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주목할 만한 창작자
공연을 통해 관객과 함께 생각하고 싶다
신작 뮤지컬이 어떤 모습일지 막이 오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창작뮤지컬일 경우에는 더욱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 전 개막한 <아가사>를 향한 물음표에 긍정적인 기대를 더하게 만드는 데는 김태형 연출가의 참여가 한몫했다. 김태형 연출은 2013년 한 해만 해도 <모범생들>과 <히스토리 보이즈>, <연애시대> 등의 연극과 세 편의 뮤지컬 리딩 공연에 참여하며, 인기 배우들만큼 바쁜 스케줄로 종횡무진 했다. 공연 편수가 무척 많은 국내 공연계 현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연출가라면 그에게 믿을 만한 데가 있다는 의미이다.
김태형 연출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주로 연극에서 활약했다. <오월엔 결혼할거야>와 <옥탑방 고양이> 등 소극장 로맨스 코미디에서는 공감 가능한 유머와 함께 낯간지럽지 않게 사랑의 달콤쌉싸름함을 맛보게 해주었고, <모범생들>과 <히스토리 보이즈> 같은 고등학교 배경의 연극에서는 묵직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정확히 짚어 보여주었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처럼 기존의 공연 형식을 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태형 연출이 지휘한 다양한 분위기의 공연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건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는 점, 매 장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곳 없이 섬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 스스로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외부의 평가와 다르지 않았다. “그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정확하게 드러내면, 관객들이 그에 맞는 어떤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그 감정을 확장하고 심화하려고 애쓴다. 필요하다면 배우의 움직임, 의상과 무대의 전환 등을 통해 그 메시지를 더욱 날카롭게 전달하려고 한다.” 수재들이 모인다는 과학고와 카이스트에 진학했던 이력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김태형 연출과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에게서 우등생의 인상을 받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만든 장면이라도 논리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거나, 명확한 인과 관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박또박한 답변에서 그의 예민함과 영민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2년 연말에 재공연됐던 <브루클린>은 김태형의 첫 번째 뮤지컬 연출작이다. 하지만 뮤지컬 경험이 없다는 우려는 그를 빗겨갔다.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초연에 비해, 뜬금없는 이야기에 현재 관객이 공감할 만한 요소를 더하고 판타지 속에서 현실적인 메시지를 이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3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소개된 <포커스>와 <반짝, 내 맘!>, 창작산실에 지원했던 <홀연했던 사나이> 세 편의 뮤지컬이 첫걸음을 떼는 데 함께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끼듯, 배우가 말하다가 갑자기 노래하는 뮤지컬은 김태형 연출에게 꽤나 이상한 장르였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과 춤, 무대 장치 등을 이용해 전혀 사실적이지 않은 표현 방식으로 오히려 현실적인 생각과 정서를 더욱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뮤지컬이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음악과, 음악 안에서 펼쳐지는 안무나 움직임 등 표현 방식에서 뮤지컬이 연극보다 더 자유롭다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에서 음악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드라마 전달과 리듬감 부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작업에 뛰어들 정도로,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작품 안에 담아내는 연출 작업을 즐기고 있었다. 함께하는 동료와 배우들, 나아가 관객을 대하는 태도도 열정적이다. 연세 지긋한 선배나 스승이 여전히 공연을 사랑하고 배우를 아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 역시 늘 즐겁게 일하는 연출가로 비치길 꿈꾼다.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김태형 연출의 뮤지컬 요리법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그가 연출의 가장 큰 무기로 꼽는 ‘설득력’이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기분 좋게 전달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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