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여름 속에서 청춘이 발아하는 순간
브로드웨이 최신 화제작 <스프링 어웨이크닝>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그대로 증명하듯 오디션에는 9백 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렸고, 두 차례의 사전 심사와 워크숍이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17명의 배우를 선발했다. 그 가운데 특히 많은 관심을 모았던 벤틀라 역으로 합격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전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김유영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학생 부문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것이 경력의 전부인, 말 그대로 생짜 신인에게 행운의 여신 티케가 아무렴 까닭 없이 행운의 열쇠를 건네줬을까. 해사하고 말간 얼굴과 작고 깡마른 체구의 김유영은 무대 위에서 순수한 벤들라지만, 선배들 사이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제 몫을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결코 다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벤들라를 만났을 때, 때 묻지 벤들라의 순수함에 부끄러워 몸둘바를 몰랐을 정도로 실제 성격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며 “팀 내에서도 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시원하게 웃는다.
그리고 자신이 <스프링 어웨이크닝> 라이선스 공연이 확정되기 전부터 얼마나 간절히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이건 내가 해야겠다는 각오’로 고향인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오디션을 치르다 아예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워크숍에 참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태도는 이 작품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짐작이 간다. “노출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인터뷰에서 노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도 기사 타이틀로는 노출이 나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속상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배우의 길을 택한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상업 예술인데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것으로 홍보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첫 공연에서 원 캐스트로 주 8회 공연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김유영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분명히 아직도 내가 찾지 못한 부분이 있을 테고, 그 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덧붙이는 그녀는 온전히 벤들라에 스며들기 위해 오늘 밤도 어김없이 대본을 읽는다. 어떤 것을 성취하는 데는 천재보다 노력이 더 유효하지만, 제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1퍼센트의 재능이 없으면 노력가에 그치고 마는 것도 사실이다. 김유영이 배우로서 충분히 넘치는 끼를 가졌다는 것에 고개를 가로저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싹을 틔운 이 배우가, 아름답게 만개할 그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비단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