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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인생은 한 편의 게임 <머더 발라드> [No.125]

사진제공 |마케팅컴퍼니 아침 정리 | 나윤정 2014-02-11 4,036

젊은 시절 불같은 사랑을 했던 탐과 사라가?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이미 사라에겐 남편 마이클이 있다.
?세 남녀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머더 발라드>는
?바 형식의 독특한 무대와 중독성 있는
?록 음악으로 눈길을 끌었다.
?3개월간의 공연을 마치며 이재준 연출이
?그간 무대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전한다.

 

 

 

 

컨셉은 유지하되 더욱 새롭게

<머더 발라드>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에서였다. 마침 미국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찰나에 김수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머더 발라드>란 작품을 연출해보지 않겠냐고. 그래서 현지에서 직접 공연을 보게 됐다. 현지 지인들은 이 작품에 대해 ‘단순한 치정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란 평을 했다.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특히 작품의 구성이 간단해 보였는데, 한국 관객들은 대체로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더 좋아하지 않는가. 공연을 보고 난 뒤 고민이 시작됐다. 과연 국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작품을 한국 상황에 맞게 재밌게 풀어내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됐다.
이번 무대는 스몰 라이선스 공연이었다. 원작의 컨셉은 유지하되 무대나 안무를 새롭게 만드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오리지널 팀이 처음 보내온 것은 오직 가사와 악보뿐이었다. 공연에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 공연 영상을 요청했지만, 그것조차 없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공연을 딱 한 번만 봤던 터라 그 기억만으로 작품의 톤을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계속 대본에 관한 질문을 했고, 유투브의 짤막한 공연 영상을 찾아가며 세부적인 정보를 얻었다.
원작의 컨셉을 살리되 안무와 구성을 바꾼 대표적인 장면은 ‘You Belong To Me Reprise’다. 인물들이 절정을 맞이할 때 나오는 3~4분짜리 곡인데, 무엇보다 음악이 참 좋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가장 긴 넘버이다 보니 자칫하면 재미없게 느껴질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의 구성상으로도 하이라이트인 만큼 그 에너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면을 구성하고 싶었다. 우선 ‘인생이란 게임’, 이 상징적인 가사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결국 등장인물 각자가 자신의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래서 이 장면을 하나의 게임으로 보고, 무대 위 당구대와 연결하기로 했다. 당구도 하나의 게임이니깐. 당구대를 사각의 링처럼 연출해 그 위에서 서로 대결을 벌이는 느낌을 살려냈다. 네 명이 당구대에 올라 서로에게 에너지를 표출할 때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주었다. 노래에 맞게 그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아 개인적으론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이다.

 

더 화려하고 활용적인 무대

무대의 경우도 최대한 원작 스타일을 따르되 극장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었다. 원작 무대는 일자형의 바가 있고, 그 양쪽에 객석, 그리고 중간에 30여 개의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예정된 공연장이 프로시니엄 무대다보니 원작대로의 구현이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무대에 바 석과 스테이지 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대 위에 테이블을 놓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바 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프리뷰 공연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테이블을 놓은 것이 반응이 좋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바의 구성도 변형시켰다. 단순히 바가 일자로만 되어 있으면 썰렁한 느낌을 줄 것 같아 작은 무대였지만 ㄷ자 구성을 택하기로 했다. 배우들이 활용하고 기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게 만든 것이다. 바의 한쪽 면을 탐의 가게로 설정하고, 또 한쪽 면은 사라의 집으로 이용하는 식이었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무대는 낡은 듯한 느낌을 준 반면 이번 무대는 좀 더 화려했다. 바에 장식된 술병에도 빛이 들어오게 하는 등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명을 통해 과거의 바와 현재의 바의 의미도 달리 표현했다. 탐이 새로운 바를 열었을 때 불빛이 확 들어오게 해 모던한 바의 느낌을 살렸다. 애초에는 객석에서부터 무대까지 조명등을 다는 것을 계획했다. 스타일 자체가 재밌는 공연인 만큼 객석에 앉아 있어도 무대와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극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를 실행하지 못했고, 그 점이 아쉬웠다.

 

 

 

 

눈빛과 표정을 감동으로

탐과 마이클은 둘 다 전형적인 남성상이지만, 정반대의 인물이 되어야 했다. 탐이 짐승 같은 나쁜 남자라면 마이클은 강 같고 산 같은 안정적인 캐릭터였다. 탐이 여자들이 멋있다고 여기는 외모를 지닌 반면 마이클은 지적인 이미지가 컸다. 그런데 처음에는 두 인물 다 굉장히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그래서 제작진이 그 역할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캐스트를 지적하는 관객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도 공연을 보고 난 뒤엔 자연스레 생각을 바꾸었다.
연습 내내 배우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인물의 눈빛과 표정이었다. 캐릭터의 눈빛과 표정 속에 현재의 고뇌나 과거의 후회 같은 것들이 잘 묻어났으면 싶었다. 그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객들이 전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야기가 단순한 만큼 인물들의 심리를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눈빛과 표정을 통해 생생히 살아날 수 있길 바랐다.
다들 유쾌한 배우들이라 팀워크가 좋았다. 맏형 최재웅 배우는 늘 제일 먼저 시범을 보여 솔선수범 재웅, 모범 재웅이란 별명을 얻었다. 강태을 배우는 자상하고 세심하게 동료들을 잘 챙겨주었다. 바 위에서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장면이 많다보니 초반에는 배우들에게 체력 훈련을 강하게 시켰다. 덕분에 파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배우들이 속출했다. 몸이 익숙해지도록 연습실에도 바처럼 무대를 만들어 그 위에서 계속 연습을 하게 했다. 재밌는 것은 연습실 천장이 낮아서 기둥이 있는 지점에서는 항상 머리를 숙이고 연습을 했는데, 그게 배우들의 몸에 밴 것이다. 그래서 막상 극장에 갔을 때 모두가 어색해 한 것이 기억난다.

 

 

더 좋은 것을 위한 고민

극의 시작과 끝을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공연이 시작된 것 같지 않게 시작
하면 어떨까? 그래서 배우들에게 무대를 누비며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연극 시작 전 무대감독이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를 하듯이 말이다. 작품의 컨셉에 맞게 바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좋을 것 같았다. 콘서트 느낌의 커튼콜은 제작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한 것이었는데, 나 역시 동의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 자체에 어울렸다. 또 마지막에 신 나게 놀고 나면 공연을 잘 본 것 같은 느낌도 드니깐. 콘서트 같은 커튼콜은 국내 관객들의 정서와 잘 맞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 추후에 원작 작가, 작곡가, 프로듀서가 공연을 보러 왔는데, 커튼콜의 곡 구성을 누가 했는지 물어보며 정말 좋아해 인상적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모 아니면 도일 텐데. 내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실 작품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막상 가사를 들여다보면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많다. 그래서 미국 관객들은 단순한 치정극으로만 보지 않고, 더 의미를 확장해 받아들인다고 한다. 아무래도 관점과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게다가 가사의 상징성이 작품의 한 요소였는데, 문화적 배경이 너무 달라 그 의미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으니 더더욱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것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을까? 좀 더 좋은 공연을 관객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더 나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고민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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