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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양준모의 일본 콘서트 참여기, 콘서트가 준 연말 선물, 인연 [No.125]

글 |양준모 사진제공 |양준모 2014-03-03 4,217

지난해 연말은 일본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일본 유명 뮤지컬 배우들과 <렌트>의 오리지널 멤버
아담 파스칼이 참여하는 콘서트에 초대받은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 6월에는 한국에서 <빨래>의 솔롱고 역으로도
출연했던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와 작은 콘서트를 연 적이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 콘서트에 다시 초청받았다.
이번 콘서트는 22일과 23일 양일간 1천 석 규모의
신국립극장에서 2회씩 총 4회 공연을 했다

 

 

새로운 경험, 일본 연말 콘서트 무대

한국에서 소년원 친구들의 공연을 보고 가느라, 다른 배우들보다 하루 늦게 콘서트에 합류했다. 4회만 하는 갈라 콘서트였지만 테크 리허설만 두 번, 런스루도 두 번이나 했다. 국내에서 갈라 콘서트는 가벼운 테크 리허설로 음향을 점검하면서 런스루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본에서는 갈라 콘서트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일본인들의 국민성을 느끼게 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아담 파스칼과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쟁쟁한 일본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키무라 하나요,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 이시이 가즈다카, <레 미제라블>의 앙졸라 노지마 나오토, 그리고 다카라즈카의 톱 배우였던 아랑 케이 등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배우들이었다. 오프닝은 아담이, 그리고 피날레는 내가 맡았다. 이들의 세심한 배려로 그야말로 귀중한 손님으로 초대된 느낌을 받았다.
나는 한국 배우를 대표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항상 먼저 인사하고, 무대 옆에서 응원해주고 이런 대접에 감사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했다. 그러자 일본 배우들도 마음을 열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와중에, 내가 하는 행동이 한국에서 마이클 리가 보여주는 행동과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마음도 이런 감사함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서울로 돌아와 이런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건넸다. 나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이번 콘서트에서 나는 총 다섯 곡을 불렀는데, 첫 곡은 <지킬 앤 하이드>의 ‘Lost in the Darkness’, ‘Alive’, ‘This is the Moment’를 한 곡으로 편곡해 메들리를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내가 제안했고, 콘서트 음악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해줬다. 본 무대에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무척 기뻤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꼭 불러보고 싶다. 두 번째 곡은 <레 미제라블>의 ‘Bring Him Home’을, 세 번째 곡은 나오토와 듀엣으로 <엘리자벳>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한국어로 불렀다. 나오토는 뮤지컬 <빨래>로 한국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배우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네 번째 곡은 <오페라의 유령>의 ‘The Phantom of the Opera’를 키무라 하나요와 일본어로 불렀는데 키무라는 일본에서 크리스틴을 2천 회 이상 연기한 극단 시키의 베테랑 여배우이다. 이번에 반대로 내가 일본어로 도전했는데 일본 사람이 부르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발음 연습을 많이 했다. 공연 횟수가 늘어날수록 발음이 더 자연스러워져 관객들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었다. 마지막 곡이자 이 콘서트의 엔딩곡으로 베토벤 심포니 9번 ‘합창’을 불렀다. 내가 먼저 이 곡의 테마 멜로디를 정통 성악 발성으로 선창하고, 나중에 출연진들과 일본 어린이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형식이었는데, ‘베토벤의 심포니 9번’은 일본에서 연말이면 즐겨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매회 기립 박수가 나왔는데 특히 마지막 공연 때는 무대 커튼을 네 번이나 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공연 인사를 하듯 아담과 나에게 감사의 멘트를 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 순간이 너무 뜻 깊었고 행복했다.

 

 

 

 

연말 선물 같은 인연

특히 이번 콘서트의 관객들은 일본 뮤지컬 관객들로 한류 뮤지컬을 접해보지 않은 순수한 일본의 뮤지컬 팬들이라고 한다. <렌트>나 <레미제라블> 그리고 극단 시키 작품을 좋아하는 일본의 순수 뮤지컬 관객들로, 한국 뮤지컬 배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말을 들었다.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대를 함께 꾸민 어린이 합창단들의 눈에 외국인이 자기 나라 말로 노래를 하는 게 신기했는지 극장에 있는 내내 나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중 아마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를 만났는데 꿈이 뮤지컬 배우인 미유이다. ‘너의 꿈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꼭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해 주었다. 언젠가 이 소녀와 함께 무대에 서는 행복한 상상도 해본다.
이번 콘서트의 또 하나의 인연, 아담 파스칼도 빼놓을 수 없다. 리허설을 하고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아담은 정말 무대가 편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전혀 긴장하지 않고 매 순간에 여유가 느껴졌다. 내가 느낀 이런 점을 말해주자, 그는 ‘당신의 보컬 테크닉이 놀랍다’고 몇 번씩이나 칭찬해 주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번 일본 연말 콘서트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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