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KETCH] <더뮤지컬> ‘크리에이터’ 강좌 -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편 [No.131]

정리 | 배경희 2014-10-06 5,023
무대디자이너는  장면을  디자인하는  사람





<더뮤지컬>과 BBCH홀이 공동 기획한 ‘코리언 뮤지컬 크리에이터’ 강좌가 지난 7월 21일 저녁 BBCH홀 1층 카페에서 열렸다. 국내 대표 창작자 5인이 매달 릴레이로 펼치는 이번 강좌의 첫 번째 강사로 스토리텔링적인 세트로 정평이 있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나섰다. 이날 정승호 디자이너의 강의는 무대 디자인에 대한 정의로 시작했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무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 뒤, 자신이 생각하는 무대 디자인은 “공간이 아니라 장면을 디자인하는 것”이라며 “인물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 정서를 전달하는 세트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자신의 무대 디자인 철학을 밝혔다. “시대극의 세트를 디자인한다고 하면, 다수의 학생들은 그 시대의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등 시대적 공간 묘사에만 집중한다. 물론 사실적인 묘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그 공간 안에서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느냐 하는 문제다. 가령 작품 배경이 거실 같은 일상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그곳에서 주인공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다면 고통의 공간처럼 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승호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무대를 사랑하는 예비 공연인을 대상으로 기획된 강좌인 만큼, 관객의 질문은 진로 고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무대디자이너가 되려면 반드시 예술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하느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정승호 디자이너는 학창 시절 연극영화과에서 배우를 꿈꾸다 우연한 기회에 진로를 바꾼 자신의 사례를 들며, 무대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반드시 관련 학과를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학은 필수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보면, 유학 시절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부딪쳐서 생활했던 경험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했다”면서 상황이 허락된다면 해외 유학은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공연 선진국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 예술을 배울 수 있으며, 다양한 교류로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정승호 디자이너가 해외 유학을 추천하는 이유다. 

무대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대다수의 무대디자이너 지망생들이 품고 있는 고민에 정승호 디자이너는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 공연 시장에서 기회를 얻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행동을 주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뜻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역 디자이너의 어시스턴트가 되거나, 무대 제작소의 크루로 일을 시작하는 게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만약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면, 소품이나 조명 등 다른 파트에서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꼭 공연계에서 경험을 쌓으며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대 작업 초창기에 뮤지컬 프로덕션에서 일했던 후배의 소개로 해당 프로덕션과 인연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무대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실력을 증명할 만한 지표가 없는 낯선 사람에게 덜컥 작업의 기회를 줄 프로듀서가 있을까? 공연계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이쪽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무대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떤 경험을 쌓는 게 좋을지 묻는 관객의 질문에 정승호 디자이너는 “뮤지컬은 결코 평범한 삶을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불행한 극적인 순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의 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순간을 맛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며 무조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재미있게 살 것을 조언했다. 또한 무대디자이너에게 제일 중요한 자질은 스태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강조하며,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강좌에서 낙관적인 이야기만 오간 것은 아니다. 강의 말미, 정승호 디자이너는 무대디자이너의 연봉이 얼마일 것 같냐고 운을 떼면서 “공연계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들은 톱의 위치에 올라가도 개런티만으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만약 아들이 무대디자이너가 된다고 하면 말릴 것이다. 대다수의 스태프가 일 년에 천만 원도 못 버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이 일이 하고 싶다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애초에 포기하는 게 좋다. 경제적 힘듦을 버틸 각오가 없다면 일찌감치 무대에 대한 꿈을 접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정승호 디자이너는 재능 없이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어떤 일에서든 재능은 중요하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예술은 비교의 대상이 아닌데, 자꾸 타인과 내 재능을 비교하고 좌절하는 것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스스로 자신을 믿으면 재능은 발휘된다”는 따뜻한 격려로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