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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박은태의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 관람기 [No.107]

글 |박은태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정리 | 정세원 2012-08-08 6,310

비운의 황태자 루돌프를 만나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합스부르크의 황후 엘리자베트와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아들 ‘루돌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무너져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스스로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 비운의 황태자 루돌프. 그를 만나기 위해 박은태가 나섰다. 오는 11월 한국 초연에 앞서 일본 도쿄에서 먼저 막이 오른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를 관람하고 돌아온 박은태가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기를 보내왔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일본
7월 15일 <모차르트!> 낮 공연을 마치고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문득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라이온 킹>이 생각났다.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극단 시키가 있는 일본을 찾았는데, 그게  벌써 6년 전의 일이라니…. 뮤지컬을 처음 접하고 느꼈던 감정들, <라이온 킹>을 연습했던 시간들, 그리고 뮤지컬 배우가 되어 겪었던 수많은 시간들을 돌아보니 기분이 묘했다. 설렘과는 또 다른 기분에 휩싸여 일본으로 가는 내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본 뮤지컬의 중심, 제국극장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준비를 하고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를 관람하기 위해 제국극장을 찾았다. 1911년에 개장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극장인 제국극장은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엘리자벳>, <모차르트!>, <맨 오브 라만차> 등 현재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 곳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서는데 우리나라의 입장 방식과 조금 달라서 신기했다. 이곳은 극장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고 객석 입구에서는 따로 수표하지 않았다.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들은 극장 로비에도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극장의 로비는 일찍부터 많은 관객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나라 뮤지컬 관람객들보다 연령대가 훨씬 높아 보였다. 그리고 역시 여성 관객이 월등히 많았다. 로비에는 다양한 공연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엘리자벳>을 공연했던 극장이어서인지 그녀와 관련된 기념품들이 꽤 많았다. 하긴, 루돌프의 엄마니까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와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로비를 둘러보다가 문득 <엘리자벳>의 ‘키치’ 가사들이 생각나서 괜히 웃음이 났다.

 

 

 

 

 

 

 

‘일본 뮤지컬계의 황태자’  이노우에 요시오를 만나다 
공연 관람에 앞서 황태자 역의 이노우에 요시오를 만나기 위해 분장실을 찾았다. 사실 공연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를 만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배우가 얼마나 예민한 상태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본 공연은 낮 1시 30분 공연이었다!  원톱으로 공연하고 있어서 많이 염려를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반갑게 맞아줘서 무척 고마웠다. 그는 <모차르트!>와 <햄릿>, <미스 사이공>, <웨딩 싱어>, <삼총사> 등을 통해 일본 뮤지컬계의 황태자로 성장했다고 한다. 나와 작품이 많이 겹쳐서 그런지 처음 만났지만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사진으로 볼 때는 나보다 동생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절대 동안의 ‘형’이었다! 공연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인사 나눈 후 기분 좋게 객석으로 들어섰다.

 

 

 

 

 

 

 

음악과 드라마가 살아있는 무대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는 비엔나 공연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르보가 다시 연출을 맡고 비엔나에서 공수한 소품과 무대 장치를 그대로 사용한 공연이었다. 회전 무대를 활용한 다양한 장면과 천장에서 회전하는 커튼 장치가 특히 돋보였다.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노우에 요시노의 무대와, 너무나 완벽했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내내  당장이라도 무대 위에 올라가 공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던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는 그동안 내가 본 모든 뮤지컬을 통틀어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도 훌륭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황태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린 드라마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루 빨리 한국 무대에 오를 <황태자 루돌프>를 만나고 싶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신 지휘자 시오타 아키히로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올해로 30년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는 그는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모차르트!>, <엘리자벳>, <루돌프>, <지킬 앤 하이드> 등 최고 히트 뮤지컬들에 참여했다고 한다. <황태자 루돌프>의 한국 공연 소식을 들은 그는 “루돌프의 넘버들은 노래가 어렵고, 감성이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며 “목소리에 드라마를 담아 노래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언젠가 한국에서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지휘자님! 그때 저도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시오타 아키히로 씨와의 담소를 끝내고 산케이 신문사로 이동해서 여러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 뮤지컬 가이드>라는 잡지와의 인터뷰다. 우리나라 뮤지컬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가 일본에서 발행되다니! 한류 뮤지컬이 한류 드라마나 K-POP처럼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괜히 더 뿌듯해졌다.  <모차르트!> 공연 중에 바쁘게 진행된 일본 방문이었지만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는 나를 다시 설레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안 보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 만큼 깊은 여운을 안고 돌아왔다. 이제 곧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될 <황태자 루돌프>에 내가 함께 참여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행복하다. 일본 공연을 보면서 받았던 감동을 한국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도록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겠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7호 2012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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