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크게 보라고 배웠습니다만…”
가볍게 웃음을 유도하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매거진 판형으로만 접해왔던 인기 배우들의 모습을 대형 화보로 인화해준다는 내용이다. 지난 세기에 유행했던 브로마이드 컨셉을 되살려 눈길을 끌었던 이 이벤트는 지난달 21일 새롭게 오픈한 공연 전문 포털 사이트 ‘스테이지톡(www.stagetalk.co.kr)’이 마련한 것이다. 이미 비슷한 성격의 사이트들이 관객들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이지톡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공연 시장에 용감히 뛰어들었을까.
‘CSI’와 ‘오픈 플랫폼’?
공연 상품을 주 콘텐츠로 하는 웹사이트에서 정보 게재만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사람들이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은 상품의 정보뿐만 아니라 먼저 관람한 사람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담긴 후기는 대개 해당 웹사이트가 아닌 별도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루어진다. 공연 사이트에는 기자나 평론가 등 전문가 집단이나 일부 관객들의 한 줄 평 정도가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후발 주자인 스테이지톡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제작사가 제공하는 공연 정보에 전문가들의 칼럼이나 인터뷰를 더해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 것은 기존의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스테이지톡은 여기에 관객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놀 수 있는’ 공간들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이것이 일명 ‘CSI 전략’, 즉 누구나 ‘창조(Creating)’하고 ‘공유(Sharing)’하면서 서로에게 ‘영향(Influencing)’을 준다는 취지의 구성이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지금의 웹 트렌드에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셈이다.
스테이지‘톡(Talk)’이라는 작명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사이트의 핵심적인 특징은 ‘소통’이다. 공연 정보의 일방적인 전시와 선택이 아니라, 함께 모여 대화한다는 ‘놀이터’로서의 기능이 그것이다. 그 놀이터에는 관객 집단만 있는 게 아니다. 공연 제작사나 기획사들도 공연작이나 개막 예정작을 소개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생성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이들에게 핵심 타깃이 되는 소비자들과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한 ‘오픈 플랫폼’ 형식이 스테이지톡이 구상하는 세계다.
공연 정보의 큐레이션 서비스
타 공연 사이트의 경우 주로 현재의 공연 정보와 기존 작품별 정보 등 아카이브 기능에 집중돼 있다. 인기 공연과 추천 기능, 할인 소식 등이 공연 정보 이외의 콘텐츠이다. 즉 제작사의 정보를 유통해 관람을 유도하는 마케터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오프라인 마켓으로 바꾸어 말하면, 진열된 상품은 많지만 어떤 상품을 고를 것인가는 옆 사람과 상의할 수는 없는 구조다. 수다를 떨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사느냐 마느냐’다. 이런 환경에서 이용자가 낼 수 있는 의견이란 별점이나 짧은 후기 정도다.
스테이지톡의 ‘공연 정보’ 역시 ‘현재 공연작’과 ‘공연 예정작’들을 소개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전 제작 단계에 있는 작품들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화제의 초연작이나 초연 후 재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는 작품의 개발 과정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작품에 대한 상세 정보에 덧붙여 전문가가 연인, 친구, 부모, 아이, 직장 문화 회식 등 상황에 따라 공연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지 123호의 ‘데이트 기간별 공연 예매법’의 확장 버전 같다. 또 전문가의 평가를 믿지 않는 ‘불신주의자’를 위한 ‘스톡! 추천 서비스’도 있다. 자신이 재미있게 본 공연들을 선택하면 유사 성향의 회원들이 추천한 다른 공연작들이 추출돼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전문 필진과 배우, 스태프가 나선 ‘인터뷰n칼럼’
‘핫뉴스’ 메뉴는 판매처별로 분산된 티켓 오픈 정보를 통합하고 국내외 공연 소식을 제공하는 섹션이다. <연합뉴스>와 본지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지톡이 ‘힘준’ 자체 콘텐츠 또한 이 섹션에 배치돼 있다. 원종원, 박병성, 이유진, 김주연 등 공연계 전문가들과 스테이지톡 정세원 기자, 그리고 변희석, 이건명, 김호영 등 공연계 배우와 스태프들이 고르게 참여한 기사들은 특정 작품이 아니라 공연계의 이모저모를 다양하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특히 지난달 사이트 오픈 이후 마이클 리와 한지상의 영상 인터뷰를 이색적인 컨셉으로 풀어내 반향을 일으킨 ‘정세원의 클로즈업’은 벌써부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객들만을 위한 놀이터 ‘리뷰n토크’
아카이브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공연 사이트와 스테이지톡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섹션이 바로 ‘리뷰n토크’다. 주로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개인 블로그 등에서 활동해온 마니아 관객들은 이 섹션에서 직접 리뷰를 쓰고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등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공연계 인물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하는 ‘스타 토크’나 본지의 ‘캐스트 대 캐스트’ 형식을 간략하게 직접 써보는 ‘배역열전’, 특정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인 ‘CSI 팬 토크’ 등에서는 팬덤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4월 현재 ‘CSI 팬 토크’에는 <위키드>의 팬들이 개설한 ‘오즈머니나!! 오즈민 소환!’이 활동을 준비 중이다.
트렌드와 고객 니즈에 맞춘 서비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스테이지톡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로 잠재 회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일시적인 회원 유치를 위해 고가의 상품을 내건 행사는 하지 않는다. 대부분 공연 할인 쿠폰이거나 공연 초대 이벤트, 퀴즈를 통해 활동 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규모의 이벤트는 기존 행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신 리딩 워크숍이나 쇼케이스 초대, 펀드 공모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이벤트에서는 활발한 참여 활동을 통해 관객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참여 유도의 취지는 ‘마이 스테이지’ 섹션에서도 드러난다.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마이크로 블로그인 이 공간은 자신이 만들거나 스크랩한 콘텐츠를 보는 ‘피드(Feed)’나 ‘클리핑(Clipping)’ 등 기존 SNS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감성을 반영한다. 또 일반적 사이트들이 적용하고 있는 브론즈-실버-골드의 수직적 멤버십이 아니라, 활동 성향에 따라 ‘리뷰어’, ‘토커’, ‘크리에이터’ 등 수평적 멤버십으로 회원을 분류해 활동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지금의 뮤지컬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이들도 처음에는 대부분 마니아 관객에서 출발했다. 새롭게 등장한 스테이지톡은 기존 공연 문화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