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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2] 오픈런뮤지컬컴퍼니 박용전 대표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2009-10-06 7,191

 

나를 담아내는 작은 공방

 

 

 

 

 

 

 

 

 

 

 

 

 

박용전 대표는 단체의 대표이자 작가, 작사가, 작곡가, 연출가, 무대디자이너, 사진작가, 때론 배우로 출연하는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제작자이자 크리에이터라는 두 역할을 혼자서 맡고 있지만, 그 상반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내놓은 작품들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밑바닥에서>는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고, 바로 전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오디션> 역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면서 극단을 유지하며 꾸준히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 뮤지컬의 환경을 생각하면 굉장한 행운이다. 8월말 오픈런뮤지컬컴퍼니의 새로운 신작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이하 <언니>)를 올린다. 이번에는 스릴러물이다.

이번에는 새롭게 스릴러물에 도전한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스릴러물은 아니다. 중심 포인트는 사랑이나, 집착, 소유욕, 헌신 이런 것들이다. 너무 사랑하는 사이인데 다들 그렇듯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은가? 각자가 다르게 정의내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단지 그들이 벌이고 있는 사건이 살인이라는 강한 소재일 뿐이다.

 

처음 어떻게 작품 발상을 하게 된 것인가?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사랑을 느끼는 것일까? 관능적인 면에서 사랑을 느끼기도 하는데, 관능적이어서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하니까 관능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각자가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다를 텐데 그럼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흘러왔다. 작품을 만들 때 흔히 두 가지를 염두에 두게 된다. 하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이다. 강연이 아닌 공연이니까 어느 지점에 가면 후자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밑바닥에서>는 원작이 있었고, <오디션>은 음악 이야기니까 자전적인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창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이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인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밴드의 리더를 했다거나 노래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했던 경험은 있지만 상황만 겪었던 것이지 작품의 스토리가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언니>도 같은 측면이 있다. 경민(남자주인공)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나,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어서 사랑하는 방식, 정아가 갖는 소유욕 등은 실제 내가 오랜 시간 겪어온 일들이다.

 

제작사 대표이자 창작자이다. 각각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 입장이 상충될 때 어떻게 조율하는가?
비즈니스적인 면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지금까지 내 작품에서 춤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게 내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2분 정도 춤을 넣는다. 그런데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춤이다. 이 한 장면을 위해서 안무가를 설득해야 하고 무용수도 구해야 한다. 일단은 크리에이터로서 충실하는 거다. 그로 인한 손해는 나중에 생각한다.

 

지금까지 <밑바닥에서>와 <오디션>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4년여를 이어왔다. 국내 공연계에서 창작뮤지컬만을 제작하면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가능할 수가 있었나?
한 자동차 업체로부터 작품 제작 지원금 2천만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 투자를 어떻게 받는지도 잘 모르고 그때만 해도 나를 믿고 지원해줄 데가 많지 않았다. 아주 작은 규모로 운영을 해도 대관료나, 인건비가 들어서 한 번 공연에서 실패하면 꽤 많은 적자가 나기도 한다. 2006년 <밑바닥에서> 3차 공연 때는 4개월 하면서 2억원의 적자가 났다. 다행히 5차, 6차 공연이 너무 잘되어서 <밑바닥에서>로 빚진 것은 그 작품으로 다 갚을 수 있었다. 작품 제작을 하다보면 흥행 곡선이 파도처럼 일렁여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야 한다. <오디션>은 그때에 비하면 한결 형편이 나아졌다.

 

그렇게 계속 공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어쩌면 유지가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작가, 작곡, 연출, 작사, 음악감독, 사진, 무대디자인 등등 1인 6역을 한다. 게다가 대표까지 하고 있으니까 주어야 할 개런티를 나중으로 돌리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 단체를 운영하면서 내 형편이 이것밖에 없다고 사정한 적은 있어도 체불을 한 적이 없다. 그렇게 계속 작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들과 신뢰가 쌓이니까 희한하게 제작이 되더라.

 

다른 제작사에 제작을 의뢰하고 크리에이터로만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줄 제작사를 찾으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만들고 나서는 평가가 달라졌지만 <오디션>도 처음 하겠다고 했을 때 아는 사람들도 왜 그런 작품을 하려고 하냐며 말렸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대표가 사업 욕심이 없어서 확장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고 이익이 나지 않으면 유지되기가 힘들다. 소규모 공방이 좋다. 옆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면, 아! 대표가 음악 만드는구나 하고 와서 참견도 하고 그냥 그게 내 스타일에 맞는 거 같다.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떤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는 공방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싶다.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혼자 수행하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고 여러 장르를 함께 하니까 통일성이 생겨서 좋다. 그리고 각각의 역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이라고 한다면, 4가지를 하는데 12라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혼자서 하게 되면 6이나 7 정도의 시간이면 가능하다. 왜냐면 케미니케이션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단점은 자가당착. 객관적 시선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자기 검열을 하지는 않나?
어떻게 보면 자기 검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굉장히 좋아하고 친한 사람들이 보고 좋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서 요리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게 대박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어서 만드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만들게 되면 알게 모르게 자기 검열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고, 음악을 듣고 ‘아 이 음악 좋다’라는 동의를 그들에게 받고 싶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점점 내가 만족시키고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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