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시간
파란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브랜디 버크하트, 오리지널 루시의 등장에 객석에선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버크하트의 오프닝 곡 ‘Never Say Goodbye’ 무대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유열이 “원더풀(Wonderful)”이라는 감탄사를 보내며 무대 위로 올라선다. 이어서 간단한 멘트를 맞춰 보는 두 사람. 현재 시각 오후 5시, 이곳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는 관객과의 첫 번째 만남을 앞둔 <두 도시 이야기> 팀이 드레스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공연 전 마지막 연습 시간인 만큼 한진섭 연출을 필두로 모든 스태프가 참여해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무대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 콘서트에 함께한 오리지널 캐스트 제임스 바버가 이 무대를 그대로 브로드웨이로 옮겨가고 싶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리허설 현장을 공개한다.
좌 브랜디 버크하트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곡은 <지킬 앤 하이드>의 인기 뮤지컬 넘버 ‘Once Upon a Dream’이다. 우 제임스 바버가 첫 번째 곡으로 선택한 노래는 대표곡 ‘Reflection’이다. 바버는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이 노래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아래 “2개 국어를 놀랍게 소화하고 있는 카이입니다.” 오리지널 캐스트와 함께 2부에 출연해 원어로 합동 무대를 꾸민 카이를 소개하는 유열의 멘트다.
좌 국내 초연에서 여주인공 타이틀롤을 거머쥔 건 최현주와 임혜영이다. 콘서트에선 최현주가 루시로 나서 단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여줬다. 우 콘서트를 마친 전동석의 소감은 이렇다. “역시 배우들은 다 무대 체질인가 봐요. 연습 기간이 짧아서 걱정했는데, 무대 위에 서니 다 잘한 것 같아요. 저 빼고요.” 아래 군 복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윤형렬. 윤형렬은 이날 19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제임스 바버 덕분에 난쟁이가 됐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위 마담 드파르지의 대표곡인 ‘Until Tomorrow’를 연습 중인 이정화와 앙상블. 후작의 마차에 아이가 깔려 죽자 귀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넘버다. 아래 무대에 등장하는 타이밍, 전 캐스트가 손을 올리는 타이밍 체킹 등 완벽한 커튼콜을 연출하기 위한 최인숙 안무감독의 꼼꼼한 디테일 지도는 계속됐다.
MINI INTERVIEW 제임스 바버와 브랜디 버크하트
오랜만에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과 루시로 무대에 선 소감은 어떤가요?
제임스 바버 : 공연하는 동안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계속 더 하고 싶었죠. (웃음) 한국 <두 도시 이야기> 팀은 지금 이대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도 좋을 만큼 실력이 뛰어났고, 그런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브랜디 버크하트 : 전 <두 도시 이야기>로 뮤지컬 데뷔를 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은 제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랜만에 루시로 무대에 서니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죠.
찰스 다네이 역의 카이와의 협동 무대는 어땠나요?
제임스 바버 : 카이에게 뉴욕에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같이 노래 부르자고요. 재능 있고 겸손한, 한마디로 좋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브랜디 버크하트 : 저 역시 재능 있는 사람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게다가 그는 귀엽기까지 하죠. (웃음)
<두 도시 이야기>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작품인가요?
제임스 바버 :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에이전시를 통해서예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건 음악을 듣고 나서고요. <두 도시 이야기>는 초기에 세 가지의 다른 버전으로 작업이 진행됐어요. 세 명의 작곡가가 각각 다르게 곡을 썼죠. 제가 받은 버전의 ‘Reflection’을 듣는 순간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시드니 칼튼이 루시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서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사랑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런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는 곡이 ‘Reflec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디 버크하트 :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사연은 좀 재미있어요. 제임스와의 친분으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셋이 함께 저녁을 먹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두 도시 이야기> 작품 이야기가 나와서 루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게 정말 현실로 이뤄졌죠.
시드니 칼튼과 루시 마네뜨를 연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브랜디 버크하트 : 루시는 희망을 상징하는 캐릭터예요. 시드니나 찰스의 인생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루시를 연기하는 배우는 마음속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제임스 바버 : 시드니 칼튼은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살다가 루시를 만나면서 정체성을 찾게 되는 캐릭터예요. 루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세상으로 나오게 되죠. 그런 여정이 보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또는 넘버가 있나요?
제임스 바버 : 처음에는 ‘Reflection’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Dreams Came True’를 좋아해요. 아니 사실, 두 곡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요. (웃음) ‘Reflection’은 자신이 생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고, ‘Dreams Came True’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감정을 그린 곡이라, 공연할 때마다 마음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브랜디 버크하트 : 저도 좋아하는 곡으로 ‘Dreams Came True’를 말하려고 했는데 제임스가 말했으니 대답을 바꿔 볼게요.(웃음)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루시가 시드니에게 목도리를 선물하는 신이에요. 루시가 목도리를 선물하면 그것에 감동을 받은 시드니가 루시의 볼에 키스를 해주죠. 그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루시는 칼튼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만, 칼튼은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든요. 서툴게 마음을 표현하는 그런 모습이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7호 2012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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