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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NIA TALK] <여신님이 보고 계셔> 웃고 울리며 마음을 토닥이는 뮤지컬 [No.129]

진행·정리 | 송준호 2014-07-28 4,832
만나자마자 친근감 가득한 얼굴로 수다를 시작한 이들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이하 <여보셔>)를 사랑하는 마니아들. 
작품에 열광하는 만큼 아쉬운 부분도 많은 탓에 만담은 자꾸 공연 환경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자신들의 발언을 의식한 듯 뒤늦게 작품의 장점을 언급하며 포장하는 이들의 모습에선 과연 <여보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여보셔>와의 첫 만남, 그리고 중독€

이신효    전 저번 시즌 아트원시어터 프리뷰 공연 때 처음 <여보셔>를 봤어요. 5월 4일, 날짜도 기억해요. 처음부터 보려던 게 아니라 다른 공연 전에 시간이 남았는데, 마침 가격도 싸길래 그냥 본 거예요. (웃음) 무대가 정말 무인도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H-바’를 활용한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그리고 저녁 공연을 보러 갔는데 보는 내내 <여보셔> 생각이 나서 집중이 하나도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제 첫 회전문 작품이 탄생했죠. 
김은별    저는 이번 세 번째 재연으로 처음 봤어요. 처음엔 사실 기대가 전혀 없었어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일단 제목이 일본 만화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여신님’이라는 컨셉이 우리나라 정서랑 안 맞잖아요. 남자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여성 관객 입맛에 맞게 보여주는 극인가 했죠. 막상 보니 남북한 병사들의 유대감에 관한 얘기여서 굉장히 좋았어요. 
이진희    저도 이번 공연이 처음이에요. 첫 관람 전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먼저 봤는데, 남북한 병사가 친목을 맺고 어우러진다는 내용이 비슷하잖아요. <여보셔>에서는 서로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화해하는 얘기로 흐르니까 좀 더 울컥하는 게 있었어요. 
김은별    <여보셔>의 가장 큰 장점은 여섯 명의 군인들이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에요. 물론 메인이 되는 건 순호와 영범이지만, 나머지 네 명이 아예 뒤쪽으로 빠져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창섭, 주화, 석구, 동현도 자신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고 극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쌓여가는 관계를 보는 재미도 있어요.
이신효    전 캐스트는 안 가려요. 일단 다 봐요. 그래서 원하는 조합을 찾고, 지방 공연도 찾아가서 봐요. 부산까지 가서 보기도 했어요. 이번 공연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일단 극장부터 좀 마음에 안 들긴 해요. 연강홀이 샤롯데씨어터처럼 객석이 부채꼴 모양이잖아요. 그럼 <여보셔>의 그 느낌이 안 살아나요. 특히 이번엔 실험적인 캐스트도 많아서 아직까지는 지켜보는 중이에요. 
김은별    커튼콜 때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로 서 있는 게 뭉클하게 해요. 그때는 평소의 친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여신님이 나오면 눈부시다는 듯 연기해주잖아요. 두 시간 동안 고생한 걸 서로 격려해주고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게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요.
이진희    포옹할 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띵띵 부은 얼굴로 서로 그러는 걸 보면 관객들도 그 감정에 젖어들어서 동질감에 빠지죠. 



