더 좋았던 건 우리 둘 다 바로 이어서 <김종욱 찾기>를 하게 됐는데 거기서 감독님을 또 만났다는 거예요. 그땐 남자 친구 문제로 굉장히 힘들었을 때라 전화 통화를 진짜 많이 했어요. 문제는 하필 첫 공연 때 안 좋은 기사가 난 거예요. 김종욱을 떠나보내고 ‘결심’을 부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확 쏟아졌는데, 감독님이랑 <젊음의 행진> 같이했던 여배우들도 공연 보러 오셨다가 같이 우셨잖아요.
양주인  지우가 어떤 아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기사들이 너무 왜곡되어 있었어요. 아마 관객들도 대부분 지우의 일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 부담을 안고 첫 공연을 치르는 짐이 엄청났을 텐데 그걸 꿋꿋하게 참고 공연하는 걸 보니까 더 짠하더라고요. 항상 믿고 얘기하고 들어줄 수 있는 관계인 게 참 좋아요. 사실 공연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적으로 부딪히니까 마음 나누기가 쉽지 않거든요.
김지우  제가 그럴 수 있는 건 감독님이 저한테 남의 얘기를 옮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내 얘기도 밖으로 나가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잖아요. 실제로도 없었고요.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 같아요.

 

 

 

# 우리는 <위키드>를 사랑해  


양주인  <닥터 지바고>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연습 초반에 노래가 너무 어렵다고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음악감독 입장에서는 아는 배우가 노래를 하면 마음을 졸이게 되는데, 지우는 정말 많이 좋아져 있었어요. 무대에서 지우보다는 라라의 모습을 더 오래 봤던 것 같아요.
김지우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참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많이 아쉽더라고요. 지금도 드라마를 찍고는 있지만 뭔가 많이 공허하고요. <닥터 지바고>를 하느라고 감독님 최근 작품들을 거의 못 보다가 얼마 전에 <위키드>를 봤어요. 감독님이 부스에 계신 걸  아니까 오케스트라 피트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예비박 없이 그냥 시작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몇 십 명이 저걸 어떻게 맞춰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양주인  오프닝 멘트 끝나고 ‘땡큐’ 하는 순간 바로 음악이 시작돼서 그즈음 되면 눈도 깜빡이면 안 돼. 그래야 공연이 타이트하게 짝짝 붙어가거든. 더 신기한 건 예비박이 없어도 누구 하나 틀리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기   자  해외 프로덕션이라고 해도 음악감독님이 반주자로 참여하는 일은 드문 일이지 않나요.
양주인  200퍼센트 <위키드>라서 참여했어요. 뉴욕에서 공연 보면서 <위키드> 프로덕션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우스 매니저를 부러워할 정도로 이 작품을 좋아했어요. 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편곡을 다 외우고 공연을 봤는데도 새롭더라고요.
기   자  <위키드> 프로덕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반가웠겠어요.
양주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국내 로컬 오케스트라의 마스터 개념이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지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다른 작품들을 포기하고 장기 프로덕션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내 인생의 몇 달 정도 투자해서 <위키드>의 음악을 오롯이 다 배울 수 있다면 그냥 투자하는 게 행복하겠다고 결정을 내렸어요. ‘왜 거기서 건반을 치고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한테도 ‘행복해서’라고 얘기할 정도로 너무 좋아요. 항상 웃으면서 연주자들을 대하는 지휘자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요.
기   자  오케스트라 편성이 투어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건반주자들이 할 일이 무척 많다고 들었어요. 
양주인 브로드웨이에서 24명이 연주하는 음악을 투어 버전에서는 15명이 연주하게끔 편곡이 되어 있어서 할 일이 많아요. 연주자가 쉬는 꼴을 보지 못하게끔 편곡되어 있는 거죠.(웃음) 제일 많이 쉴 수 있는 게 겨우 12마디에요. 한국 연주자들이 총 9명인데 저랑 <오페라의 유령>의 박지훈 음악감독이 건반 3, 4번을 연주하고 있어요. 전 오케스트라에 한 명도 없는 스트링(현악기)을 전담하고 있고요. 이미 녹음된 음원을 사용하다보니 건반 하나를 연주해도 스트링 10명이 치는 것 같은 효과가 나거든요. 건반 4대가 사용되니까 수십 명이 연주하는 사운드가 나오는 거죠. 정말 바쁘고 힘든데도 매일 즐겁고 긴장돼서 좋아요. 벌써 50회가 넘었는데도 지겹지가 않고요. 특히 ‘Defying Gravity’ 때는 연주자들 모두 엘파바와 함께 리프트 타고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뛰어요.
김지우  <위키드> 정말 다시 보고 싶어요. 저는 <위키드>를 한국에서 처음 봤거든요. 공연 내내 가슴이 벅차서 계속 울면서 봤어요. 끝나자마자 뛰어 나가서 히스토리 북을 사서 밤새 읽다가 새벽 3시에 주인님한테 문자 남겼잖아요. 오디션용 레슨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웃음) <위키드> 한국 공연을 하게 된다면 오디션을 보고는 싶은데 워낙 실력 있는 배우들이 욕심내는 작품이잖아요.
양주인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이 너의 마음을 대신 얘기해주는 것 같아.(웃음) 근데 글린다는 완전 클래식 발성이어야 해. 너 할 수 있겠어?
김지우  그러니까 빨리 레슨 시작해야 한다니까요!(웃음)

