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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NSPAIRATION]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NO.107]

정리 | 배경희 2012-08-14 6,829


상자의 세계

 

 

 

 

디자이너로서 자기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겐 박스를 이용한 무대 디자인을 내 스타일로 갖는 것이 그 꿈이다. 박스 디자인을 추구하게 된 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그는 미국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에서 무대 미술을 전공했다.) 들었던 수업의 영향이 크다. 그 수업의 이름은 무대 디자인 필수 수강 과목이었던 ‘코넬 박스 프로젝트’. ‘코넬 박스 프로젝트’는 작은 박스 속에 오브제를 재배열하는 ‘상자 작업’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가 조셉 코넬(Joseph Cornell)의 작품처럼 어떤 주제를 가지고 상자 안에 이미지를 채워 와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첫 번째 수업 시간, 동양적인 이미지를 찾다 차이나 마켓에서 발견한 말린 해마로 비주얼을 만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미국 유학 생활 당시, 내가 여가 시간에 주로 했던 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같은 박물관을 찾는 일이었다. 그때 조셉 코넬과 함께 나의 시선을 끌었던 또 한 명의 미술가가 조각가 루이즈 네벨슨(Louise Nevelson)이다. 수십 개의 나무 상자를 이어 붙여서 벽을 제작하고, 그 안에는 물질을 배열하는 게 네벨슨의 스타일. ‘상자’에서 벌써 감지했는지 모르겠지만, 네벨슨은 조셉 코넬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 두 사람의 작업에는 유사한 지점이 있다. 공통점이 있는 두 작가를 비슷한 시기에 알게 돼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박스 디자인’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각형이라는 틀 안에 주제를 담는 것이 극장에 무대를 세우는 것과 유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던 것이다.

 

내 작품들을 보면 두 작가의 작업에서 받은 영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특히 첫 번째 뮤지컬 작업이었던 <쓰릴 미>나, <스위니 토드>, <내 마음의 풍금> 등 초기작을 보면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여전하다. 최근 작업인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도 벽을 이용해 관객의 시선에서 무대가 사각형의 프레임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박스 디자인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무의식적으로 계속 가져가는 그림이자 나의 스타일이 된 셈이다.  

 

 

 

 

조셉 코넬 作     

아래 루이즈 네벨슨 作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7호 2012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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