€시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매력€

김은별    <여보셔>는 사실 넘버랑 스토리가 워낙 좋잖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무대에 대한 불만이 있긴 했지만 극은 좋았거든요. 일단 사랑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남남’이나 ‘여여’ 사이에서도 끈끈하게 연대감 있는 얘기를 좋아하는데 극 자체에 그런 얘기가 있어요. 
이진희    저는 처음에 영상을 안 보고 갔어요. 편견이 생길까봐요. 여신님이 막연하게 예쁘게만 나오는 존재일 줄 알았는데 엄마가 됐다가 누나나 여동생으로도 변하더라고요. 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좋고요. 특히 엄마 연기할 때 창섭의 무뚝뚝한 성격을 보듬는 디테일은 정말 탁월해요.
김은별    기존 여신님과 새로운 여신님이 그 지점에서 달라요. 기존 여신님은 앉아서 같이 손을 잡고 토닥여주고 새로운 여신님은 일어나서 머리를 쓰다듬고 나가요. 전(全) 캐릭터를 다 보면 그럴 때 좋아요. 배우들이 같은 장면에서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이신효    이재균 순호는 자꾸 <쓰릴 미>의 리처드를 소환해요. 무뚝뚝하게 설정된 것도 있고, 원래 좀 서늘한 기운도 있어서 더 그런 듯해요. 
김은별    순호는 둘 다 미치긴 미쳤어요. (웃음) 장르가 다르게 미친 거 있잖아요. 가령 같은 쫄쫄이를 입어도 발레랑 레슬링은 다르듯이요. 신성민 순호는 그냥 꽃 들고 귀엽게 미쳤다면 이재균 순호는 후기에 나오는 표현대로 아기 무당 같은 면이 있어요. 
이진희      각자 ‘최애캐(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뭐예요?
김은별    저는 석구가 중요해요. 그리고 창섭, 주화요. 조연들은 비중이 적고 조명받는 시간이 짧아서 노선을 다르게 해도 크게 티가 안 나거든요. 자기 대목이 아닌 부분이 그래요. 다른 배우가 주목을 받는 신에서 뒤쪽에서 석구가 연기하고 있으면 저는 앞 배우를 안 보고 뒤의 석구를 보면서 꽂히는 거죠. 
이진희    저는 딱히 ‘최애캐’가 없어요. 그날 봐서 어느 한 명이 느낌이 좋으면 그 사람만 뒤쫓아요. 물론 다 보긴 하는데 어느 한 명이 좋으면 그 사람 위주로 보는 거죠. 최근에 꽂힌 건 석구예요. 순호 형 역할도 하면서 일인 이역을 하잖아요. 
이신효    일단 저도 석구인데. (일동 웃음) 정확히는 최성원 배우가 연기하는 석구예요. 재연 때부터 고정으로 보기도 했고, 저는 그 배우가 곧 그 캐릭터 같아요. 
김은별    그런데 중요한 건 어느 한 배우의 노선이나 디테일이라기보다는 그날 전체적인 인물들의 연기 합이나 분위기 같아요. 똑같은 페어라도 그날 분위기나 유대감이 어땠느냐에 따라서 극 전체적으로 받는 감동이 확연히 차이가 나거든요. 노래를 조금 실수하고 대사 합이 좀 안 맞아도, 전체적으로 감정선이 자연스럽고 긴밀하면 배우 개개인이 잘한 것보다 훨씬 좋은 공연이었다고 느껴져요. 



€이번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

이신효    이번 연강홀 공연의 제일 큰 문제는 무대가 너무 낮다는 거예요. 제가 2열에 앉았는데 거긴 웬만하면 어느 공연장이든 잘 보여야 하거든요. 그런데 앞사람 머리에 가려서 안 보이는 거예요. 무대를 한 30cm만 높였어도 3~4열까지는 잘 보였을 것 같은데. 
김은별    이번 <여보셔>가 그런 외적 면에서 말이 많아요. 초·재연 팬들은 아예 돌아서는 분위기에요. 티켓팅 자체를 안 해요. 저는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냥 좋다고 보는데, 초·재연 보신 분들은 불만이 많더라고요.
이진희    이번 <여보셔>는 음향 사고가 너무 많아요. 특히 석구 마이크는 왜 이렇게 자꾸 나가는지! 제가 날마다 가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대형 사고가 나요. 
김은별    5월 7일은 정말 사고가 커서 환불 조치가 됐죠. 순원 석구는 ‘꽃봉오리’에서 마이크가 꺼져서 생목으로 불렀어요. 제가 다 아슬아슬하더라고요. 더구나 음도 높은 부분인데.
이진희    그날 여신님 마이크도 꺼졌어요. 그래서 우리끼리는 연우무대가 음향 팀 월급을 안 주나 하는 우스갯소리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프로덕션에 시위한다고 말이죠. 
김은별    음향 사고가 나면 관객 입장에서는 극에 몰입해 있다가도 현실로 확 돌아오게 되잖아요. 관객한테 배우 걱정을 시킨다는 자체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이신효    이거 왠지 ‘마니아 톡’이 아니라 ‘안티팬 톡’인 것 같아요. 애정작을 가루가 되게 까고 있는데요. (웃음) 전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특히 편곡을 많이 안 해서 좋아요. 작품적으로는 비판할 만한 부분이 없으니까, 외적인 것부터 개선해 나가야 하겠죠. 우리가 큰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김은별    <여신님>은 창작뮤지컬치고는 팬덤이 꽤 있는 편인데도 일반 대중에게 인지도나 매력이 있다고 하긴 힘들거든요. 그렇다면 일단 확실한 수요인 팬덤부터 잡고 가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자꾸 삐끗하니까 잡을 수 있는 관객도 놓치게 되는 거죠. 이 작품을 아끼는 입장에선 그런 행보가 계속 아쉽고 답답하죠. 
이진희    음향, 조명, 무대 높이, 할인율, 좌석 문제만 해결되면 <여보셔>는 앞으로도 잘될 것 같아요. (일동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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