 

 

# 6년 차 배우의 고민


기   자  지우 씨가 뮤지컬 데뷔한 지도 벌써 6년이나 됐네요. 그때와 지금 지우 씨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나 태도에 변화가 있나요?
김지우  글쎄요. 저는 처음부터 연예인 대접을 못 받아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저를 뮤지컬 배우라고 불러주셔서 고맙더라고요. 그렇지만 가끔 서운할 때도 있어요. <금발이 너무해> 할 때는 ‘연예인들이 같이 참여하니까 뮤지컬 배우 한 명이 연습실에 붙박이로 있어야 한다’며 저한테 매일 연습실 나오라는 거예요. 물론 연습 많이 해서 좋은 점도 있겠죠. 뮤지컬 배우들을 너무 쉽게 대하는 제작사들을 만나면 분노를 참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잘 생각하시라고 그래요. 연예인들과 뮤지컬 배우들 중 누가 더 뮤지컬을 오래 할 것 같냐고. 앙상블 배우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는 곳이 정말 많거든요.
양주인   그래도 적당히 분노해야지, 넌 가끔 너무 심할 때가 있어.
김지우  감독님은 인간관계에 대한 상담도 잘 해주시거든요. 여배우들 사이에, 특히 더블 캐스트 배우들끼리 은근한 심리전이 있더라고요. 전 그런 거 정말 싫어하는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바뀐 연출 노트를 전달받지 못해서 연습하다 혼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나 싫어하냐고, 왜 얘기 안 해줬냐고.(웃음) 오해는 풀었지만 가끔 그런 일들 때문에 힘든 점들이 있어요.
양주인   요즘은 다들 소속사가 있어서 더 심해요. 배우들끼리는 친해도 소속사들끼리 자존심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제작사들도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고요. 포스터에 누구 이름이 먼저 들어갈 것인가를 두고도 그렇게 싸우더라고요.
김지우  유치해.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사실 <닥터 지바고> 하면서 (전)미도 언니한테 정말 미안했어요. 언니가 저보다 나이도 많고 작품도 먼저 시작했는데 제 이름이 먼저 나갔거든요. 제작사 쪽에서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미안했어요. 언니가 아무렇지 않게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
기   자  드라마 이후 계획은 아직 없어요?
김지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뮤지컬 한 편을 또 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전에 올리브TV에서 하는 <마스터 셰프> 연예인 버전에 출연하게 됐어요. 내일이 첫 촬영인데 큰일 났어요. 재료 준비부터 손질, 요리, 플레이팅, 뒷정리까지 한 시간에 다 해야 하거든요. 아직 드라마 촬영이 안 끝나서 손톱 정리 못하고 장갑 끼고 요리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양주인  요리를 못하는 나로서는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냥 조리 시간이 짧은 요리를 하면 되는 거 아냐?
김지우  그러자니 너무 성의 없는 요리가 나올 것 같은 거지. 더군다나 MC가 김호진 선배님이세요. 그분이 요리 자격증만 7개를 갖고 계신데 요리에 엄청 깐깐하다고 하더라고요. 주인님, 내일부터 나 멘붕 상태로 전화할지도 몰라요.(웃음) 그보다 먼저 뮤지컬 연습 들어가기 전에 우리 술부터 마셔야 해요. 지금 얘기 중인 작품 하게 되면 노래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단 말이에요. 참! 주인님. 저요, 떨어지긴 했지만 <두 도시 이야기> 오디션 때 B인가 C까지 고음 냈어요. 길게 끌지를 못해서 아쉬웠지만.
양주인  정말? 그거 되면 글린다도 할 수 있어. 제일 높은 음이 C야.
김지우  B랑 C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아시면서…. 레슨 언제부터 할까요?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7호 2012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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